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하
SVAHA : THE SIXTH FINGER, 2019
<검은 사제들>, <파묘>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사바하>는 쌍둥이 자매인 중학생 금화와 '그것'으로 불리는 언니가 살고 있는 강원도 영월을 중심으로, 사이비 종교의 실체를 파헤치겠다며 박 목사가 동분서주하고 있는 가운데, 영월 부근 터널에서 뜻밖의 여중생 사체가 발견되는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의문 투성이 사건들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 사바하 뜻: 사바하(娑婆訶)는 사전적으로 '원만한 성취'라는 의미이며, 불교 진언의 끝에 붙여 그 내용이 이루어지기를 구하는 말이라고 한다.
- 등급: 15세 관람가
-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 국가: 대한민국
- 러닝타임: 122분
- 수상내역
2020
56회 대종상 영화제(조명상, 미술상)
2019
40회 청룡영화상(음악상)
39회 황금촬영상 시상식(신인여우상)
3회 신필름예술영화제(신인상)
55회 백상예술대상(영화 여자신인연기상)
"내가 태어나는 날에도 염소들이 미친 듯이 울어댔다. 그날 우리 집에 나와 함께 귀신이 태어났다. 엄마 배 속에 숨어 있다가 나보다 10분 먼저 나온 그것은 내 다리를 파먹고 살고 있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그때 그것을 바로 죽였어야 한다고.. 엄마는 우릴 낳고 일주일 뒤에 죽었고, 아빠는 한 달 뒤에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중학교 올라갈 때 할배가 말해 줬다. 그리고 의사의 말은 틀렸다. 그것은 그리 빨리 죽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이렇게 우리는 귀신과 함께 살고 있다!"
현재 중학교에 재학 중인 금화(이재인)에게는 위로 10분 먼저 태어나 사람들로부터 '그것'으로 불리던 쌍둥이 언니가 있었는데, 쌍둥이들이 태어날 당시 의사는 언니의 상태가 많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아 금방 죽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것'은 끈질기게도 살아남았다.
그러니까 금화는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모두 잃고,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창고에 갇혀 생활하는 언니와 함께 살고 있었던 건데, 매일같이 울부짖는 '그것'의 소리를 최대한 감춰보고자 했던 의도였는지 조부모님은 개사육 농장을 하면서 이웃들과의 왕래는 철저히 차단한 채 지냈다.
하지만 주민들의 항의 때문에 자주 이사를 다니며 떠돌이처럼 살아야 하는 신세였던 금화네 가족은 최근 새로 이사를 온 영월 집에서는 과연 잘 정착해서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세상의 악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바로 여기 가짜들인 것이지요. 지금 보시는 이 거짓 선지자들 다시 말해 이 사이비 이단 사건만 해도 매 1,200건에 달하고 그 피해자의 수만 해도 5만 명이 넘습니다. 종교의 자유가 지나치게 잘 보장되어 있는 이 대한민국에서 국내 유일 저희 연구소만이 이 영적 전쟁의 선봉에 서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십시오. 기도해 주십시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겠습니다"
신학대학교 학생들에게 강연을 하면서 은근슬쩍 후원계좌를 들이밀며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박 목사(이정재)는 극동종교문제연구소의 소장이기도 했는데, 신흥 사이비 종교집단의 실체를 파헤쳐 기독교를 비롯해 천주교와 불교 등 각 종단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아가며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던 그는 대놓고 돈을 좀 밝히는 영리 추구형 목사님이었다.
연구소 사무실에서는 총무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심 권사(황정민)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박 목사의 지시를 받으며 외부에서 발로 뛰는 고 전도사(이다윗)는 요즘 의심스러운 구석이 다분해 보이는 불교계 신흥 종교 단체 '사슴동산'에 신도인척 몰래 잠입해 사이비 증거를 잡아내겠다고 한창 조사 중이었고, 박 목사는 하루빨리 사슴동산건을 마무리 짓고 불교 종단으로부터 두둑한 후원금을 받아 챙길 요량이었는데...
