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어웨이
Faraway, 2023
바네사 요프(anessa Jopp) 감독의 <파어웨이>는 주부로서의 삶에 충실했던 중년 여성이 크로아티아로 충동적인 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새로운 삶과 사랑을 발견하게 되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독일 영화로 앨릭스 켄들(Alex Kendall)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 등급: 15세 관람가
- 장르: 코미디, 멜로/로맨스
- 국가: 독일
- 러닝타임: 108분
독일 뮌헨에 살고 있는 49세의 주부 제이네프(나오미 크라우스,Naomi Krauss)는 아침부터 보정속옷을 힘겹게 챙겨 입는 중이었다.
남편: 5분만 더 잘게. 오늘 일찍 출근해야 해.
아내: 출근을 한다고?
남편: 왜? 출근하는 데 문제 있어? 새 직원이 들어와서 일 가르쳐야 해. 그래야 이따 장례식에 참석하지. 이미 장모님께 작별 인사도 했고...
그랬다. 오늘은 다름 아닌 엄마의 장례식날이었던 건데,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남편 일리아스(아드난 마랄,Adnan Maral)는 굳이 오늘 출근을 하겠다고 하고, 함께 살고 있는 아버지는 빨래거리를 한 아름 안겨 주며 불평불만을 늘어놓으시고, 틱틱거리는 딸 피아(바하르 발즈,Bahar Balci) 역시도 할아버지에게 절대 뒤지지 않는 모습이었으니, 제이네프의 마음과는 달리 다른 가족들에게서는 슬픔이나 엄숙한 애도의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이 아주 부산스럽기 그지없는 분위기였는데...
한편, 이날 아침 위층에 살고 있는 이웃이자 변호사인 에델뷔텔 씨가 제이네프를 따로 부르더니, 엄마가 생전에 맡겨두셨다면서 서류봉투 하나를 전해주었다. 그 안에는 크로아티아어로 쓰인 엄마의 다이어리와 함께 주택 매매 계약서가 들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엄마가 가족들 모르게 크로아티아에 집을 한 채 사두셨던 것이었다.
아버지는 그동안 엄마가 자신을 속여왔다면서 화를 내셨지만, 일단 오늘은 장례식을 무사히 치르는 것이 급선무였고,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자신을 위해 추도사를 대신 읽어 주겠노라고 약속한 남편이 제시간 안에 꼭 도착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는데...
하지만, 남편은 결국 장례식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새로 왔다는 젊은 여자 셰프와 너무나도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제이네프는 도무지 어이가 없었는데...
아내: 그 웃음 너무 하잖아. 당신을 5분 동안 10대처럼 느끼게 해 준 그 여자가 엄마 장례식에서 내 옆에 있어 주는 것보다 더 중요했어?
남편: 그런 말 마, 나도 장모님 좋아했어. 당연히 참석하고 싶었지. 근데 시계가 멈춰서...
상실감에 이은 너무 큰 실망감에 이대로는 도저히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다고 생각한 그녀는 문득 엄마가 사두셨다는 크로아티아의 그 집에 한번 찾아가 보고 싶어 졌는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그곳에서 제이네프는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어 바다 전망 하나는 최고로 아름다운 엄마의 집을 만날 수가 있었는데, 그런데 이상하다. 이 집에 웬 남자가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제이네프: 여긴 카타리나 빌리치 집인데요, 당신 누구죠?
요시프: 저는 요시프 체가고, 45년간 여기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만...
제이네프: 이사 나가는데 얼마나 걸리죠?
이 집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요시프(고란 보그단,Goran Bogdan)는 15년 전에 상황이 안 좋아져 집을 팔기는 했지만, 매수인 되시는 분이 계속 이 집에서 살아도 된다고 해서 지금까지 여기서 살고 있었을 뿐이라고 했다. 게다가 집은 팔았어도 땅 전체를 판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마당 일부는 여전히 자신의 소유라면서 당당하게 마당에 텐트를 치고 지내기 시작했는데...
아무런 계획도 없이 엄마의 다이어리와 매매계약서만 들고 떠나온 낯선 크로아티아, 자신의 삶은 독일 뮌헨에 있었기에 당장 크로아티아로 이사를 올 수도 없는 상황에서 전망 좋은 이 집을 깨끗하게 손본 후 관광객을 위한 에어비앤비(Air B&B)로 운영하면 좋겠다고 판단한 제이네프는 부동산 중개업자 콘래드(아르툠 길츠,Artjom Gilz)에게 의뢰를 맡기게 된다.
하지만 집 앞마당에 이전 주인이 떡하니 텐트를 치고 지내고 있는 상황에서 에어비앤비가 과연 가능하기는 할는지 의문이 들던 어느 날 콘래드는 이 집을 사겠다는 작자가 나타났다면서 큰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했는데...
"영어를 하긴 하는데, 계약서는 독일어로 돼 있고, 집은 크로아티아에 있는데, 튀르키예인이라니, 혼란스러운 삶이겠네요"
요시프의 말처럼 그동안의 삶이 혼란스러웠던 건 아니지만, 이곳에서 살았던 부모님과는 달리 크로아티아어를 전혀 할 줄 몰라서 엄마의 마음이 담겨 있을 다이어리를 읽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제이네프도 조금 답답하기는 했다. 어쨌든 낯선 이국땅에 남편도 없이 혼자 온 그녀를 모른 척하지 않고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준 사람이 바로 요시프였는데...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물론이고 자신이 평생 살아왔던 그 집을 또다시 다른 사람에게 파는 건 절대 안 된다고 반기를 든 사람 역시도 요시프였으니, 그가 버젓이 집 앞마당에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고수익을 올리는 건물주가 되거나 아니면 매매차익으로 큰 부자가 되는 일이 과연 가능할 수 있을까?
또한, 제이네프와 남편 일리아스, 남편과 젊은 여성 셰프, 그리고 요시프와 콘래드까지... 이들의 복잡 미묘하게 얽힌 야릇한 상황은 또 어떻게 교통정리가 될는지...
<파어웨이>는 아내로 엄마로 딸로 살아가느라 정작 자신의 행복은 놓치고 살아가던 중년여성 제이네프의 의무만 가득했던 독일에서의 삶과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던 크로아티아에서의 삶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는 영화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가족들에게 치이던 그 모습이 안쓰럽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크로아티아의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절경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함께 기분이 좋아졌는데, 이처럼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미가 돋보였고, 크로아티아뿐만 아니라 영화 초반 장례식이 진행되던 묘지 장면이 또 어찌나 아름답던지 지금까지 이렇게 예쁜 장례식을 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고, 게다가 적재적소에 OST가 가미되면서 영화는 한껏 풍성해졌다.
<파어웨이>는 통통한 여주인공을 등장시켰던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기혼여성 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재치만점 웃음 충만한 영화였는데, 특히 청년부터 할아버지까지 여섯 남자들의 뜬금없는 대격돌 장면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었다.
엄마가 딸을 이해하고, 딸이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 시간... 그리하여 온전한 자신을 되찾아가는 그 과정 속에서 결코 예쁘게 포장하려 들지 않은 중년의 사랑이 유쾌하게 담겨 좋았던 로맨틱 코미디 영화 <파어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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