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V 페라리
FORD v FERRARI, 2019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로건>, <나잇 & 데이>, <아이덴티티>를 연출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포드 V 페라리>는 스포츠카 내구 레이스 경기인 '르망 24시'에서 한 획을 그었던 실존 인물 '캐롤 셸비'와 '켄 마일스'의 열정과 우정이 아름다운 영화였다.
- 등급: 12세 관람가
- 장르: 액션, 드라마
- 국가: 미국
- 러닝타임: 152분
- 수상내역
2020
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편집상, 음향편집상)
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편집상)
35회 산타바바라 국제영화제(버라이어티 상)
'7,000 RPM 어딘가엔 그런 지점이 있어. 모든 게 희미해지는 지점이... 차는 무게를 잃고, 그대로 사라지지. 남은 건 시공을 가로지르는 몸뿐... 7,000 RPM 바로 거기서 만나는 거야. 그 순간에 질문 하나를 던지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넌 누구인가?'
'1959년도 르망 24시 생중계입니다. 레이스 중반인 현재 5번 애스턴 마틴 '캐롤 셸비'가 단독 선두입니다'
영화는 프랑스 르망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스포츠카 내구 레이스 경기인 '르망 24시'에 출전하여, 1959년도 우승을 거머쥔 캐롤 셸비(맷 데이먼)의 모습과 함께 시작된다.
하지만 그의 카레이서로서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는데, 우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각한 심장 판막 손상 진단을 받게 되면서, 결국 은퇴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던 것.
1961년 USAC 로드 레이싱 챔피언십 우승 경력이 있는 또 한 명의 레이싱 드라이버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는 차량 정비소를 운영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생활형편은 빠듯했지만 항상 그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아내 몰리(케이트리오나 발피)와 아빠를 우상으로 여기는 아들 피터(노아 주프)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한편, 헨리 포드 2세(트레이시 레츠)가 회장으로 있는 포드 자동차는 최근 판매실적 하락으로 고민이 많았는데, 이를 극복하고자 마케팅팀 책임자인 리 아이아코카(존 번탈)가 생각해 낸 자구책은 이러했다.
"이제 우리 포드도 레이싱에 나설 때입니다! 페라리는 5년간 르망에서 네 번 우승했죠. 우리도 페라리처럼 생각해야 합니다. 엔초 페라리(레모 기론)의 차가 의미하는 것은 바로 승리! 사람들은 그런 승리를 소유하고 싶어 해요. 포드 로고가 승리를 의미한다면 어떨까요?"
하지만 그것이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은 아니었기에, 마침 파산 위기에 처한 페라리를 인수합병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게 되었으나, 계약 성사 직전 페라리를 피아트에게 뺏기게 되면서 제대로 체면을 구기게 된 헨리 포드 2세는 결국 결심했다!
"최고의 엔지니어들을 찾아오게. 최고의 드라이버들도... 얼마가 들던 상관없네. 레이스카를 만들어야겠어!"
심장병으로 은퇴한 이후 '셸비 아메리칸'이라는 이름의 자동차 제조사를 운영하고 있던 캐롤 셸비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으니...
리 아이아코카: 포드를 르망 24시에서 우승시키고 싶은데, 우승해 본 미국인이 당신뿐이잖아요. 그래서 물어보는데, 뭐가 필요할까요?
캐롤 셸비: 돈으로 못 사는 게 필요하죠.
리 아이아코카: 쉽지 않단 얘기군요...
캐롤 셸비: 우승은 돈으로 못 사지만, 승산이 있는 사람은 살 수 있죠!
그리하여 캐롤 셸비는 친구이자 실력 있는 레이싱 드라이버였던 켄 마일스를 영입하게 되는데...
하지만 현실은 캐롤 셸비가 예상했던 것 그 이상으로 고난의 길이었다.
르망 24에서 독주를 하고 있는 페라리를 끌어내리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무조건 페라리보다 뛰어난 성능의 스포츠카를 만들어 내야 했고, 당연히 그에 걸맞은 최고 실력의 드라이버가 필요했으나, 엉뚱하게도 포드라는 기업의 문화가 의외의 걸림돌이 되고 말았는데...
부사장인 리오 비비(조쉬 루카스)는 르망 24에서도 물론 우승을 해야 하지만, 자동차를 판매해야 하는 포드의 대외적인 이미지 또한 중요하다면서, 다혈질에 제멋대로인 켄 마일스를 라인업에서 제외하겠다고 했다.
결국 1965년 르망 24시에 켄 마일스 없이 출전했던 포드의 GT40은 기어박스 고장으로 중도포기하게 되었고, 신문에는 포드가 대패했다는 기사가 대서특필 되기도 했다. 이에 심기가 몹시 불편해진 헨리 포드 2세는 다시 캐롤 셸비를 긴급 호출했는데...
타도 페라리를 외치며 레이싱에 뛰어든 포드 자동차와 캐롤 셸비, 그리고 켄 마일스의 앞으로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는지...
<포드 V 페라리>는 한마디로 짜릿한 영화였다. 자동차에 대해 잘 몰라도 스포츠카 레이싱에 대해 전혀 몰라도 푹 빠져들어 흥미진진 미소 지으며 볼 수 있었던 이 영화는 자동차와 사람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어느 한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었는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두 사람의 불꽃같은 여정이 커다란 재미와 감동의 쓰나미를 경험하게 해 주었다.
원래 제작 초반에는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주인공으로 낙점되었고, 감독도 조셉 코신스키로 예정되었으나 제작비 문제로 무산되었던 거라 하는데, 오히려 실제 인물인 캐롤 셸비와 켄 마일스와의 싱크로율은 맷 데이먼과 크리스찬 베일의 조합이 훨씬 나아 보이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는 당연히 긴장감 넘치는 레이싱 장면이 소름과 전율의 짜릿함을 안겨주고 있지만, 그와 더불어 실존 인물들의 차에 대한 열정과 불타는 승부욕, 거기에 진한 우정과 의리까지 한데 어우러지면서 더욱 특별한 뭉클함이 있었다.
특히 나를 웃게 만들었던 장면으로 헨리 포드 2세의 시승장면과 두 남자의 치고받으며 싸우던 장면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 회장님의 인간적인 면모, 그리고 두 사람의 찐 우정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었고, 게다가 마지막에는 맷 데이먼의 섬세한 표정 연기 때문에 또 어쩔 수 없이 울컥하게도 됐던...
그리하여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 자동차에 진심인 사람들의 가슴 뜨거운 이야기 <포드 V 페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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