한편, 강원도 영월 근방에 있는 터널의 콘크리트 벽 안에서 사체가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신은 2년 전 실종됐던 동강여중 박 모 양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사건 담당인 황 반장(정진영)은 정확한 사인 확인을 위해 부검을 의뢰하고, 인근 공사업체를 중심으로 수사망을 좁혀 가던 중 사건의 용의자를 어렵지 않게 특정할 수가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밤 불쑥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수사선상에 오르게 된 철진(지승현)을 찾아온 사람이 있었으니...
철진: 광목님 저는 실패작입니다. 아버지를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용기가 없어서 이렇게 숨었습니다. 겁이 났어요. 매일 밤 그들이, 죽은 아이들이 몰려옵니다. 이상합니다. 뭔가 잘못되고 있는 거예요...
나한: 우리는 지금 악과 싸우고 있습니다. 하늘의 일을 하고 있고요. 두려움도 그 어떤 미련도 없어야 됩니다. 아시잖아요. 증장 님도 다문 님을 이어서 열반하신 거 알고 계시죠? 죽으십시오. 세상이 곧 지국님을 찾을 겁니다...
서로를 법명으로 지칭하며 아리송한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에게서는 한껏 어둡고 불안한 기운과 함께 비장함마저 감돌고 있었는데, 정말 철진이 터널 사건의 범인이 맞는 것일까?
박 목사는 고등학교 후배인 해안스님(진선규)과 교정공무원인 누나(이항나)의 도움을 받아가며 '사슴동산'에 대한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이 '사슴동산'이라는 단체와 황 반장이 쫓고 있는 살인 용의자 철진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는 듯 보였던 것이다. 결국 박 목사는 철진과 나한 일행이 귀신을 잡으러 다니고 있는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랐고, 아니나 다를까 나한은 금화네 집으로 향하게 된다.
귀신인 '그것'과 어쩔 수 없이 함께 살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사를 가지 않고 한 곳에 정착해 살고 싶은 금화네 가족, 귀신을 잡겠다고 금화네 집으로 향하는 나한, '사슴동산'의 실체를 꼭 밝히고야 말겠다는 박 목사, 터널 사건의 범인을 잡아야만 하는 황 반장까지...
과연 이 사람들은 저마다의 뜻하는 바를 이루고, 금전적 혹은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 것인지...
엽기 충격적인 장면과 함께 나에게는 압도적으로 다가왔던 <사바하>는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얽히고설켜 있는 영화였다.
금화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되어서 당연히 금화와 '그것'을 중심으로 전개가 되겠구나 싶던 그때, 존재감 뿜뿜 박 목사가 등장을 하면서 그럼 그렇지 박 목사가 중심이겠지 했다가, 다시 터널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서는 황 반장의 본격적인 사건 추적으로 모든 실마리가 풀리는 건가 싶었는데, 또 불쑥 철진과 나한이 등장하면서 결국 본론은 이 청년들이었나 싶기도 했었던...
전체적으로 음산하고 무거운 분위기에 깊게 빠져들 수 있었던 영화가 박 목사와 그 주변인물들로 인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면서 보다 재미있게 집중하면서 볼 수 있었는데, 물론 조금은 오싹하면서 공포스럽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엉킨 실타래를 풀듯 미스터리한 사건들의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이 주를 이루었고, 그 마지막에는 너무나 마음 아프고 먹먹한 여운을 남겨주기도 했던 영화 <사바하>다.
<사바하>는 목사님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으면서도 제목처럼 불교적인 색채가 강한 영화였는데, 그래서 나에게는 다소 낯설고 어렵다 싶은 부분도 없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반전과 함께 개인적으로는 장재현 감독의 이전 작품인 <검은 사제들>보다 좋았어서, <파묘>도 많이 기대가 되고 빨리 보고 싶어 졌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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