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더
The Founder, 2017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따뜻했던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를 연출했던 존 리 행콕 감독의 <파운더>는 그와는 정반대의 분위기로, 리처드(딕)와 모리스(맥) 형제가 함께 창업한 '맥도날드'를 멀티 믹서 세일즈맨이었던 레이 크록이 어떻게 집어삼키는지 그 냉혹한 약육강식의 세계를 여실히 보여준 영화다.
- 평점
- 7.8 (2017.04.20 개봉)
- 감독
- 존 리 핸콕
- 출연
- 마이클 키튼, 닉 오퍼맨, 존 캐롤 린치, 린다 카델리니, 비제이 노박, 로라 던, 저스틴 랜델 브룩, 케이트 닐랜드, 패트릭 윌슨, 그리프 퍼스트, 윌버 피츠제럴드, 데이빗 드 브리에스
- 등급: 15세 관람가
- 장르: 드라마
- 국가: 미국
- 러닝타임: 115분
"무슨 생각하는지 압니다. 5중 날 믹서가 왜 필요해? 밀크셰이크는 거의 팔리지도 않는데... 그렇죠? 틀렸습니다. 이런 말 들어보셨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바로 이 경우를 두고 하는 얘기죠. 셰이크가 안 팔리니 멀티 믹서가 필요 없는 게 아니라 멀티 믹서가 없기 때문에 셰이크가 안 팔리는 겁니다. 제가 장담해요. 고객들은 여기서 밀크셰이크를 주문하면 엄청 기다린단 걸 알아요. 겪어봤으니까... 절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죠. 하지만 프린스 캐슬의 멀티 믹서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지죠. 특허받은 직접 구동 방식의 전자 모터로 시원하고 맛있는 밀크셰이크를 빨리 만들 수 있죠. 저는 확신해요. 장담하는데 지금보다 훨씬 많은 셰이크를 팔게 될 겁니다. 공급이 늘어나면 수요도 따라 늘죠. 공급이 또 늘고 수요도 늘어나고... 닭과 달걀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당신은 현명하고 멀리 보는 사람이라 좋은 아이디어를 들으면 바로 알죠. 어때요? 한 대 들이시죠!"
와우~ 나였으면 '어머 이건 사야 돼' 그러면서 한대 들여놓았을 것 같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목소리로 열변을 토하는 52세의 세일즈맨 레이 크록(마이클 키튼)은 종이컵, 접이식 테이블 등에 이어 지금은 멀티 믹서를 판매하기 위해 열심히 그 장점을 어필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판매는 영 신통치가 않았고 믹서는 또 왜 이렇게 무거운지 이래저래 고단했지만 그럼에도 그는 지칠 줄 몰랐는데...
그러던 어느 날 사무실 직원으로부터 멀티 믹서 6개 주문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 레이는 한꺼번에 6개라니 뭔가 주문에 착오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주문자에게 확인전화를 걸었고, 그 주문자가 다름 아닌 맥도날드의 딕(닉 오퍼맨)과 맥(존 캐럴 린치) 형제였던 것인데, 주문 착오가 맞긴 하다며 6개가 아니라 8개라고... 이게 무슨 일... 기쁨과 동시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던 레이 크록은 무엇에라도 홀린 듯 먼 거리를 달리고 또 달려 맥도날드 햄버거 매장엘 찾아가게 되는데...
햄버거를 주문하기 위해 길게 줄 서있는 사람들의 물결에 당황스러우면서도 신기했던 레이도 함께 햄버거를 주문해 보았는데... 돈을 내자마자 주문한 햄버거가 바로 나온 것에 또 한 번 놀란 그는 점원에게 물었다.
레이: 이게 뭐죠?
점원: 주문하신 햄버거요.
레이: 아뇨, 전 방금 주문했는데요...
점원: 바로 나왔습니다.
레이: 제 거 맞아요? 그럼 포크랑 접시는 어딨죠?
점원: 포장지를 벗겨 드신 후 버리시면 됩니다.
레이: 정말요? 근데 어디서 먹죠?
점원: 차 안이나 공원, 집도 있고... 원하는 곳 어디든지요!
딕과 맥 형제는 레이가 멀티 믹서 납품업체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하자 반갑게 맞이하며 흔쾌히 매장 구석구석을 구경시켜 주었고, 레이는 이들 형제에게 저녁을 사고 싶다고 했다.
"평생 요식업계에 몸담으며 별의별 식당을 다 봤지만 이런 대단한 곳은 처음이에요. 두 분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그리하여 젊고 가난했던 형제가 어떻게 맥도날드 햄버거를 창업하게 되었으며, 주문한 지 30초 만에 햄버거가 나오는 혁신적인 스피디 시스템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지 그 모든 스토리를 전해 들을 수 있었고, 이에 사업가 기질이 다분했던 레이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이들 형제에게 '프랜차이즈'를 제안하게 되었던 건데...
이것은 과연 인연이었던 걸까... 아니면 악연이었던 걸까...
레이 크록은 교회와 국기처럼 미국 방방곡곡에서 맥도날드의 멋진 아치를 볼 수 있게 하자고 했었는데, 이제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누구나 다 아는 거대한 맥도날드로 성장을 하였다. 창업주인 딕과 맥 형제의 심정은 도대체 어떠했을런지...
물론 레이는 사업가로서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했다. 하지만 나쁘게 보자면 사기꾼 기질이 다분했고, 성공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어렵던 시절에도 변함없이 남편을 지지하고 내조했던 조강지처(로라 던)를 버렸고 다른 남자의 아내를 가로채 재혼했다. 그리하여 레이 크록이 이윤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언변 좋은 사업가였다면, 뭔가 장인의 고집스러움이 느껴지던 창업주 형제에게 마음에 가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던...
영화 <파운더>는 무엇보다 마이클 키튼의 연기가 압도적이었는데, 맥도날드 형제 닉 오퍼맨과 존 캐럴 린치가 함께 거들고, 거기에 감독의 연출력이 더해지면서 무미건조하지 않은 볼만한 전기영화로 탄생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