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의 피
The Policeman's Lineage, 2022
<아이들...>, <리턴>을 연출한 이규만 감독의 <경관의 피>는 원리원칙주의자인 신입 경찰이 예기치 않게 선배 경찰의 비리 혐의 수사를 위한 언더커버 내사 임무를 맡게 되면서 도덕적 신념이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범죄 수사물로 사사키 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 등급: 15세 관람가
- 장르: 범죄, 드라마
- 국가: 대한민국
- 러닝타임: 119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한밤중, 한 남자가 허겁지겁 달려가고 있다. 무언가를, 누군가를 찾는 것 같았는데...
그리고 잠시 후 그가 발견한 것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이미 사망한 상태의 피해자였고, 방금 전 골목길에서 스쳐 지나간 남자가 범인일 수 있다는 판단하에 바로 뒤쫓아가 보았지만 결국 놓치고 말았는데, 도대체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편, 법원에서는 재판이 한창이었다.
서초경찰서 강력계 형사들이 오랜 잠복 끝에 힘겹게 검거했던 마약사범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던 건데, 피의자 측 변호인은 체포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후배 형사 최민재(최우식)를 증인으로 불러 세워, 피의자가 주장하고 있는 선배 형사의 강압 수사가 사실인지에 대한 진위여부를 따져 묻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칙주의자였던 신입 형사 최민재가 경찰서의 기대와는 다르게 강압 수사가 있었음을 인정하자, 그를 바라보는 경찰 내 시선은 결코 곱지 못했는데...
그렇게 죄인처럼 편치 않은 시간들을 이어가고 있던 어느 날 청문 감사실에서 최민재 형사를 호출했다.
서울청에서 나왔다면서 자신들을 소개한 수사 1 계장과 황인호(박희순) 감찰계장은 최민재 형사에게 누군가의 인사기록카드가 들어 있는 서류봉투를 건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는데...
수사1계장: 부탁할 게 하나 있어서 불렀어. 자네가 내사 임무를 좀 맡아줘야겠어. 비밀리에...
최민재: 지금 경찰 뒤를 캐라는 말씀이십니까? 인사 명령입니까?
수사1계장: 그런 건 아니야. 온전히 자네 결정에 달렸어.
최민재: 그럼 거절하겠습니다. 이런 불명예는 싫습니다. 직무상 제 소관도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감찰 계장: 경찰이 죽었어! 그 일 때문에... 경찰의 명예가 달린 일이야. 바깥에 알려지기 전에 우리가 먼저 쳐내야 돼.
감찰 계장: 광수대 박강윤(조진웅)이라고 자네도 한 번쯤 들어봤을 거야. 전공은 첩보 수집이고, 조직 폭력, 마약, 도박은 물론이고 그 바닥에 꽂아둔 빨대가 국보급이야. 독보적으로 유능한 놈이지. 우린 박강윤이 특정 조직의 뒤를 봐주면서 막대한 이권을 챙기고 있다고 본다.
최민재: 그런데 경찰이 죽었다는 말씀은...
감찰 계장: 박강윤을 내사하던 광수대 동료 이명주 경사가 피살됐다. 내사를 눈치챈 박강윤이 이명주 경사를 살인 청부하고, 그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우린 보고 있다. 경찰이 경찰을 죽인 사건이란 얘기지.
최민재: 근데 왜 하필 접니까?
감찰 계장: 조부 최을영, 부친 최동수 그리고 자네 최민재, 3대가 경찰이잖아. 자네 몸속엔 '경찰의 피'가 흘러. 부친께서 복무 중에 돌아가셨지? 그런데 순식 인정은 못 받으셨고... 자네 아버지에 관한 기밀 처리된 파일이 있다는 걸 알고 있나? 이 일이 끝나면 그걸 보여줄 수 있다!
이렇듯 물지 않을 수 없는 미끼를 제대로 던진 결과 최민재 형사는 결국 언더커버 내사 임무를 수락하게 되는데...
