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스
Jules, 2023
<퍼즐>, <갓 비헤이빙 배들리>를 연출한 마크 터틀타웁 감독의 <줄스>는 어느 날 갑자기, 혼자 살고 있던 밀턴 할아버지 댁의 뒷마당으로 UFO가 불시착을 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SF 영화다.
< 영화의 앞부분은 조금 자세히 언급하지만, 결말이나 결정적인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
- 평점
- 10.0 undefined
- 감독
- 마크 터틀타웁
- 출연
- 벤 킹슬리, 해리엇 샌섬 해리스, 제인 커틴, 안나 조지, 도날드 폴
-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장르: 코미디/SF/드라마
- 국가: 미국
- 러닝타임: 87분
펜실베이니아주 '분턴(Boonton)'에서 홀로 지내고 있는 밀턴(벤 킹슬리) 할아버지는 뒷마당의 꽃나무를 가꾸고 새들을 위해 물과 모이를 챙겨주는 것이 소소한 낙이자 일상이었고, 근처에 살고 있는 딸 데니스(조 윈터스)가 가끔씩 들러서 아버지의 안부를 살피며, 청구서 등을 챙겨주고 있었는데...
딸: 화장실 수납장에서 이걸 발견했는데, 왜 거기 두신 거예요?
아빠: 부엌 수납장이 꽉 차서 그랬나? 내가 딴 데 정신이 팔렸었나 봐.
딸: 아빠, 괜찮으신 거예요?
아빠: 응
딸: 병원에 가서 검사 좀 받아볼까요?
아빠: 그럴 필요 없어.
먼 타지에 살고 있는 남동생은 연락도 거의 하지 않고 있어서, 데니스가 아버지를 챙겨드리고 있었던 건데, 최근 깜빡깜빡하시는 경우가 잦아져서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는데...
밀턴 할아버지의 또 다른 일상의 루틴은 바로 '분턴 시청'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분턴 시의회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마르티네스 시장과 우 시의원, 대니얼스 시의원 등 시의회 관계자들이 함께 참석하여, 먼저 공지사항을 전달하고 나면, 이후 주민들의 의견이나 기타 건의사항을 듣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건데, 시의회는 의견을 경청하되 즉답은 하지 않는다고...
1분 30초 동안 한 사람씩 나와서 소신껏 발언을 하지만,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으면 매번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기 일쑤였고, 그건 밀턴 할아버지 역시도 마찬가지였는데, 분턴의 슬로건을 바꿔야 한다는 것과 추가설치가 필요한 건널목에 대한 내용이 바로 그것이었다.
조이스(제인 커틴) 할머니는 4년 내내 '피클볼'에 관해 얘기를 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시의회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고, 샌디(해리엇 샌섬 해리스) 할머니는 노인과 청년의 유대감 형성을 위한 '노소 프로젝트' 추진을 제안하면서, 일단 동네에 포스터를 붙이고 자신이 먼저 시험 삼아 진행해 볼 생각이라고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잠을 청하기 위에 침대에 누웠던 밀턴 할아버지는 천둥 번개가 치는 듯한 엄청난 소리에 놀라 뒷마당으로 나가보았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우주선으로 보이는 물체가 뒷마당에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당황한 할아버지는 바로 911에 전화를 걸었지만, 우주선이 추락했다는 말에 911 장난 전화는 중범죄라면서 가서 주무시라는 답변이 돌아왔을 뿐이었고, 다시 딸에게도 전화를 해보았으나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고 말았다.
뒷마당에 불시착한 우주선, 게다가 그 안에서 나와 마당에 미동도 없이 쓰러져 있는 외계인의 모습을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고 무서운 마음이 들었던 할아버지는 딸 데니스가 계속 전화연결이 되지 않자, 결국 시의회 회의에 가서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밀턴: UFO가 저희 집 뒷마당에 추락해서 제 진달래와 새 물통도 망쳐놨어요!
시장: UFO라고요?
밀턴: 네...
하지만 갑분싸! 사람들은 일제히 할아버지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봤고, 조이스 할머니 역시도 그런 식으로 말하면 다들 진지하게 안 듣는다면서 충고했는데, 그래도 샌디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집까지 태워다 주며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외계인이 살아있었다. 힘겹게 고개를 드는가 싶더니 다시 힘없이 쓰러지는 외계인을 본 할아버지는 여전히 무서우면서도 걱정이 되었는지, 급한 대로 담요를 가져다 덮어 주었고, 마실 물도 곁에 놓아주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물을 마시고 조금은 기운을 차린 외계인을 마주하게 된 할아버지는 추워하는 듯 안쓰러운 모습의 외계인에게 따뜻한 집안으로 들어가자고 했는데...
할아버지에게는 앞으로 얼마나 더 놀라운 일들이 펼쳐질 것인지...
그리고 이 외계인을 집안으로 들이기로 한 그 선택은 과연 옳은 결정이었을지...
<줄스>는 SF영화라기보다는 외로운 노년의 삶과 관계 회복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우선 외계인 '줄스(제이드 쿠온)'에 대해서 먼저 언급해 보자면, 거의 인간에 가까운 '줄스'의 모습은 그러나 결코 호감상은 아니었고, 이것은 감독이 의도한 바대로 탄생한 외모라고 한다.
'줄스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외계인의 이미지와 유사하면서도, 너무 사랑스럽거나 너무 무섭지 않게 만들고 싶었다'라고...
그래서 SF를 기대한 분들에게는 많이 어설퍼 보이는 우주선이나 줄스의 분장에서부터 아쉬움이 느껴질 수도 있을 텐데, 물론 저예산 영화이기도 했지만, 이 영화에서 정작 중요했던 건 외계인이라는 존재가 아니었기에 일부러 힘을 뺀 측면도 있었으리라.
그리하여 <줄스>는 한마디로 SF 영화를 가장한 노년의 휴먼 드라마였고, 이것은 주인공 세 배우의 내공과 케미로 완성되었는데, 우선 갑자기 머리숱이 많아져 못 알아봤던 벤 킹슬리는 외롭고 겁에 질린 평범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었고, 악역으로 자주 접했었던 해리엇 샌섬 해리스의 또 다른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코미디 장르가 섞여있었고, 따뜻한 감성 또한 함께였으며, 결코 슬퍼지라고 만든 영화가 아님을 알면서도, 밀턴, 샌디, 조이스의 고독한 노년을 바라보며 나는 내내 많이 쓸쓸한 마음이었는데, 특히 '노소 프로젝트'를 통해 노인과 청년이 유대감을 형성하고 서로 배우는 계기를 만들어보고자 했던 샌디를 보면서, 세대 갈등에 대해서도 다시 고민해 보게 되었던 <줄스>는 잔잔하면서도 여운이 깊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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