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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대로 영화 리뷰

<폴링 스노우> 영화 리뷰

by 미유네코 2023.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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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폴링 스노우>
Despite the Falling Snow. 2017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조각상과 구조물들 거기에 레닌의 초상화에 이르기까지 1950년대 소련을 완벽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은 영화 <폴링 스노우>는 원작 소설 'Despite the Falling Snow'를 집필하기도 한 샤밈 샤리프 감독 작품으로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전형적인 멜로드라마다.
 

 
폴링 스노우
1959년 모스크바. 평생 조국을 위해 살아온 소련 정부 관료 ‘사샤’. 부모의 죽음을 목격하고 소련 체제를 반대하며 스파이로 성장한 ‘카티야’. 남몰래 사랑하고 있던 ‘카티야’를 친구인 ‘사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시킨 스파이 ‘미샤’. 하지만 ‘사샤’와 ‘카티야’는 진실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결국 사랑하는 연인 ‘카티야’와 함께하기 위해 조국을 버리고 미국으로의 도피 망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느 날 ‘카티야’가 갑자기 사라지는데… 친구도 연인도 믿을 수 없었던 잔혹한 시대에 시작된 위험한 사랑 그리고 사라진 연인… 영원한 기다림이 시작된다. 그리고 1992년 뉴욕, 그 사랑의 진실이 밝혀진다…
평점
5.7 (2017.02.09 개봉)
감독
샤밈 샤리프
출연
레베카 퍼거슨, 찰스 댄스, 샘 리드, 올리버 잭슨 코헨, 안트예 트라우에, 안소니 헤드, 에이미 너탤, 투레 린드하르트, 벤 배트, 브라니슬라브 토마세비츠, 밀로시 티모티예비치, 타마라 크르추노비치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레베카 퍼거슨의 1인 2역이다.

레베카 퍼거슨은 1959년 소련 여성 '카티야'와 1992년 미국 뉴욕의 '로렌', 고모와 조카 사이인 두 여인을 함께 소화해 냈는데, 제작진은 그녀의 1인 2역을 보다 완벽하고도 세밀하게 표현하기 위해  의상을 비롯한 헤어와 메이크업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고 한다.
덕분에 나는 영화초반까지만 해도 너무나 다른 분위기와 스타일의 두 여성을 보면서 미처 같은 배우임을 깨닫지 못하는 사태를 경험하기도 했다는 걸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1961년 뉴욕.

미국과 소련 양국 국기가 나란히 걸린 연회장, 양국의 평화와 화합을 위한 자리에 소련 외교부 제3차관 수석보좌관인 알렉산더 이바노프(샘 리드)가 사절단으로 파견되었는데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당신이 원하던 기회가 왔어요" 라며 은밀하게 말을 전하는 미국무부 소속의 재키 헤이븐에게 알렉산더는 대답한다. "아내 없이는 거래도 없어요".  알렉산더는 미국으로의 망명을 위해 지금 큰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순식간에 장면은 1992년 뉴욕으로 바뀌면서 마침 TV 뉴스에서는 소련의 붕괴소식을 전하고 있다. 
"소련의 붕괴가 믿어지지 않습니다. 잔혹한 공산주의 체제로 고통받던 땅에 개혁의 문이 열렸습니다"

 

부모를 일찍 여읜 조카 로렌을 딸처럼 키워온 고모부 알렉산더는 이제 백발의 노인이 되어 있다.

그런 고모부에게 폭탄선언을 하는 로렌, "저 모스크바에 가기로 마음먹었어요. 이렇게 큰 전시회 여는 게 소원이었어요".  모스크바에서의 전시회를 핑계로 말은 이렇게 했지만 로렌은 사실 소련에 혼자만 남겨져야 했던 고모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었던 것인데...

 

 

영화는 그렇게 과거와 현재(1992년)를 교차하면서 그 모든 진실들을 잔잔하게 들려준다.

스탈린 정권에 반대한 반체제 인사였다는 이유로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모두 잃게 된 카티야는 학교 행정실에서 일하면서 스파이로도 활동하고 있었는데, 조직의 리더이자 알렉산더의 친구이기도 한 미샤(올리버 잭슨 코헨)는 그녀가 알렉산더에게 의도적인 접근을 하도록 지시하게 되고, 이로써 카티야와 알렉산더의 가슴 아픈 사랑이 시작되고야 만 거였다.   

 

이쯤에서 배우들의 면모를 한번 살펴보자면, 

먼저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  '미션걸'로 출연하면서 액션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던 스웨덴 출신의 레베카 퍼거슨(레베카 페르구손)은 2013년 BBC 드라마 <화이트 퀸>에서 왕비 엘리자베스 우드빌을 연기하면서 스타덤에 올랐고, 잉그리드 버그먼, 아니타 엑베리, 레나 올린, 앤 마그렛에 이어 역사상 5번째로 골든 글로브 후보에 오른 스웨덴 여배우로 기록됐다.

 

 

카티야의 사랑이었던 알렉산더역의 호주 출신 배우 샘 리드는 2014년 개봉해 전 세계에 꽃미남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한 영화 <라이엇 클럽>에서 '휴고 프레이저'역으로 여심을 사로잡은 바 있다.

여전히 미소년의 모습이 남아있는 샘 리드는 "난 조국이 옳다고 믿는 사람이야"라고 말했을 만큼, 또한 친구인 미샤가 '크렘린궁의 도련님'이라고 칭하기도 했던 뼛속까지 소련인인 알렉산더가 진정한 사랑을 만나면서 혼란과 갈등 속에 변모해 가는 모습을 잘 소화해 냈다.

 

스파이 조직의 수장이자 알렉산더의 친구인 미샤역으로는 영화 <더 레이븐>, <인비저블맨>을 통해 강렬한 이미지를 선보이기도 했던 영국 출신 배우 올리버 잭슨 코헨이 맡았다.

 

그리고 빼놓으면 안 될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명배우 찰스 댄스는 푸근하면서도 슬픔 어린 노년의 알렉산더를 연기했는데, 
1979년 <007> 시리즈로 데뷔하여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 <이미테이션 게임>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명성을 쌓아왔고, 미드 <왕좌의 게임>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티윈 래니스터'의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다시 영화 속으로 돌아가 보면, 1992년 고모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모스크바에서 전시회를 열게 된 로렌은 자신을 갤러리에 소개했다는 일면식도 없는 인물 마리나 기자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이로써 우리는 곧 아픔의 반전을 맞닥뜨리게 될 거였는데, 개인적인 입장에서 이 영화가 더 안타까웠던 건 카티야와 알렉산더의 슬픈 러브스토리 때문만은 아니었으니...

냉전시대, 그 이념과 체제로 인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희생되는 과정에서 그게 어린아이들에게조차도 예외일 수 없었다는 건 두고두고 너무 잔인한 역사로 내 마음을 아프게 했던 거다.


그리고 모스크바에는 내내 하얀 눈이 그렇게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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