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애프터
The After, 2023
영국의 사진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이기도 한 나이지리아 출신의 미산 해리먼 감독의 <디 애프터>는 3월 10일 개최되는 제96회 아카데미시상식(오스카상)에서 '단편영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한 18분짜리의 짧지만 임팩트 있는 영화다.
- 등급: 15세 관람가
- 장르: 드라마
- 국가: 영국
- 러닝타임: 18분
딸아이의 손을 꼭 잡고 런던 템즈강의 다리를 건너가고 있는 남자 다요(데이빗 오예로워), 회사일 때문인지 계속해서 전화가 걸려오고 있는 가운데, 아직 어린 딸 로라(아멜리 도쿠보)도 챙겨야 하고, 중요한 업무 전화는 받아야겠고, 꽤 분주해 보이는 모습이었는데...
딸: 같이 춤춰요, 아빠!
아빠: 여기서? 그럼 가르쳐 줄래?
조금은 너른, 마음에 드는 공간을 발견하게 된 로라는 뜬금없이 아빠에게 같이 춤을 추자고 했는데, 손에 토슈즈가 들려 있었던 걸 보면 아이는 요즘 발레를 배우고 있는 모양이었고, 자세히 보니 노란색 후드 점퍼 안에도 발레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는 자신이 배운 동작들을 아빠에게 가르쳐주기 시작했고, 아빠는 화답이라도 하듯 아저씨 특유의 신나는 막춤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사실 우리 딸 공연이 있어. 몇 주째 연습했거든, 세상이 끝나는 것도 아니니 회의를 2시간만 미루자!"
오늘 딸아이의 발레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아빠는 바쁜 일정 때문에 못 가게 되어 미안한 마음을 딸에게 전하기도 했는데, 부녀가 함께 한 바탕 춤을 추고 난 뒤 아빠는 결국 마음을 바꿔 누구보다 소중한 딸의 공연에 함께 하기로 했던 것.
때마침 엄마도 도착을 했는데, 아마도 딸아이를 엄마에게 데려다주던 길이었던 모양이다. 아빠가 함께 간다는 말에 마냥 기분이 좋아진 아이는 엄마(제시카 플러머)를 발견하자마자 달려가 이 기쁜 소식을 먼저 전하기도 했는데...
그러나 기쁨도 잠시, 순식간에 이들 가족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으니...
세상 모두들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남자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고, 하던 일마저 그만두었는지 지금은 공유 차량을 운전하면서 생활하고 있었고, 아내가 남긴 음성사서함 속 목소리를 듣고 또 들으며 여전히 슬픔 속에 지내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때로는 기쁨에 겨운 사람들을, 때로는 슬픔에 빠진 사람들을,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혼자 탄 승객이나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는 일행들까지... 이렇듯 공유 차량을 운전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기쁨과 슬픔, 그 일상들을 옆에서 함께 지켜보면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고 있었던 남자.
그러던 어느 날... 뜻밖의 손님을 태우게 된 남자는 너무나도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는데...
<컴어웨이>, <그링고>, <돈렛고>에 출연했던 데이빗 오예로워 주연의 단편 영화 <디 애프터>는 예기치 못한 끔찍한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 삶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린 한 남자의 그날 그 이후의 모습을 오롯이 지켜보게 했다.
영화가 시작되고 오래지 않아 이미 스멀스멀 불안감이 엄습해 오기 시작했기에 뭔가 나름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었다고 생각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만큼은 참으로 충격적이고 참혹했는데, 사실 이러한 범죄 사건을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이라 결코 남의 일 같지는 않았던...
그의 상실과 슬픔을 지켜보는 것은 역시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지만, 남자의 얼굴을 비추던 그 마지막 햇살이 부디 따뜻한 희망의 그것이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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