그리하여 최민재 형사는 눈칫밥 먹는 신세였던 서초서를 떠나, 광수대 박강윤이 반장으로 있는 팀으로 배정되었다.
다행인 건 모두들 막내인 최민재를 환대해 주는 화기애애한 팀 분위기였는데, 또 의외였던 것은 박강윤 반장이 새로 부임한 최민재를 자신의 조원으로 두겠다면서 항상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던 것이다. 알고 보니 박강윤 반장은 최민재의 아버지와 인연이 있는 사이라고...
하지만 박강윤 반장이 해외 마약 밀수 및 판매를 하고 있는 동철파 보스 차동철(박명훈)의 뒤를 봐주면서 이권을 챙기고 있다는 정황은 찾기 어려웠고, 박강윤은 오직 자신이 세 번을 잡아넣었으나 세 번 모두 기막히게 빠져나간 마약 제조 및 유통 전과 3범 나영빈(권율) 대표를 잡는 것에 혈안에 되어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이명주 형사를 살해한 범인을 바로 박강윤 반장이 직접 잡아들이게 되면서, 감찰 계장이 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박강윤의 행보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 최민재 형사였는데...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최민재 형사가 분명 혐의점 없는 것으로 보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황인호 감찰계장은 경찰복무규정 위반으로 고발됐다는 이유를 들어 박강윤 반장의 자택을 급습했던 것이다. 그것도 최민재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최민재: 제 보고는 반영이 안 되는 겁니까? 그게 아니면 제가 모르는 다른 혐의가 있는 거예요?
황인호: 지금 그 자식을 두둔하고 싶은 거냐? 넌 경찰이야, 잊지 마!
하지만 박강윤은 결국 풀려났고, 대신 최민재의 언더커버 사실이 노출되고 말았는데...
박강윤: 뭐 하나만 물어보자. 감찰 애들 지시랑 내가 시키는 것과 상충된다. 누구를 따를래? 잘 들어. 넌 내 반원이고 우린 한 팀이다. 그러니까 내 명령만 따르면 된다.
최민재: 그게 규칙에 어긋나고 위법이어도요?
박강윤: 범죄 추적은 위법이 될 수 없다. 어떤 경우, 어떤 방식도... 진짜 경찰이 되는 것과 비겁한 관료가 되는 것, 둘 중에 선택하는 문제야. 곧 하나를 선택해야 될 때가 올 거다.
이로써 최민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는데...
<경관의 피>는 영화 평점이 높은 편은 아니어서, 조금 걱정을 하면서 보기 시작했던 영화다. 하지만 생각보다 꽤 괜찮은 범죄 수사물이었다고 생각되는데, 짧은 영화평에서는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았다는 의견들이 꽤 많이 보였지만, 넷플릭스 OTT로 자막 켠 상태로 봤을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기는 했다.
어디서 본 듯한 흔한 스토리라는 의견도 있긴 했고, 원작 소설을 이미 보신 분들에게는 또 어떨지 모르겠으나, 나에게 이 영화가 좋았던 건 중후반까지도 결말의 예측이 쉽지는 않았다는 점에 있다.
당연히 처음에는 감찰계장 말대로 박강윤이 나쁜 경찰이겠거니 생각하며 시작했지만, 점점 이게 아닌가 의심이 들기 시작하면서 최민재 형사가 경험했을 혼란스러움을 함께 겪어야 했고, 또한 최민재 형사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도 사뭇 궁금해져서 끝까지 의심의 의심을 거듭하면서 몰입하며 볼 수 있었던 영화다.
게다가 긴장감이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짬짬이 나와 맞는 유머코드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서 피식피식 웃기도 했는데, 물론 웃으라고 작정한 건 아닐지 모르겠으나 주차위반에 걸린 벤츠 경찰차와 웨이터의 떨리는 손 연기는 기억에 많이 남으며, 조진웅과 최우식 배우의 브로맨스를 물론이고, 권율과 박명훈 배우를 비롯한 권기안 사장역 백현진 등 조연 배우들의 찰진 연기도 참 좋았던 영화 <경찰의 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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