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핌의 정석
The Fundamentals of Caring, 2016
조나단 에비슨의 소설 <The Revised Fundamentals of Caregiving>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롭 버넷 감독의 <보살핌의 정석>은 45살에 10대 소년을 간병하게 된 초보 간병인 벤의 이야기를 담은 감동과 웃음의 힐링 드라마다.
-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 장르: 드라마
- 국가: 미국
- 러닝타임: 93분
"먹이고 입히고 씻기는 것만이 간병인의 일은 아니에요. 환자와의 복잡한 관계에서 방향을 잡고 이끌어주고 조율하는 것도 우리가 할 일입니다. 신념이 흔들리고 좌절과 혼란이 느껴질 때면 언제든 이 기억 연상법을 떠올리세요!
알로하(A.L.O.H.A), ASK(묻고), LISTEN(듣고), OBSERVE(관찰하고), HELP(돕고), ASK AGAIN(다시 묻는다)"
45살의 벤(폴 러드)은 6주간의 간병인 교육을 수료하고, 이제 막 정식 간병인이 되었다. 사실 그는 글을 쓰는 작가였지만 무슨 사연인지 돌연 절필을 선언하고, 먹고살기 위한 일자리를 찾다가 간병인 교육을 받게 되었던 것.
그리하여 그의 첫 간병인 면접을 위해 방문하게 된 엘사 콩클린(제니퍼 엘)의 집, 화통한 목소리로 그를 맞이해 준 엘사는 하나뿐인 아들 트레버(크레이그 로버츠)의 간병인을 구하는 중이었기에 당연히 신중할 수밖에 없었는데...
엘사: 왜 간병인이 됐나요?
벤: 돕는 걸 좋아해서요...
엘사: 혹시 다른 환자도 있나요? 저희는 전담 간병인을 원하거든요.
벤: 없습니다.
엘사: 예전 환자들과는 어땠는지 말해줄래요?
벤: 트레버가 제 첫 환자예요.
엘사: 경험자로 보내달라고 했는데요...;;;
초보 간병인이라는 말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던 엄마 엘사였는데, 바로 그때 아들 트레버가 꽤나 인상적인 모습으로 등장을 했고, 조금은 당황스러웠던 벤에게 아주 직설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시간당 9달러를 주고 내 엉덩이를 닦도록 하는 건데, 제대로 닦을 줄은 알아야 시키겠죠. 말해보세요. 어떤 식으로 닦을 거예요?"
그러나 벤은 돌발질문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너무나 침착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고, 오히려 역습이라도 당한 듯 잠시 할 말을 잃었던 트레버는 다시 이렇게 말했다.
"이 아저씨로 해요!"
한편, 벤에게는 또 다른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듯 보였다.
아내 재닛(줄리아 덴튼)이 이혼서류를 보내오고 있었는데, 벤은 계속해서 피해 다니며 받기를 거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러냐며 법원 명령을 받아야만 하겠냐는 아내의 말에 벤은 너무나 풀 죽은 목소리로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미안하다고 말했고, 아내도 그런 벤을 더 이상 다그치지는 않았는데, 이들 부부에게는 또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진행성 근육병증으로 점진적인 근위축과 근쇠약이 나타나는 '뒤쉔 근디스트로피' 유전병을 가지고 있는 트레버의 간병을 시작하게 된 벤, 악의는 없다고 해도 거친 입담에 간병인 골탕 먹이기를 즐기는 트레버여서 벤의 앞날이 그리 호락호락해 보이지는 않았는데...
하지만 벤은 초보자답지 않게 크게 당황하거나 동요하는 일 없이 늘 침착하게 묵묵히 자신의 일을 했고, 트레버의 귀여운 도발(?) 역시도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면서, 둘 사이에는 조금씩 신뢰가 쌓이는 듯 보였다.
트레버: 이 나라에서 가장 구린 명소를 나타낸 지도예요. 특이한 박물관, 괴상한 명소, 농장 동물부터 체리 파이가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곳...
벤: 빨간 별은 뭐야?
트레버: 세상에서 가장 깊은 구덩이요. 제일 마음에 들어요. 이름부터 암울하잖아요.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큰 소 '루퍼스'가 워싱턴 주 리츠빌에 있대요.
벤: 리츠빌이면 별로 안 머네. 지도에 나온 곳들을 보러 가면 어떨까?
어렵게 엄마 엘사의 허락을 받아낸 두 사람은 정말로 트레버의 지도에 표시된 그 구린 명소들을 찾아 나서게 되었고, 그렇게 영화는 갑자기 로드 무비로 변신을 하게 되는데...
그러나 둘이서 출발했던 여행이 우연히 만난 도트(셀레나 고메즈)의 합세로 셋이 되고, 또 우연히 만나게 된 임신부 피치스(메건 퍼거슨)까지 합세하면서 결국 넷을 만들더니, 그렇게 네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함께 '세상에서 가장 깊은 구덩이'를 보러 가기로 했던 건데, 과연 벤과 트레버는 아무 일 없이 그 구덩이를 직접 확인하고, 무사히 집으로 올 수 있을 것인지...
<보살핌의 정석>를 보면서 가장 먼저 <언터처블: 1%의 우정>이 떠오르기는 했다. 두 영화 모두 감동의 힐링 무비라고 할 수는 있겠으나 그 결은 많이 다른 영화여서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폭력적이거나 야한 장면 하나 없는 이 영화가 왜 청불일까 초반엔 의아했었는데, 알고 보니 트레버가 쏟아내는 그 말말말... 때문이었더군... 그래서 초반에는 너무 짓궂은 거 아닌가 싶기도 했었으나, 나중에는 이렇게 씩씩하게 잘 지내주고 있는 모습이 오히려 기특하게 느껴졌고, 소심한 두 남자 벤과 트레버 사이에서 쿨함 그 자체인 도트의 존재가 무척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그리고 아이가 정상인의 몸이었다면 꼭 하고 싶다던 그 일을 꼭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던 벤의 고민과 노력 또한 너무 고맙고 감동스러웠는데, 사실 조금 거시기하기도 했던...ㅎㅎㅎ
마음 아프지만 결코 슬프지 않게 따뜻하고 즐거운 영화로 기억될 <보살핌의 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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