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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대로 영화 리뷰

<빛의 시네마(엠파이어 오브 라이트)> 영화 리뷰

by 미유네코 2023.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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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시네마 
Empire of Light, 2022

 

영화 <아메리칸 뷰티>로 미국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았고, 영화 <1917>로 또다시 골든 글로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샘 멘데스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 <빛의 시네마>는 1980년대 영국 남부 해안 도시에 위치한 오래된 극장 '엠파이어 시네마'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빛의 시네마
 
평점
7.5 (2022.01.01 개봉)
감독
샘 멘데스
출연
올리비아 콜맨, 마이클 워드, 토비 존스, 콜린 퍼스, 탐 브루크, 타냐 무디, 해나 온슬로, 크리스탈 클라크

 

직장에 출근한 극장 매니저 힐러리(올리비아 콜맨)의 동선을 조용조용 뒤따르면서 오래되어 낡은 극장 '엠파이어 시네마'를 소개라도 시켜주듯 이곳저곳을 한 컷 한 컷 정성스럽게 예쁘게 담아내면서 시작된 영화 <빛의 시네마>는 단연코 그녀에 의한 그녀를 위한 영화였다.

물론 상대역인 신입직원 스티븐 역 마이클 워드와 극장 사장님 역 콜린 퍼스가 들으면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

게다가 콜린 퍼스 당신은 나에게 모욕감 대신 실망감을 줬어! 어쩌면 모욕감이 맞을지도...(물론 극 중 사장님 얘기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정신과 진료를 받고 약도 꾸준히 복용하고 있는 독신의 힐러리는 말수가 적고 조금은 우울해 보이긴 했어도 일단은 사회생활을 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나이 어린 신입직원 스티븐(마이클 워드)을 만나게 되면서부터 그녀의 단조롭고 어둡던 삶이 조금씩 밝은 빛으로 변화되기 시작한다.

 

    

1980년대 유색인종에 대한 인종차별이 대놓고 심했던 그때, 백인 여성과 흑인 남성, 엄마뻘의 연상녀와 너무 어린 연하남의 조합이라니 이건 도저히 환영받을 조합은 아니었지만, 힐러리와 스티븐의 만남에는 단순한 남녀 간의 그것과는 또 다른 그들만의 특별한 교감과 위안이 있었다.

물론 나조차도 해피엔딩을 기대하지는 못했어도 그럼에도 너무 아픈 결말은 제발 아니길, 너무 상처받지는 않았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 간절했던...

 

이 영화에서 또 특별했던 건 바로 영화 <시네마 천국>의 성인버전이 아닐까 싶은 느낌을 받게 된 장면들이다.

신입 스티븐이 영사실을 처음 구경한 후 흥미를 가지게 되고, 영사기사 노먼(토비 존스)으로부터  영사기술을 배우기 시작하는 장면들에서 외모와 연령대는 많이 다르지만 토토와 알프레도를 떠올리게도 됐더라는...

 

노먼

"영화란 어둠 사이에 고정된 프레임의 연속일 뿐이야. 하지만 우리 시신경의 사소한 결점 덕분에 초당 24 프레임을 재생하면 어둠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 그걸 파이현상이라고 부르네. 고정된 이미지를 연속해서 빠르게 보여주면 움직임이라는 환상이 생겨나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올리비아

"어릴 때 가끔 아빠랑 낚시하러 다녔어. 정작 물고기는 한 마리도 못 잡았지. 한동안은 아빠 실력이 별로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단 걸 깨달았어. 아빠는 물고기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던 거야. 물어보기에는 자존심이 너무 셌지. 부끄러웠던 거야. 수치심은 해로운 감정이야!"

 

올리비아 콜맨이 더욱 인상적이었던 장면들이 몇 장면 있었는데

극장 사장이 야심 차게 준비한 휴 허드슨 감독의 <불의 전차> 특별 시사회 현장.

과하게 화려한 푸른색 드레스를 차려입고 와서 누구도 시키지 않았음에도 무단으로 단상 위에 올라가서는 치아에는 빨간색 립스틱이 묻힌 채로 환영사를 하기 시작하는 힐러리는 용감해도 너무 용감했는데, 속으로 나는 치아에 묻은 저 립스틱은 분명 계산된 연출이었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혹시라도 감독님을 만나게 되는 일이 생긴다면 꼭 그 진실을 물어보겠노라고도 다짐해 보며...

 

 

거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을 또 하나의 장면...

시끄럽다고 이웃들로부터 신고가 들어왔다며 경찰과 사회복지사가 힐러리 집으로 함께 들이닥친 바로 그 장면...

아무리 불러로 대답이 없자 밖에서는 경찰들이 문을 쾅쾅 때려 부수는 소리가 위협적으로 들려오기 시작하고, 힐러리는 스티븐에게 소리를 질러대고, 그러다가 올 것이 왔구나 체념한 듯 힐러리는 코트를 챙겨 입고 슬프지만 너무도 비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그리고 거기에 BGM까지... 완벽했다.

 

영화 <빛의 시네마>는 마지막으로 가면서 조금씩 더 좋아졌다.

따뜻하고 울컥했고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샘솟게 만들어 버렸는데, 힐러리가 스티븐의 조언대로 엠파이어 극장 상영관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본 날, 그 영화의 마지막 엔딩 자막은 바로 이러했다.

"삶이란 마음의 상태에 달린 거죠"

 

간단명료한 이 한 줄의 문장과 함께 '그 영화'와 '이 영화'가 여기에서 함께 끝났더라면 어쩌면 더 깔끔한 열린 결말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감독은 푸른 나무와 기차와 예쁜 바닷가를 배경으로 시 한 편을 읊어주며 여운을 남기는 선택을 했다.

 

힐러리가 스티븐에게 선물한 시집 한 권, 필립 라킨의 <높은 창문들>

힐러리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시 '나무들'을 함께 감상해 보며...

 

나무들이 잎을 맺는다
무어라 할 말이라도 있는 듯
새싹들이 느슨하게 퍼져나간다
푸르름에 슬픔이라도 배어있는 듯
나무들은 다시 태어나건만
우리는 늙기만 하는 까닭인가?
아니, 나무들도 죽음을 맞이하나니
해마다 새로이 태어나는 비밀은
나이테에 아로새겨졌으니
동요하는 성곽은 애태운다

여전히 무성한 5월의 숲에서
지난해는 죽었다고 나무들이 말하는 듯하다
새롭게 시작하라고 새롭게... 새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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