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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대로 영화 리뷰

<하얼빈> 영화 후기

by 미유네코 2025.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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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HARBIN, 2024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마약왕>, <간첩>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의 <하얼빈>은 1909년,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에서 러시아와의 협상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한 안중근을 비롯한 대한의군이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독립군의 신념과 희생을 재조명하고 있는 영화다.

 

< 영화의 초반에 대해서는 조금 자세히 언급하지만, 결정적인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

 
하얼빈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에서 안중근이 이끄는 독립군들은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둔다.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은 만국공법에 따라 전쟁포로인 일본인들을 풀어주게 되고, 이 사건으로 인해 독립군 사이에서는 안중근에 대한 의심과 함께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1년 후,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안중근을 비롯해 우덕순, 김상현, 공부인, 최재형, 이창섭 등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마음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이게 된다. 이토 히로부미가 러시아와 협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한다는 소식을 접한 안중근과 독립군들은 하얼빈으로 향하고, 내부에서 새어 나간 이들의 작전 내용을 입수한 일본군들의 추격이 시작되는데…  하얼빈을 향한 단 하나의 목표, 늙은 늑대를 처단하라 
평점
8.7 (2024.12.24 개봉)
감독
우민호
출연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릴리 프랭키, 이동욱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장르: 드라마
- 국가: 대한민국
- 러닝타임: 114분

 

- 수상내역
2025
23회 피렌체 한국영화제(관객상)
18회 아시아 필름 어워즈(촬영상)

 

 

'1905년, 일본은 대한제국을 강압하여, 외교권 박탈과 통감부 설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을사늑약'을 체결한다. 

이 조약으로 대한제국은 명목상으로는 일본의 보호국이나, 사실상 주권을 상실한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 

이에 분을 참지 못하고 투신 자결로 조약 반대 의사를 천명하거나, 적극적이고 과감한 투쟁에 떨쳐나선 이들도 있었다'

 

* 대한의군 이창섭(이동욱): 때로는 안중근과 대립 각을 세우기도 하는 직선적이고 강단 있는 인물이다.

* 대한의군 총장 최재형(유재명): 러시아 주재 교민단체신문인 '대동공보(大東共報)' 사장이기도 했던 실존인물이다.

 

* 대한의군 우덕순(박정민): 실존인물로 안중근과 함께 했던 하얼빈 의거의 주역 중 한 사람이다.  

* 대한의군 김상현(조우진): 일본어에 능통해 대한의군의 통역 담당으로 활약했다.

1909년 1월 17일 러시아 연추 

 

최재형: 한 달이 넘었소. 어찌 생각하오?

이창섭: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는다면 죽었다고 봐야겠지요.

김상현: 반드시 살아서 오실 겁니다.

이창섭: 살아서 온다면 왜놈들에게 붙잡혀 밀정이 되었겠지.

우덕순: 괜한 억측으로 사람 모함하고 그러지 마시오.

이창섭: 누구 덕분에 동지들이 개죽음을 당했는지 벌써 잊었나?

김상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소. 

 

김상현과 우덕순은 안중근을 두둔했지만, 이창섭을 비롯한 대다수의 동지들은 어리석은 선택으로 대한의군을 궤멸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0일 전, 함경북도 경흥 '신아산 전투'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런데 그때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고, 한 달이나 소식이 없었던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현빈)이 돌아왔던 것인데...

 

이창섭: 저 자가 무슨 말을 하건 저는 용서할 마음이 없습니다.

안중근: 용서를 구하려고 온 게 아니오. 아직 할 일이 남았기 때문에 왔소.

최재형: 안 동지는 왜 바로 연추로 오지 않았는가? 

안중근: 나는 길을 잃었습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죽으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깨달았습니다. 나는 죽은 동지들의 목숨을 대신하여 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을 깨달았습니다. 대한제국을 유린하는 일본 늑대의 우두머리, 늙은 늑대를 반드시 죽여 없애자고...

 

1909년(메이지 42년) 10월 16일, 이토 히로부미(이등박문)는 '한일병합조약' 체결에 대한 승인을 공식 선언했다.

