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
SPACE SWEEPERS, 2021
<늑대소년>,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을 연출한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는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 SF 영화를 표방한 작품으로, 2092년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위성 궤도에서 펼쳐지는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과 수소폭탄이 내장된 대량살상용 인간형 로봇 도로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 평점
- 8.2 (2021.02.05 개봉)
- 감독
- 조성희
- 출연
-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리차드 아미티지, 김무열, 박예린, 오지율, 김향기, 나스 브라운, 케빈 도크리, 카를라 페르난다 아비야 에스코베도, 아누팜 트리파티, 조이 알브라이트, 윤해주, 모리스 터너 주니어
- 등급: 12세 관람가
- 장르: SF
- 국가: 대한민국
- 러닝타임: 136분
- 수상내역
2021
42회 청룡영화상(기술상)
26회 춘사국제영화제(최우수감독상, 남우주연상)
41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기술상, 영평10선)
15회 아시아 필름 어워즈(최우수 시각효과상)
30회 부일영화상(미술/기술상)
'숲이 사라지고 사막이 늘어갔다. 태양빛이 가려지고 토양이 산성화 되며 식물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우주개발기업 UTS는 병든 지구를 피해 위성 궤도에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오직 선택된 소수만이 그곳에 오를 수 있었다!'
2092년 서울...
UTS 낙하물 연구소 통합 창고의 책임자를 찾아간 김태호(송중기)는 5일 전 우주 교통사고에 의해 지구로 낙하하여 영안실에 안치된 7세 여아 시신의 확인을 요청했지만 역시 이번에도 그가 찾고 있는 아이는 아니어서, 아쉬운 마음을 안고 다시 우주 궤도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는데, 태호가 찾고 있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 걸까?
우주는 쓰레기 천지였다.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 유실된 우주정, 우주 건축물의 잔해들, 그것들이 서로 충돌하며 만들어 낸 수많은 작은 조각들까지... 그리고 지금도 우주 청소부들은 목숨을 걸고 총알보다 빠른 우주 쓰레기를 쫓고 있었는데, 그중에는 우주 청소선 '승리호'도 있었다. 하지만 우주 청소부는 UTS에 소속된 정식 직원이 아니었고, 말하자면 현금 사냥꾼처럼 돈 되는 우주 쓰레기를 먼저 낚아채는 사람이 임자였던 것인데...
카룸: 승리호, 보자...티타늄 합금 210, 탄소 복합재 480, 알루미늄 허니콤 17, 그 외 39kg 다 해서 584달러네. 근데 위성 안테나 하나 깨 먹었네? 벌금 1,300달러야. 돈은 다시 회사로 공제, 나머지 벌금은 자동인출, 고지서 챙겨 놨으니 제때 내도록!
태호: 왜 보여줘 돈을? 주지도 않을 돈을 왜 세서 보여 주는 거야, 이 흡혈귀 같은 놈아!
카룸: 승리호는 강화 두랄루민 선체에 양자 레이더 추력 320만 파운드, 최고 속도 4만 8천 그런 괴물을 만들어 굴리면서, 너희는 왜 돈을 못 버냐?
태호: 그게 다 빚이다. 그래 봐야 쓰레기 줍는 배인데, 장 선장이 괜히 오버질을 해 가지고 수리하고 벌금 내느라 또 빚지고 빚이 빚을 낳고...
카룸: 그래도 너희가 팀워크는 괜찮은데...
태호: 팀워크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우리 다 개판이야!
이렇듯 허울만 좋은 승리호는 정작 돈은 못 벌고 계속 빚만 늘어갔던 건데...
우주 청소선 승리호 선원들을 살펴보자면...
- 선장 장현숙(김태리): 선장인 그녀는 로봇팔을 담당하고 있으며, UTS 지니어스 프로그램의 공학 재원이었을 만큼 똑똑하지만 한 성질함. 그리고 입속에 자폭 장치를 숨겨두고 있다는 건 안 비밀.
