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2022
이훈국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효자>는 얼마 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산소에 모셨던 5형제,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들 앞에 어머니가 다시 살아 돌아오시면서 펼쳐지는 황당하고 기막힌 '동방예의 좀비극', 웃픈 '좌충우돌 효도기'를 담은 코미디 가족 영화다.
< 영화의 앞부분만 조금 자세히 언급할 것이며, 결말 및 결정적 스포일러는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 평점
- 9.1 (2022.01.27 개봉)
- 감독
- 이훈국
- 출연
- 연운경, 김뢰하, 이철민, 정경호, 박효준, 전운종, 안민영, 엄주연, 정지연, 이현웅, 김민식, 김필, 나미희, 문호진, 이관호, 김나윤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장르: 코미디, 공포
- 국가: 대한민국
- 러닝타임: 117분
전라북도 임실에 살고 있던, 아들 다섯을 둔 나춘자(연운경)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의 아들들 소개를 먼저 해보자면...
1.장남: 황길남(김뢰하)은 영숙(안민영)과 결혼했는데, 마흔이 넘어 얻은 소중한 딸 미영(엄주연)의 지병 때문에 늘 걱정이 많았다.
2.차남: 황길중(이철민)은 어머니의 유산을 처분해 형제들에게 모두 나눠주기는 했지만, 종산까지 팔아버렸다는 이유로 동생 길영으로부터 끊임없는 원망을 듣고 있었다.
3. 삼남: 황길영(정경호)은 다단계로 돈을 까먹고, 아내와는 5년 넘게 별거 중이다.
4. 사남: 황춘복(박효준)은 고물장수이며, 길자 돌림도 쓰지 않는 이복형제여서, 다른 형제들로부터 진짜 형제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었다.
5. 오남: 황길호(전운종)은 유일하게 서울에 살면서 작가로 일하고 있는 막내아들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뒤 장남인 길남(김뢰하)과 삼남 길영(정경호), 그리고 사남 춘복(박효준)이 함께 모이게 되었는데...
길남: 춘복아, 니도 엄니 살아 계셨을 적에 결혼을 했으면 얼마나 엄니가 좋아했겄냐? 그것이 효도 아니여.
길영: 긍게요, 엄니만 살아 계시면 나가 참말로 잘할 수 있어요.
길남: 그려, 한잔 하자.
춘복: 근데, 엄니 산소에 한번 가야 되겄는디요?
이날 라디오에서 태풍 소식을 접하게 된 형제들은 어머니가 걱정되어 산소에 함께 가기로 약속을 하게 되었는데...
하지만,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산소를 찾은 아들들은 어머니의 봉분이 이미 비바람에 휩쓸려 내려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수색 작업에 나서기도 했지만, 어머니의 시신을 찾는 데는 실패하여, 결국 허탈한 심정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오셨다. 그것도 두 발로 멀쩡하게 걸어서...
길영: 이게 다 뭔 일이여. 엄니가 살아 돌아왔네요.
길중: 근데 심장이 안 뛴다.
길영: 그럼 뭐여? 귀신? 좀비?
길중: 엄니한테 좀비가 뭐여?
길영: 그럼 뭐라 해?
길중: 엄니는... 그냥 엄니여, 엄니!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쓰러져 잠드신 어머니를 방에 모신 아들들은 놀라움과 반가움, 그리고 무서움이 공존하는 가운데, 이 기막힌 상황을 정리해 보려고 애썼는데, 장남인 길남은 무엇보다 어머니가 살아 돌아오셨다는 사실이 제일 중하다면서, 생전에 못 해 드린 효도를 하자고 했지만, 생전에 치매셨던 어머니가 과연 자신들을 알아보실지도 의문이기는 했다.
어머니 산소에 함께 가지 못했던 춘복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고, 형제들은 일단 마을 사람들이 알면 안 되니 비밀로 하자고 했는데...
어머니는 대체 왜 다시 오신 걸까?
이훈국 감독의 인터뷰에 의하면, 어떤 할머니의 묘를 이장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악몽을 꾸게 되었는데, 놀라서 잠에서 깨어났을 만큼 너무 잔인하고 무서웠지만, 한편으로는 그 인물의 사연이 궁금해져서 그것이 <효자>의 시나리오 작업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데다 반짝반짝 스타배우 한 명 없는 영화였지만, 그 대신 탄탄한 연기력으로 다져진 명품 조연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제대로 빛을 발한 <효자>는 그야말로 심금을 울리는 가족 영화였는데, 물론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타나면서 이것은 호러로구나 살짝 오싹하기도 했고,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임에는 틀림없었지만, 그래도 너무 슬프지만은 않게 코미디 장르가 적절히 스며들어 있는 따뜻하고 속 깊은 영화였다.
그동안 엄마와 딸에 대한 영화나 불효자에 대한 이야기를 더 자주 접해왔던 게 사실인데, 이렇게 5형제와 어머니의 가슴 뭉클한 사연이 너무나 특별하게 다가왔고, 무엇보다 결말을 예측하기 쉽지 않아서 더 궁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됐던 <효자>는 '孝子'로 시작하여 '孝咨'로 마무리된 여운 깊은 영화로 모두에게, 특히 자식들에게 더욱 추천하고 싶다는...
* 孝咨(효자): 咨 [물을 자] 1.묻다 2.탄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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