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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대로 영화 리뷰

<3000년의 기다림> 추천영화 리뷰..틸다 스윈튼 주연

by 미유네코 2023.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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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년의 기다림
Three Thousand Years of Longing, 2023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해피 피트>를 연출한 조지 밀러 감독의 <3000년의 기다림>은 A.S. 바이엇의 단편소설 '나이팅게일 눈 속의 정령'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서사학자인 '알리테아'와 정령 '지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아름다운 색채와 매혹적인 영상을 통해 보다 신비롭고 환상적인 판타지 로맨스로 탄생되었다.

 
3000년의 기다림
세상 모든 이야기에 통달한 서사학자 알리테아(틸다 스윈튼)가 우연히 소원을 이뤄주는 정령 지니(이드리스 엘바)를 깨워낸다. 그녀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세 번. 마음속 가장 깊은 곳, 가장 오랫동안 바라온 소원을 말할 것!
평점
7.3 (2023.01.04 개봉)
감독
조지 밀러
출연
틸다 스윈튼, 이드리스 엘바, 알릴라 브라운, 피아 선더볼트, 버크 오즈투르크

 

- 등급: 15세 관람가
- 장르: 멜로/로맨스, 판타지, 드라마
- 국가: 오스트레일리아
- 러닝타임: 108분

 

"내 이름은 알리테아, 이 이야기는 실화다.

하지만 동화라고 해야 믿을 법한 이야기다."

 

'옛날 옛적에...

인간이 금속 날개(비행기)로 하늘을 가로지르고, 물갈퀴 발(오리발)로 해저를 걸어 다니고, 손에 쥔 유리 타일(스마트폰)이 하늘에서(비행기 안에서) 사랑 노래를 들려주던 시절, 적당히 행복하고 홀로인 한 여인이 있었다. 혼자인 것은 선택이었고, 지성을 발휘하여 자립적으로 살았기에 행복했다.'

 

알리테아(틸다 스윈튼)의 전공은 '이야기'였다. 그녀는 서사학자로 인류의 모든 이야기에서 공통된 진실을 찾고자 1년에 한두 번은 낯선 땅을 여행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여행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학회 참석을 위해 24시간의 짧은 일정으로 튀르키예에 방문하게 되었다.

뜻밖에도 그녀가 묵게 될 호텔방의 이름은 '아가사 크리스티 룸'으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집필했던 바로 그 방이었고, 예사롭지 않은 그 방에서 조만간 아주 특별한 존재를 만나게 될 것이었는데...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엔 거리가 62개, 점포가 4천 개다. 그중 한 상점에 방이 3개 있었는데, 제일 작은 방엔 골동품 무더기가 있었고, 알리테아는 기념품으로 나선형 청백 패턴의 유리병 하나를 골랐는데, 뭐든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쯤은 담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어쩌면 운명적인 이끌림이었을지도...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호텔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새로 산 골동품 유리병을 깨끗하게 닦아보려다가 그만 의도치 않게 유리병의 뚜껑이 열려버리게 된 건데... 그리고 그녀가 마주하게 된 건 어마무시하게 큰 거인의 등짝...

 

"두려워할 것도 태연한 척 대할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은 날 풀어준 은인이니까 감사의 표시로 세 가지 소원을 들어드리겠습니다. 세 가지 규칙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무한한 소원을 빌 순 없습니다. 영원한 생명을 빌 순 없습니다. 당신은 필멸의 존재로 태어났습니다. 저는 불멸의 존재로 태어났죠. 죄를 없애 주거나 모든 고통을 끝내 줄 순 없습니다. 난 일개 정령이니까... 제약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리하여... 알리테아와 지니(이드리스 엘바)는 자신들의 지난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며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했는데...

 

자식도 형제도 부모도 없지만 한때 남편은 있었던 그녀는 어릴 적 자신의 상상 속 친구였던 엔조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전남편과의 이야기까지를 먼저 털어놓았고, 이에 화답하듯 지니는 자신이 왜 병 속에 갇히게 되었는지에 대해 아주 소상히 이야기해 주었다. 이번이 무려 세 번째로 갇힌 거였다면서...