- 박경수(진선규): 승리호의 기관사로 타이거 박, 박 씨로 불리는 그는 왕년에 마약갱단 두목이었는데, 약 팔아 가난한 애들을 도왔었다고 하며, 선원들 중에서 제일 싸움을 잘함
- 김태호(송중기): 승리호의 조종사로 어릴 때부터 소년병으로 자라난 그는 뛰어난 우주선 조종사이자 UTS 기동대 대장으로 한때 잘 나갔었지만, 명령 불복종으로 쫓겨나면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짐
- 로봇 업동이(목소리:유해진): 현재는 승리호 작살 담당 로봇이나 원래는 군사 전투용 로봇으로 공대공 타격, 오염 지역 침투, 암살 등의 임무를 담당했었다고 하는데, 장 선장이 재활용장에서 발견해 데려오면서 승리호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함.
'모든 희망이 사라졌습니다. 지구는 숨만 붙어 있을 뿐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죠. 땅이 병들었으니 갈 곳은 하늘뿐이었죠. 과거의 지구는 생명의 근원이요, 우주는 죽음의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반대가 되었습니다. 기적의 기술로 이제 사람들은 우주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아이들은 나비를 쫓아 들판을 뛰어요. 하지만 UTS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한편, UTS의 창업주이자 우주 낙원의 창조자 그리고 인류의 구원자로 불리는 제임스 설리반 회장(리처드 아미티지)은 의사이자 물리학자, 우주 공학자, 역사학자이며 현존하는 인류 중 가장 부자이고, 나이도 152세로 초고령이다. 어느 날 지구에서 기자들이 UTS 설리반 회장을 취재하기 위해 방문하게 되었는데...
설리반: UTS는 생명의 나무 슈퍼플랜트로 화성을 일구어 왔습니다. 사흘 후 15년 만에 화성이 가장 크게 빛나는 그날 화성 이주 선포식이 있어요. 이건 더럽지 않아요(손에 묻은 흙). 더러운 건 인간의 야만성이죠. 낙원을 망가뜨리는 건 여기 존재할 수 없어요.
기자: 없는 건 그뿐이 아닙니다. 아직 인류의 95%가 지옥 같은 지구에 남아 있어요. 문제는 지구에 남은 사람들과 지구 출신의 우주 노동자들입니다. 그들의 삶은 아직도 처참하고 위험합니다.
설리반: 기자님 말이 맞아요.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문제이며 우린 그 문제를 해결할 것입니다. 낙원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요. 나중에 다시 한번 오시면 더 깊은 이야기를 하도록 하죠.
그러던 어느 날 포획한 우주선을 팔기 위해 해체 작업을 진행하던 승리호 선원들은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곳을 수색하다가 에어백 풍선으로 가득 찬 뒷좌석에서 뜻밖의 여자아이 꽃님(박예린)을 발견하게 되면서 일단 데리고 오기는 했는데...
태호: 미아 사건으로 일은 일대로 못하고 경찰한테 끌려다니고 이것저것 트집 잡혀서 벌금이나 뜯기고 그러는 거 아냐?
장 선장: 찾아 주면 부모가 사례금 좀 주지 않나?
태호: 너 UTS 시민권자니? 좀 사냐고, 너희 집 부자야?
꽃님: 집 없는데요. 근데 나 배고픈데, 밥 먹고 싶은데...
장 선장: 애가 염치가 없네. 그 차 안에 있었다고?
업동이: 응. 뒷좌석 에어백 안에...그 난리 통에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몰라. 근데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저 바가지 머리...
장 선장: 배 붙이면 바로 치안 센터 데려가!
그런데 마침 그때 도로시의 사진과 함께 전송된 뉴스...
'인간형 안드로이드 로봇 도로시에 대한 제보는 아직 없습니다. 소형 수소 폭탄이 내장된 도로시는 이틀 전 극렬 테러 집단 검은여우단과 함께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대량 살상 무기입니다. 도로시를 목격 시 절대 가까이 가지 말고 즉시 900(UTS 통합 범죄 신고서비스)으로 신고하시기 바랍니다!'