 

'일본과 한국의 친밀한 관계를 고려하여, 상호 행복을 증진시키며 동양의 평화를 영구히 확보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국을 일본국에 병합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확신하고, 이에 두 나라 사이의 합병 조약을 체결하기로 승인한다'

 

한편, 이등박문(릴리 프랭키)이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러시아 재상과 한일합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하게 된 대한의군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대동공보사에서 긴급 회동을 가졌다.

 

이등박문은 만철(남만주철도)을 타고 여순에서 대련과 봉천을 거쳐 26일 아침에는 하얼빈에 도착할 예정이었고, 이에 따라 대한의군은 하얼빈에서 거사를 치르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 준비 과정에서 안중근에게는 폭약을 구하는 임무가 맡겨졌고, 이를 위해 공부인(전여빈)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는데...

 

앞으로 남은 시간은 단 일주일, 일본제국 육군 소좌 모리 다쓰오(박훈)의 집요한 추적 속에서, 과연 안중근과 대한의군은 차질 없이 거사를 완수할 수 있을지... 

 

<하얼빈>은 감독의 의도대로라면 충분히 잘 만들어진 영화가 아닌가 싶다. 

시종일관 차갑고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던 영화는 생각보다 정적인 느낌이다 보니, 다큐 같다는 반응과 함께 아쉬움을 드러낸 관객들도 없지 않았는데, 독립운동가 안중근에 대해서라면 결코 순수 오락영화로 접근할 수는 없다면서 묵직하게 만들기를 원했던 우민호 감독의 의지가 나는 좋았다.

 

혹시라도 멋진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역시나 실망할 수 있을 텐데, 초반 '신아산 전투' 장면 또한 서로 뒤엉켜 죽기 살기로 덤버드는 처절하고 눈물겨운 아비규환의 몸싸움이었을 뿐, 쾌감을 선사하는 스타일리시한 액션은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이처럼 감독의 의도에 따라 오락적 요소들은 철저히 배제되었던 것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두껍게 얼어붙은 두만강 얼음 위를 외롭게 걸어가는 첫 장면이나 사막 장면 등등 독립군들의 정신과 마음을 명화(名畫)처럼 보여주고자 했다는 감독의 마음이 담긴 미장센은 꽤 인상 깊었는데, 물론 나에게도 아쉬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밀정에 대한 단서를 너무 쉽게 흘렸다는 점, 그리고 실내 장면이 과도하게 어두워서 배우들의 디테일한 표정들을 살필 수 없었던 점, 그리고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하얼빈 거사 장면은 나도 솔직히 기대를 조금 했던지라 너무 멀게만 느껴졌던 에어리얼 샷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싶은 아쉬움은 남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숭고하고 품격 있게 안중근과 독립군의 정신을 담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견을 지지하게 되었고, 간간히 이것은 연극인 건가? 싶은 순간들이 있기는 했어도, 안중근과 동지들이 함께 하얼빈으로 향하는 여정 속에서 두려움을 감내하고 끊임없이 고뇌하면서, 서로 의지하고 때로는 대립하기도 했던 일련의 과정들이 배우들의 연기로 더욱 빛을 발했는데, 특히나 조우진 배우의 연기가 퍽 인상 깊었다는...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는 또 울컥ㅠㅠ

그리하여, 한없이 춥고 쓸쓸했지만, 결국에는 마음 뜨거워짐을 느끼게 되었던 영화 <하얼빈>이었다.

 

어둠은 짙어 오고 바람은 더욱 세차게 불어올 것이다.
불을 밝혀야 한다.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우리는 불을 들고 함께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다.
우리 앞에 어떠한 역경이 닥치더라도 절대 멈춰서는 아니 된다.
금년에 못 이루면 다시 내년에 도모하고
내년, 내후년, 10년, 100년까지 가서라도 반드시 대한국의 독립권을 회복한 다음에라야 그만둘 것이다.
그렇게 해서 기어이 앞에 나가고, 뒤에 나가고, 급히 나가고, 더디 나가고,
미리 준비하고, 뒷일도 준비하고, 모든 것을 준비하면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날까지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가야 한다.
불을 들고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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