  

유리병에 갇힌 건 결국 갈망 때문이었다고 회상한 지니는 그가 사랑했던 시바 여왕과 자신을 황동병 속에 가둔 장본인 솔로몬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서, 무스타파 왕자에게 빠진 콘스탄티노플 궁전의 노예 걸텐이 마지막 세 번째 소원을 빌지 않았던 사연, 그리고 시바 여왕보다 자유보다도 더 사랑했었다는 여성 제피르에 대한 세 번째 이야기까지...

 

하지만 지금 지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알리테아가 빨리 소원을 빌고, 그  세 가지 소원이 완성되어, 비로소 자신이 정령의 왕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었는데...

 

하지만 서사학자로서 이미 정령과 소원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알고 있었던 알리테아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만족스러운 삶에서 더 이상의 소원은 없다고 계속 소원빌기를 거부하는 그녀 앞에서 지니는 좌불안석이 되고 말았는데...

 

지니: 그럼 남편을 되찾는 걸 소원으로 비시죠!

알리테아: 아뇨. 사기꾼 정령이 나오는 이야기들이 참 많은데 결국엔 소원 비는 인간을 이용해 먹잖아요. 소원에 대한 이야기는 다 경고성 이야기이고, 해피엔딩이 없기도 하고요. 저는 더 바랄 게 없다니까요...

지니: 인간도 천사도 정령도 소원을 마다할 존재는 없죠. 그런데 원하는 게 전혀 없다니 당신은 거짓말쟁이예요.

알리테아: 내가 소원을 하나도 안 빌면요?

지니: 그건 재앙입니다ㅠㅠ

 

이렇듯 알리테아와 지니의 본격적인 밀당이 시작되었는데...

 

그러나 수천 년의 시간을 견뎌온 지니의 그 모든 이야기들을 다 듣고 난 후 알리테아는 비로소 이렇게 말했다.

 

알리테아: 소원이 있어요. 그런데 과한 부탁일까 봐 걱정돼요. 

지니: 제 능력 안의 소원입니까?

알리테아: 그러길 빌어야죠.

지니: 당신의 마음이 갈망하는 건가요?

알리테아: 네. 확실히요!

 

과연 그녀는 지니에게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그리고 세 가지 소원이 모두 완성되어 지니는 정령의 왕국으로 무사히 돌아갔을지, 알리테아에게도 무탈하게 해피엔딩이었을는지... 

 

<3000년의 기다림>은 갈망에 대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여서 자칫 난해하고 한없이 심오해질 수 있는 주제임에도 무척이나 신비로우면서도 매혹적인 판타지 로맨스 영화로 완성해 냈다.

물론 지칠 줄 모르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순간순간 지루해지는가 싶다가도 번쩍 눈이 뜨이게 만들던 지니의 파란만장 이야기들은 그 이국적인 풍경들과 화려한 색채, 신비롭고 매혹적인 영상들로 내 마음을 사로잡고도 남음이 있었는데, 특히 솔로몬이 시바여왕에게 바친 연주 장면은 황금빛의 고운 색채와 구도속에서 모두가 숨죽인 가운데 영롱한 음률을 따라 판타지까지 함께 가미되면서 너무나 환상적인 무대를 만들어 주었던...(Sheba-Henry Mancini)

 

조근조근 책을 읽어 주듯 틸다 스윈튼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된 영화는 한 편의 환상 동화와도 같은 느낌을 주더니, 마지막에는 다채로운 그림들을 감상한 듯 혹은 지니와 함께 멋진 판타지 여행을 다녀온 듯한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게다가 엔딩 장면에서는 정작 '그녀에겐 그것으로 충분했다'고 했음에도, 나는 그만 오열을 ㅠㅠ 그사이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었었던 모양...

 

그리하여 <3000년의 기다림>은 나에게 깊은 여운으로 오롯이 남게 된 아주 특별한 영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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