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The Match, 2025
<보안관>을 연출한 김형주 감독의 <승부>는 바둑 신동이라 불리던 어린 이창호가 조훈현 9단의 제자가 되면서 펼쳐지는 실화 바탕의 바둑 영화다.
< 영화의 초반은 조금 자세히 언급하지만 결말이나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
- 평점
- 7.8 (2025.03.26 개봉)
- 감독
- 김형주
- 출연
- 이병헌, 유아인, 고창석, 현봉식, 문정희, 김강훈, 조우진
-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장르: 드라마
- 국가: 대한민국
- 러닝타임: 115분
'1980년대, 바둑 세계 최강자를 가리는 응창기배 세계 바둑대회가 개최된다.
바둑 변방으로 여겨졌던 한국에 주어진 티켓은 단 한 장,
한국 대표로 참가한 '조훈현 9단'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파죽지세로 결승에 진출한다.
결승 상대는 '대륙의 반달곰'이라 불리던 중국의 '섭위평 9단'
중.일 슈퍼리그 11연승에 빛나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기사였다'
싱가포르 스템퍼드 호텔 특설대국장에서 열린 '제1회 응창기배 세계 프로 바둑 선수권 대회'의 결승 최종국에서 조훈현 9단이 중국 섭위평 9단을 이기고 세계 바둑의 황제 자리에 올랐다.
이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바둑 대회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뤄낸 것이었으니...
5개월 후...
조훈현(이병헌) 9단을 비롯한 프로 기사들이 함께 하는 '응씨배 우승기념 지도다면기' 행사가 개최되었는데, 동료이자 친구인 천승필(고창석) 사범이 전주의 바둑 신동으로 불린다는 꼬마에게 쩔쩔매는 모습에 조훈현이 다가가 알은체를 했다.
이창호: 끝난 거 겉은디 그만허시죠?
천승필: 좀 있어 봐 봐...
조훈현: 아직 안 끝난 거 같은데?
이창호: 아닌디요, 다 끝났는디요?
조훈현: 괜찮으면 내가 이어서 둬도 될까?
결국 조훈현 9단에게 지고 만 어린 창호(김강훈)는 다시 붙으면 자신이 이길 거라면서 한 판 더 두자고 했고, 조훈현은 당찬 모습의 아이에게 사활 문제 하나를 내주며 해답을 찾아온다면 한 판 더 두겠노라고 약속하게 되었는데...
그리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조훈현은 이창호를 제자 삼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천승필: 제대로 가르칠 시간이나 있겠냐? 덜컥 제자로 들였다가 입단이라도 못 시켜봐라. 가뜩이나 너 벼르는 인간들 많은데 별의별 말이 다 나올 거다.
조훈현: 문득 궁금해졌어. 그놈 바둑이 커서 어떻게 될는지...
그렇게 어린 창호는 홀로 상경하여 조훈현 9단의 집에 내제자로 들어가게 되었던 것인데...
'싸워서 한 집을 만들기보다 반집이라도 확실히 지킬 거예요. 어차피 바둑은 집 싸움이니까... 조금은 투박해도, 선생님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절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바둑을 둘 거예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이창호(유아인)는 빠르게 성장했고, 사제간의 대결 또한 예상보다 너무 일찍 현실로 다가와, 1990년 2월 제29기 최고위전 도전기 최종국에서 스승 조훈현 9단과 제자 이창호 4단이 서로 맞붙게 되었던 것인데...
과연 이들의 승부는 앞으로 어떻게 이어지게 될는지...
<승부>는 바둑에 대해 1도 모르는 나에게도 너무나 충만한 재미를 안겨준 영화였다.
우선 어린 창호부터 언급해 보자면, 똘망똘망하고 때로는 당돌한 모습으로 특히나 찰진 사투리가 너무 귀여웠었다.
그런 창호가 성장하면서 많이 내성적인 성격과 다소 방어적으로 느껴지는 바둑의 기풍을 보였던 것이 조금은 의외다 싶기는 했는데, 이것은 아마도 영화적 재미를 위한 설정으로 보이고, 실제 이창호는 어린 시절에도 조용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반면, 정말 놀라웠던 건... 배우 이병헌과 조훈현 9단의 엄청난 싱크로율에 있었는데, 혹시 지금 자료화면이 나오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깜짝깜짝 놀라게 만든 순간들이 많았다는 거...
그들의 연기는 또 어쩔...
주연 배우야 말할 것도 없고, 베테랑 조연들... 웃음 준 고창석, 현봉식, 남문철 / 따뜻했던 문정희 / 명언을 남겨준 조우진 / 이창호의 아버지 정석용 / 할아버지 전무송 / 조훈현의 아버지 주진모 배우를 비롯해서 깜짝 등장해 준 정우영 캐스터까지...
연기 구멍이란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이 아주 탄탄 그 자체였다.
다만, 성장한 이창호는 애초에 조금 더 10대 느낌이 묻어나는 배우가 맡았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어린 창호로부터 번져나간 웃음에다가 의외로 영상미도 괜찮았고, 바둑 대국 장면에서의 은근한 긴장감 또한 꽤 좋았는데, 게다가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스승의 눈물과 제자의 눈물이 모두 이해가 되고도 남음이 있다 보니, 나의 마음도 함께 안타까워 울컥하게 되기도 했던...
그리하여 전투의 신 '전신(戰神)' 조훈현과 계산의 신 '신산(神算)' 이창호의 치열한 승부의 세계를 잘 보여준 실화 바탕의 바둑 영화 <승부>는 혹여라도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지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마음으로 추천하고 싶은 따뜻하고 여운 깊은 영화였다.
그렇게 견디다가 이기는 거요!
쓰라린 상처에 진물이 나고 딱지가 내려앉고 새살이 돋고
그렇게 참다 보면 한 번쯤은 기회가 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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