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파이
The Courier, 2021
<체실 비치에서>를 연출한 도미닉 쿡 감독의 <더 스파이>는 1960년 냉전시대, 지극히 평범한 영국의 세일즈맨이 느닷없이 모스크바로 잠입하는 스파이가 되면서 펼쳐지는 실화 바탕의 첩보 스릴러 영화다.
- 등급: 15세 관람가
- 장르: 스릴러
- 국가: 미국
- 러닝타임: 112분
'핵 군비 경쟁이 심화된 1960년 무렵, 미국과 소련은 인류를 말살할 수준의 핵무기를 확보했다. 흐루시초프와 미국은 서로를 겁박했고, 사람들은 세상의 종말이 목전이라며 두려워했다'
1960년 8월 소련 모스크바
요직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미국 여행객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하더니 비밀스러운 봉투 하나를 건네면서 중요한 물건이니 미국 대사관에 꼭 좀 전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하고는 다급히 자리를 떠났는데...
4개월 후 영국 런던
긴밀하게 공조해야 할 사안이 있었던지, 미국 CIA 요원인 에밀리(레이첼 브로스나한)가 영국 비밀정보부 MI6 본부에 찾아와서는 선물을 가져왔다면서 서류 파일을 먼저 건넸는데, 이것이 바로 4개월 전 미국 대사관에 전달되었던 그 봉투 속의 내용물이었던 모양이었다.
이는 육군 포병 장교로서 받은 훈장만 13개인 소련의 정보총국 소속 대령 올레크 펜콥스키(메랍 니니트쩨)가 보낸 것으로 여기에는 '핵전쟁이 코앞입니다. 막도록 돕고 싶습니다'라는 메시지가 함께 담겨 있었는데, 그와 접촉을 하기 위해서 CIA는 영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접선책이었고, 상대가 정보총국 대령이다 보니 보는 눈이 많기에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일이 틀어지기 십상이라며 KGB가 의심하지 않을 만한 외부인을 쓰자는 의견이 나오게 된 건데...
그리하여 해외 출장이 많은 사업가가 어떻겠냐는 에밀리의 의견에 따라 MI6의 디키 프랭크스 요원(엔거스 라이트)과도 한번 만난 적이 있다는 세일즈맨 그레빌 윈(베네딕트 컴버배치)과 어렵지 않게 접촉을 할 수가 있었는데...
에밀리: 동유럽에서 일하셨다면서요? 그럼 소련은요?
그레빌: 언제 기회가 있겠죠. 냉전이 좀 수그러들면 생각해 보려고요.
디키: 어쩌면 지금이 적기일지도 몰라요. 그쪽 사업에 관심 있는 지인들이 있어서요. 조국에 큰 힘이 되는 일이기도 해요.
에밀리: 세계를 위한 일이기도 하고요...
그레빌: 죄송하지만 지금... 상무원에서 오셨다고 하셨죠? 그런데 혹시 다른 기관에 계신 건 아닌지... 이해가 안 돼서요. 저는 그저 세일즈맨입니다.
에밀리: 그러니까요. 정부와 연관이 없는 평범한 세일즈맨이죠.
그레빌: 그런데 제가 어떻게... 뭘 시키시려고요?
에밀리: 그 업계에선 소련에서 사업할 거면 어떻게 시작해야 하죠?
그레빌: 미팅부터 잡아야죠. 과학기술국가위원회가 모스크바에 있어요.
디키: 그거 좋군요.
그레빌: 그럼 제가 모스크바에 가서 뭘...
에밀리: 그냥 사업하시면 돼요. 몰라서 답답하시겠지만 모르시는 게 나아요.
그렇게 사업가로 위장한 스파이가 되어 모스크바로 떠나게 된 그레빌은 그곳에서 드디어 올레크를 만나게 되었는데, 아마추어라 많이 긴장했을 그레빌 못지않게 이날 만을 손꼽아 기다려 왔던 올레크 역시도 감개무량하고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했고, 이제 그레빌이 런던으로 돌아가서 무역단 대표로 올레크를 초청하면 되는 거였다.
정보총국 대령이었지만 서방의 기술을 훔치는 것도 임무 중의 하나였기에 큰 의심 없이 소련의 허가를 받아 런던으로 향할 수 있었던 올레크였고, 그렇게 고대하던 CIA를 비롯한 MI6 요원들과의 접선이 결국 성사되었는데...
"흐루시초프는 충동적이고 무절제하고 핵무기를 다뤄선 안 될 사람입니다. 서방은 그자에게 속고 있습니다. 소련 정권이 유해지고 있다는 건 거짓말입니다. 미국과의 전면전을 원하고 있습니다. 구실을 찾고 있어요. 확답을 해주시죠. 비상시엔 가족도 함께 망명해야 합니다. 그럼 전 소련에 남아서 크렘린궁의 생각을 꾸준히 보고하겠습니다. 정부에 확실히 전하세요. 내 정보를 현명하게 사용하고 무기로 쓰지 말라고, 평화를 위한 도구로 쓰라고!"
그레빌과 올레크는 대외적으로는 사업 파트너의 모습으로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스파이 활동을 이어가게 되었고, 핵전쟁의 위기를 막을 중대한 기밀들을 꾸준히 CIA에 넘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했던가, KGB에서는 점점 그레빌을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와 가장 접촉이 많은 올레크 역시도 예외일 수는 없었는데...
과연 두 사람은 의심의 눈초리를 피해 무사히 첩보활동을 마치고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지, 또한 올레크는 안전하게 가족들과 함께 망명에 성공할 수 있을는지...
<더 스파이>는 군인도, 경찰도, 정부요원 또한 아닌 그저 평범한 세일즈맨인 그레빌이라는 영국의 실존 인물이 뜻하지 않게 스파이가 되어 핵전쟁을 막는 일에 앞장서게 된다는 믿기 힘든 엄청난 이야기였는데, '나한테 도대체 왜 이러세요'라는 표정의 그레빌을 연기했던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도 물론 좋았지만, 올레크 대령을 연기한 배우 메랍 니니트쩨 역시도 너무나 눈에 밟히는ㅠㅠ
이런 분들이 진짜 영웅이고 이런 분들 덕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던... 특히 두 사람의 우정과 신뢰 그리고 의리들이 한데 모여 큰 감동으로 와닿았고, 게다가 일반인 그레빌의 그 용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정말이지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멋진 영화 <더 스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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