두 교황
The Two Popes, 2019
<눈먼 자들의 도시>, <콘스탄트 가드너>, <시티 오브 갓>를 연출한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두 교황>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서거 이후 그 뒤를 잇게 된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그 뒷 이야기를 담아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몰입도 최고였던 두 원로 배우 안소니 홉킨스와 조나단 프라이스의 명연기만으로도 최고였던 영화다.
- 등급: 12세 관람가
- 장르: 드라마
- 국가: 미국, 영국,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 러닝타임: 126분
- 수상내역
2019
42회 밀 밸리 영화제(관객상- 미국장편)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서거 소식으로부터 영화는 시작되고 있다.
52개국 115명의 추기경들이 새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를 위해 로마로 집결했고, 전 세계의 가톨릭 교회에서 새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으며, 언론에서는 독일의 보수파 요제프 라칭거와 이탈리아의 개혁주의자 카를로 마르티니 추기경 사이의 경쟁이 될 거라는 예측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렇듯 이번 교황 선출은 전통과 개혁 사이에서 굉장히 중요한 선택이 될 것이었는데...
결국 바티칸의 중심인물이자 오랫동안 요한 바오로 2세의 계승자로 인식되어 왔던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안소니 홉킨스)이 제265대 교황에 선출되었고, 이는 보수파의 승리라기보다는 라칭거 추기경의 당선으로 인해 교회의 단결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결과로 인해 안 그래도 늦어진 개혁들이 더 늦어질 거라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가톨릭 교회에 개혁의 바람을 일으킬 그 중심에는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조나단 프라이스)이 있었다.
2012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 계속해서 편지를 보내고 있으나 회신이 없자 무슨 일인가 답답해하고 있던 호르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에게 때마침 로마로 오라는 바티칸의 편지가 한 통 배달되었는데, 참으로 공교롭게도 추기경은 이미 로마행 비행기표를 예매해 둔 상태였던 것! 과연 추기경은 무슨 일로 교황님께 계속되는 편지를 보냈던 것이며, 바티칸에서는 또 무슨 일로 추기경을 갑자기 부른 것일까...
사실 추기경은 이미 오래전부터 은퇴를 준비하고 있었고, 이번에 비로소 교황님께 은퇴 서한을 보내게 되었던 것인데, 이참에 직접 교황님을 만나 은퇴 신청서를 드리고 재가를 받으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로마에 도착한 추기경은 교황님이 계시다는 여름 별장으로 이동하게 되었는데...
'파벌주의로 인한 분열과 바티칸 은행의 위법 행위에 성추문까지 더해서...'
'교황이 가장 신뢰하는 비서 중 한 명이며 그림자처럼 수행했던 사람이 이런 혐의로 체포될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어요?'
'모든 게 엉망인 상황인데요, 굳게 닫힌 문 뒤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한편, 바티칸의 민감한 기밀문서가 유출되면서, 뉴스에서는 연일 바티칸 소식으로 떠들썩했고, 이런 어수선한 와중에 교황과 추기경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인데,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진 두 원로 성직자들의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길고 긴 대화와 논쟁이 이렇게 시작되었던 것이다.
"추기경들은 75세가 되기 전에는 은퇴 요청을 할 수 없어요. 어디 아프시오?"
처음부터 교황님은 추기경의 은퇴를 재가해 줄 마음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자신이 추기경을 불러서 하고 싶었던 말들을 쏟아놓기 시작했고, 결혼한 신부님들과 동성애 문제, 이혼한 사람들 같이 성찬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공개적으로 성체를 주는 것 등으로부터 시작한 질문공세가 점점 팽팽한 의견 대립으로 이어지면서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는데...
교황: 당신은 교황이 될 뻔했던 사람이오. 지금 사임하면 비판하는 행동처럼 비칠 거요. 일거수일투족이 비판처럼 보여요. 하다못해 신발까지도요... 교회가 실패했다고 보시오?
추기경: 사람들이 떠나고 있어요.
교황: 교회가 자기도취에 빠져있다고 말했죠?
추기경: 교회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또는 전혀 움직이지 않아요. 시대가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말이죠. 교황님, 전 더 이상 영업 사원이 되고 싶지 않아요. 양심적으로 홍보할 수 없는 그런 제품을 파는 영업 사원이요. 교회가 더 이상 이 세상의 일부가 아닌 것 같습니다. 함께하고 있지 않아요. 연결돼 있지 않다고요!
하지만 그날 밤... 낮동안의 치열했던 논쟁은 잠시 접어두고, 두 사람은 성직자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이어나갔는데, 그리고 틈틈이 자신의 은퇴를 어필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었던 추기경에게 교황은 이렇게 말했다.
"오늘만은 안 됩니다. 우린 아주 다르고 이견도 많지만, 오늘 밤엔 그냥 형제처럼 있고 싶어요, 그래도 되겠죠? 같이 있으니까 좋군요. 난 늘 혼자였소!"
그리하여, 음악을 사랑해서 연주 앨범을 내기도 했고, 셰퍼드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렉스 형사'라는 오스트리아 TV프로그램을 즐겨 보신다는 교황님과 탱고 춤을 즐겨 추며, 축구에 진심이신 추기경님의 인간적이고도 따뜻한 대화들이 그 밤을 수놓았고, 그리고 다음날, 이른 시간 아무도 없는 로마 시스티나 성당에서 교황님은 추기경님을 부른 그 진짜 이유에 대한 진심 어린 말씀을 털어놓게 되었는데...
<두 교황>은 처음에 그 제목과 포스터만으로 뭔가 다큐멘터리의 느낌이 짙은 영화가 아닐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물론 영화는 두 사람의 길고 긴 대화가 주를 이루지만 그 대화만으로도 어쩌면 그렇게 몰입도 있게 또한 흥미진진하게 영화를 끌고 나가는지 그저 감탄하게 되지 않을 수 없는 영화였다. 그만큼 실제 인물들과 배우들 간의 싱크로율도 대단했고, 그 연기 또한 빛을 발했던...
분명 천주교 신자분들에게는 더욱 마음에 와닿을 영화이겠지만, 종교적인 색채보다는 인간의 고뇌와 성찰에 대해 무겁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어서 누구라도 감동 어린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은데, 특히 개인적으로는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혼자서 많이 힘들고 외로우셨겠구나 싶은 마음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조국 아르헨티나의 아픈 역사에도 마음이 아파와서 결국 또 오열을 하게 되긴 했지만, 영화는 곳곳에 유머와 재치를 함께 담아내고 있어서 전혀 무미건조하지 않게 재미있게 볼 수가 있었다. 피자를 앞에 두고 마음 다급해지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피자 사랑은 과연 진짜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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