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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대로 영화 리뷰

이니셰린의 밴시

by 미유네코 2023.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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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니셰린의 밴시>

The Banshees of Inisherin. 2023

 

영국 출신의 영화감독이자 "21세기의 셰익스피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천재 극작가로도 잘 알려진 마틴 맥도나 감독은 <쓰리 빌보드>로 큰 찬사를 받으며 제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음악상 포함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4개 부문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다.

<킬러들의 도시>에서 함께 작업했던 두 배우 콜린 파렐, 브렌단 글리슨과 다시 한번 손을 잡고 만들어낸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 역시 호평을 받으면서 그 수상내역 또한 예사롭지 않았는데, 작품으로 증명하겠다던 자신의 말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모습이다.

“겸손? 나는 겸손함이 싫습니다. 잘났다면 그렇지 않은 척하지는 말아야죠. 무하마드 알리처럼 자신이 가장 위대한 존재라 말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증명하면 됩니다."

 

 
이니셰린의 밴시
오늘, 인생의 친구가 절교를 선언했다  아일랜드의 외딴 섬마을 ‘이니셰린’. 주민 모두가 인정하는 절친 ‘파우릭’(콜린 파렐)과 ‘콜름’(브렌단 글리슨)은 하루도 빠짐없이 함께 술을 마시며 수다를 떨 정도로 다정하고 돈독한 사이다.  어느 날, 돌연 ‘파우릭’에게 절교를 선언하는 ‘콜름’.절교를 받아들일 수 없는 ‘파우릭’은 그를 찾아가 이유를 묻지만돌아오는 건 변심한 친구의 차가운 한마디 - “그냥 이제 자네가 싫어졌어”.관계를 회복해 보려 할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가기만 하고평온했던 그들의 일상과 마을은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데… 예고 없이 찾아온 절교 선언, 평온했던 삶이 뜨겁게 타오른다!
평점
8.0 (2023.03.15 개봉)
감독
마틴 맥도나
출연
콜린 파렐, 브렌단 글리슨, 케리 콘돈, 배리 케오간, 팻 숏트, 개리 리던, 쉴리아 플리톤, 데이빗 피어스, 브리드 니 니치테인, 아론 모나한

< 수상내역 >
2023
76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작품상(영국),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38회 산타바바라 국제영화제(버추오소스상)
43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작가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애튼보로우 상)
8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작품상-뮤지컬코미디, 남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 각본상)
57회 전미 비평가 협회상(여우조연상)


2022
35회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87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각본상)
33회 스톡홀름영화제(관객상)
45회 밀 밸리 영화제(관객상- 세계장편)
79회 베니스국제영화제(볼피컵 남우주연상, 각본상)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는 1923년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아일랜드의 작은 섬마을 '이니셰린'을 배경으로 그곳 사람들의 삶과 크고 작은 갈등을 그린 영화인데, '밴시'는 (아일랜드 민화에 나오는) 구슬픈 울음소리로 가족 중 누군가가 곧 죽게 될 것임을 알려준다는 여자 유령을 말한다고 한다.

 

제목의 의미를 알고 나니, 장르가 코미디로 되어 있어서 예쁜 섬마을을 배경으로 한 유쾌한 이야기가 아닐까 했던 나의 생각이 큰 오산일 수도 있겠다는 뭔가 불길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는데...

 

 

시작부터 반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을 정도로 이 영화에서 영상미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아주 큰 장점 중 하나다.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섬 이니셰린의 목가적인 풍경들, 넓은 들판과 바다 위 절벽, 푸른 하늘과 무지개 라니 어떻게 예쁘지 않을 수 있을까.(촬영지는 아일랜드 서해안의 가장 큰 섬인 '아킬 섬'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연 풍경뿐만이 아니라 집 내부의 공간들까지도 아늑하고 특별하게 담아냈는데, 거기에 특별한 당나귀 '제니'를 비롯해서 말, 소, 강아지 등 반려동물과 가축은 기본이고 야생동물까지 함께 너무나도 아름답고 풍성한 영상을 만들어 냈는데, 영화에 동물들이 하도 많이 나와서 제정신으로 각본을 쓴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는 콜린 파렐은 "그런데 이럴 수가! 동물들이 얼마나 아름답던지요"라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이렇듯 예쁜 섬 이니셰린에는 웃음 가득한 일보다는 뭔가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질 예정이라는 건데...

 

 

콜름: 그냥 이제 자네가 싫어졌어.
파우릭: 나 좋아하잖아요.
콜름: 아니야.
파우릭: 어제까진 좋아했잖아요.
콜름: 그랬나?
파우릭: 그런 줄 알았는데...

 

남녀 간 연인 간의 대화가 아니다.

나이 차이는 꽤 나지만 절친이었던 두 사람 파우릭(콜린 파렐)콜름(브렌단 글리슨)인데, 갑자기 돌변하여 자신을 외면하는 콜름에게 잘못한 게 있으면 말해달라고 사과하겠다고 했음에도, 파우릭에게 되돌아온 콜름의 냉랭한 대답은 그저 '싫어졌어'라는 것. 뭐 그럴 수도 있겠으나 그래도 정확한 이유는 알아야 수긍을 하든지 할 텐데 말이지.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영화는 충분히 웃을 수 있는 분위기 였다.

 

 

어리숙한 오빠 대신 절교를 선언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따지러 온 여동생 시오반(케리 콘돈)에게 이번에는 이러한 답변이 돌아온다.

 

콜름: 사람이 지루해.
시오반: 원래 지루했잖아요. 뭐가 변했는데요?
콜름: 내가 변했어. 이제 인생에 지루함을 둘 자리가 없어.
시오반: 아일랜드 외딴섬에서 뭘 바라는데요?
콜름: 한 줌의 평온, 바라는 건 그것뿐이야. 이해해 줄 수 있지?

 

이렇게 파우릭과 콜름의 관계는 점점 회복이 어려워지는 듯 보였고, 심각한 고민에 휩싸이게 된 파우릭은 시종일관 팔자 눈썹에 쭈글 해진 표정으로 안쓰럽고 답답함 그 자체였다.

내내 풀 죽은 표정의 오빠를 보는 것도, 오빠 편을 들어주다가도 소리 지르기 일쑤인 여동생도, 그리고 돌파구가 없어 보이는 논쟁들까지...

영화는 어쩐지 점점 파우릭처럼 지루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 섬에 잠이 확 달아나게 만드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고야 마는데...

 

 

"시간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들어서 남은 인생은 사색하고 작곡하며 살 생각이야. 쓰잘데기 없이 자네 한심한 얘기나 듣고 있긴 싫어."

한편으로는 콜름의 이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2시간 동안 이어지는 당나귀똥 얘기를 듣고 있어야 하는 당사자는 고역이기도 했을 테니...

 

하지만 그럼에도 콜름의 선택이 옳았다고 손 들어주기는 어렵겠다.

그렇다고 파우릭의 대처가 옳았다고도 할 수 없는 일!

정말 두 사람 다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어도 됐는데...

 

콜린 파렐과 브렌단 글리슨의 연기도 정말 좋았고, 조연 배우들 특히 섬에서 제일 모자란 청년 도미닉 역 배리 케오간의 연기도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마지막에는 정말이지 너무나 안타까워서 어쩔 줄 모르겠는 지경에 이르게 만들었던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 아무래도 나는 마틴 맥도나 감독의 <쓰리 빌보드> 등 다른 작품들도 계속 챙겨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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