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인 서울
Single in Seoul, 2023
<레드카펫>을 연출한 박범수 감독의 <싱글 인 서울>은 도시 남녀의 싱글 라이프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 출판을 앞둔 동네북 출판사를 중심으로, 편집자와 작가 사이로 만나게 된 현진과 영호를 비롯하여 주변인물들의 유쾌하면서도 소소한 일상을 함께 담아낸 로맨스 영화다.
- 등급: 12세 관람가
- 장르: 멜로/로맨스, 코미디
- 국가: 대한민국
- 러닝타임: 103분
동네북 출판사에서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는 현진(임수정)은 일할 때만큼은 똑 부러지고, 말할 때는 또 필터링을 할 줄 몰라 직설적인 성격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감성적이며 일 외적인 부분에서는 허당미 뿜뿜인 마음 따뜻한 싱글 여성으로 달콤한 연애를 꿈꾸고 있는 중이다.
한편, 입시 학원에서 잘 나가는 논술 강사로 일하고 있는 영호(이동욱)는 아름다운 뷰를 자랑하는 크고 멋진 집에서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싱글 라이프를 제대로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하루 종일 누군가의 이웃으로, 누군가의 고객으로, 누군가의 직장 동료 등 수많은 역할놀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온전히 내가 나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집에 와서까지 누군가의 애인, 남편, 부모, 사위, 형부이고 싶은가? 누군가를 위한 구군가가 되지 않고 자기 자신이 되려면 싱글이 답이다!"
라고 말하는 그는 현대인들이 불만족스러운 삶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혼자만의 시간이 적기 때문이라는 싱글 예찬론자였는데...
그러던 어느 날 출판사 대표님(장현성)이 직원들을 긴급 소집했다.
대표: 왜 작가라는 작자들은 우리 회사랑 계약만 하면 안 하던 짓들을 할까? '건강이 먼저다'를 쓴 정 닥터는 위장병에 걸려서 작업을 중단하고, '알기 쉬운 법률 상식' 쓰던 김 변호사는 사기를 당하고, '혼자가 좋다'를 작곡한 뮤지션은 느닷없이 임신을 하고...
현진: 원래 작가들이 좀 그런가 봐요. 저번에 '소통이 법칙' 쓰던 소통 전문가는 지금도 잠수 중이잖아요.
대표: 니들 생각은 어때? 뭐, 굿을 한번 할까? 그냥 '싱글 인 바르셀로나' 단권으로 가는 건 어떨까? 어차피 우리 메인은 홍 작가였으니까...
현진: 출판진흥원에서 받은 기획 개발비는 어쩌시게요?
대표: 아... 새로운 작가 누구 없을까?
사실 출판사에서는 '싱글 인 더 시티'라는 주제로 도시의 싱글 라이프를 담은 '싱글 인 서울'과 '싱글 인 바르셀로나' 두 권짜리 에세이 시리즈 출판을 준비하고 있었던 건데, 하필 서울 편을 맡기로 했던 작가가 임신을 하게 되면서 일이 틀어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대표님이 적합한 사람을 찾아냈다면서 출판사 직원들에게 예비 작가의 SNS를 보여주었고, 사진과 글 모두 괜찮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편집장 현진도 한번 만나보겠다고 했는데, 그 사람이 바로 논술 강사 영호였다.
알고 보니 대표와 현진, 영호는 모두 같은 학교 동문 선후배 사이였는데, 현진과 영호는 학창 시절 서로 얼굴만 아는 정도였어서 편집장과 작가 사이로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의 케미가 괜찮을지는 의문이기도 했다.
사실 두 사람은 출판기획서 검토 단계에서부터 의견차이를 보이기 시작했고, 영호가 쓰고자 하는 '혼자여서 좋다'라는 표현에 대해 현진은 '혼자여도 괜찮다'로 바꾸도록 제안했는데...
영호: 그럴 수 없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다 한들 '혼자 잘 살아야 나중에 둘이 되어서도 잘 산다' 이렇게 남들 다 하는 뻔하디 뻔한 얘기를 나보고 또 하라고?
현진: 다들 그렇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거죠. 사실 혼자인 사람은 없잖아요.
영호: 물론 날 때부터 혼자일 순 없지. 내 말은 사람은 최소한의 관계면 된다는 거야. 그리고 '괜찮다' 이거는 뭔가 좀 위로하는 톤이잖아. 나는 혼자야말로 진화된 인간이라고 생각하거든...
현진: 어떻게 하실래요? 계약서에 도장 찍으시겠어요? '혼자여서 좋다' 노, '혼자여도 괜찮다' 오케이?
영호: 그럼 '혼자여서 괜찮다' 어때?
현진: 좋아요. 뭐 다른 시선도 필요하니까...
대표님의 아내이자 현진의 절친 선배인 '꽃 파는 책방 노팅힐'의 사장님(김지영) 말에 의하면, 가까워진 적도 없는 사람과 자꾸 멀어지기만 하는 신기한 경험을 유독 많이 하고 있다는 현진, 그리고 출판사 대표님 말에 따르자면, 현재는 싱글 예찬론자로 싱글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지만 과거에는 오히려 싱글인 적이 없었다는 영호, 가치관이 180도 다른 이 두 사람은 과연 의기투합 잘하여 에세이 '싱글 인 서울'을 무사히 출판할 수 있을 것인지...
<싱글 인 서울>은 책내음 폴폴 풍기면서 때로는 은은한 커피 향과 함께 영상미까지 예쁜 영화였는데, 거기에 적절한 ost까지 어우러지면서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동네북 출판사를 중심으로 개성 강하고 가치관 다른 두 주인공 임수정, 이동욱을 비롯해 출판사 사람들로 나오는 장현성, 이미도, 이상이, 지이수, 거기에 주변인들로 김지영, 윤계상, 이솜까지... 사실은 로맨스 이전에 출판사 주변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들이 유머 있게 담겨서 그게 참 보기 좋았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첫사랑 얘기가 가볍게 스치고 지나가는 정도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첫사랑의 너무나 느닷없고 강력한 급습에 움찔하게 되면서, 오히려 두 주인공의 로맨스가 썸인 듯 아닌 듯 흐지부지 묻혀버린 느낌이라서, 썸이든 로맨스든 두 사람에게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그럼에도 문학적 감성에 유머 감각까지 더해져 가벼운 기분 좋음으로 볼 수 있었던 영화 <싱글 인 서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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