일순간 공포에 질린 선원들은 도로시로 밝혀진 꽃님이가 당장이라도 터질까 봐 정신없이 도망치기 시작했는데... 하지만 지금은 터질 때가 아닌 듯했다. 잠시 후 대책을 논의하던 선원들은 아이를 찾고 있을 검은여우단과 접촉해 거액의 몸값을 받아내고 도로시를 넘기기로 결정했는데...
태호: 강현우가 이 물건 주인이신가?
현우: 얼마를 원합니까?
태호: 200만 노노노 150? 정 뭐 하면 80까지 DC가능...
현우: 200만 현금으로, 당장 만납시다! 도로시 확인되면 돈은 그 자리에서 드립니다.
태호: 저기 폭발이 좀 걱정되는데 혹시 조심해야 할 거라도?
현우: 명령 없이 폭발하지 않습니다. 이 거래가 거짓이라면 당신은 죽습니다. 약속 시각 늦지 마시오. 우린 오래 기다리지 않습니다.
이제 무사히 도로시를 넘겨주고 돈만 챙기면 되는 거였다. 넷이 나눈다고 해도 그 정도 금액이라면 태호가 순이(오지율)를 찾는 비용으로는 충분했던 건데...
가난에 허덕이던 승리호 선원들은 도로시를 무사히 넘기고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태호가 찾는 순이는 도대체 누구이며, 그 몸값으로 순이를 결국 찾아낼 수 있을까...
업동이는 원하던 피부이식을 받고 도로시처럼 인간의 모습으로 살 수 있을까...
거액을 주고서라도 도로시를 찾으려는 검은여우단과 강현우(김무열)의 정체는 또 무엇일까...
영화의 시작과 함께 바로 떠오른 건 바로 맷 데이먼 주연의 <엘리시움>이었다. 물론 전혀 다른 영화이긴 했지만...
<승리호>는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 SF 영화라는 점에서 당연히 기대와 함께 응원을 보내주고 싶은 영화였고, 다행히도 나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지는 않았는데, 특수효과가 충분히 훌륭해서 우주의 모습이라든가 우주전쟁씬도 꽤 괜찮았던...
그리고 승리호 선원들의 연기 또한 좋아서 특히 그들의 티키타카는 일품이었는데, 승리호에 업동이가 어쩔 뻔 싶을 정도로 업동이 로봇 몸체 플러스 유해진의 활약이 매우 컸다고 생각된다. 처음엔 워낙 귀여운 외모의 업동이라서 아저씨 유해진의 목소리가 어울리는 걸까 잠시 갸우뚱하기도 했지만 말이다.ㅎㅎㅎ
12세 관람가에 아이들이 등장하다 보니 신파적인 부분이야 배제하기 힘들었을 거라고 이해해 주는 걸로 하고, 다만 영화가 끝나고서야 설리반 역의 리처드 아미티지가 <호빗> 시리즈 소린 역을 맡았던 바로 그 배우인걸 알고 놀라긴 했지만, 외국인 배우들이 워낙 많이 등장하다 보니 대사가 많았던 몇몇 배우들만이라도 인지도가 좀 더 있는 좀 더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들을 캐스팅했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기는 했다.
어찌 되었건 후반부에 허약체질 로봇인 줄로만 알았던 업동이의 대활약도 멋졌고, 우주 청소부들의 벌떼 작전으로 무인공격기들과의 교전도 신명 났으며, 마지막 깜짝 소소한 반전들에 울었다 웃었다를 반복하게 되었던 나에게는 괜찮았던 영화 <승리호>다.
"태호 삼촌 그거 알아요? 우주에서는 위도 없고 아래도 없대요. 우주의 마음으로 보면 버릴 것도 없고 귀한 것도 없고요. 다 자기 자리에서 다 소중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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