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Unforgivable, 2023
임경호 감독과 소준범 감독이 공동 연출한 <비밀>은 공중 화장실에서 살해된 시신 한구가 발견되면서 시작되는데, 이상하게도 사건을 수사하면 할수록 10년 전 군대에서 자살한 한 청년에게로 모든 것이 귀결되면서 끝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혼란해서 더 흥미진진한 영화다.
-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 국가: 대한민국
- 러닝타임: 110분
공중 화장실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강력반 이동근 형사(김정현)가 범행 현장으로 급하게 출동을 했다. 사체는 변기 옆에 앉아 있는 모양새였고, 바로 옆에 범행 도구로 보이는 망치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는데, 특이점라면 바지가 무릎 아래까지 내려와 있었고, 무릎에 심한 상처가 있었으며, 입 안에서는 의미심장한 메모가 적힌 쪽지가 발견되었다는 것.
경찰서에서는 후배인 김 형사(최찬호)가 동근을 대신해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김 형사: 피살자는 강봉진, 최근에 결혼을 했고 신부와 단둘이 살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금전 관계로 얽혀 있는 주변 사람도 여럿인 점, 폭행의 정도가 심한 것 등으로 봐서 원한에 의한 범행으로 생각됩니다. 일단은 주변 조사에 집중해야 할 듯합니다
동근: 주변 조사보다 피해자 입에서 나온 거 그게 더 중요한 거 아니니?
김 형사: 쪽지의 날짜가 10년 전입니다.
동근: 그러니까 10년이나 지난 날짜가 적힌 종이를 입에다 쑤셔 넣은 이유가 있을 거 아니냐고?
김 형사: 통계적으로 원한에 의한 범행이 10년이나 지난 후에 발생하는 건 드물죠. 이번 케이스는 주변 인물 탐문이 먼저라고 생각됩니다.
보다 못한 반장(이상홍)은 김 형사와 동근이 피살자 강봉진(황상경)의 주변 인물에 집중하도록 했고, 정 형사(이형구)가 강봉진의 10년 전 행적을 조사하는 것으로 교통정리를 했다.
그리하여 동근과 김 형사는 강봉진이 일했던 직장을 먼저 찾아가 탐문조사를 시작했는데, 일영제약 본부장 김성현(박성현)은 10년 전쯤 강봉진과 동천교도소 경비교도대에서 함께 군복무를 했었다고 하며, 그것이 인연이 되어 군 제대한 강봉진에게 일자리까지 마련해 주게 된 것이라고.
입에서 나온 쪽지가 내내 마음에 걸렸던 동근은 군대시절의 강봉진이 어떤 인물이었는지에 대해서 캐물었는데, 당시 구타 문제가 있었고 그 중심에 강봉진이 있기는 했지만, 소대장도 묵인을 하는 가운데 자신 역시 말년일 때라 끼어들고 싶지 않아서 대충 주의만 주는 정도로 끝냈다고 했다.
강봉진의 10년 전 행적을 조사하던 정 형사는 당시 강봉진으로부터 심한 괴롭힘을 당했던 후임 최영훈(윤동원)이 군대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냈고, 동근과 김 형사가 다시 최영훈의 어머니(길해연)를 만나보기로 했는데...
영훈 모: 벌써 10년도 넘었네요. 얼마 안 있으면 영훈이 기일이에요.
김 형사: 당시 교도대의 생활에 대해서는 들으신 거 없습니까? 특별히 누가 괴롭혀서 힘들었다거나...
영훈 모: 원체 말이 없던 애라 그냥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만... 근데 혹시 누가 우리 영훈이를 괴롭혔을까요? 자살한 이유라도 알고 싶어서 몇 번을 찾아갔는데 아무도 말을 안 해 주더라고요. 그냥 애가 적응을 못 해서 그랬다고만 하고...
동근: 저희는 아드님 사건을 조사하는 게 아닙니다. 피살자인 강봉진 씨의 주변 관계를 알고 싶은 거예요.
아직 사건 수사에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감식반으로부터 부검 결과를 전해 들을 수 있었는데, 범인은 키가 180 이상인 것으로 보이며, 혈액 분석에서 마취제 성분이 나왔다고 했다. 그리하여 동근과 김 형사는 마취제를 손쉽게 다루는 직업을 가진 또 다른 후임을 만나보기로 했는데...
자살했다는 최영훈의 직속 선임이었던 수의사 이경일(김형석)은 처음에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듯 그때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끈질긴 형사들의 추궁에 못 이겨 영훈이 당시 얼마나 심한 가혹행위를 당했었는지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고, 동근이 보여준 쪽지에 대해서는 항상 수첩에 메모를 하는 습관이 있었던 영훈이의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는데, 그리고 문제의 강봉진에 대해서는 차라리 원한이 없는 사람을 찾는 게 더 빠를 거라면서 이런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강봉진이 미친개인 건 맞지만 정확하게는 김성현의 미친개였죠. 김성현이 시키는 대로 아니 돈이 시키는 대로 했다는 게 더 정확하겠네요!"
그리하여 동근은 사건 현장에서 DNA도 검출되었고, 강봉진과의 사이에서 금전관계도 복잡했던 김성현이 아무래도 유력한 용의자가 맞는 것 같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고, 반면 김 형사는 알리바이가 있는 성현 대신 매일같이 마취제를 취급하며, 강봉진에 대해서도 감정이 좋지 않은 이경일이 오히려 더 의심스럽다고 판단했는데...
그런데, 탐문 조사를 계속하기 위해 주변 인물들을 수소문하던 중 당시 동천교도소 경비교도대의 소대장이었던 최상국 교도관(장준휘)이 1년 전 살해된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더 놀라운 건 입안에서 강봉진과 마찬가지로 쪽지가 발견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연쇄 살인이었던 건인가...
한편, 사건의 단서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은 영훈의 수첩을 찾을 수 있을까 하여, 영훈 모친의 집에 방문했다가 뜻밖에도 10년 전 자살했다는 최영훈이 바로 자신의 중학교 동창 최영훈과 동일인물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동근은 커다란 충격에 휩싸이게 되었는데...
그런데... 사건 해결에 어느 정도 진전이 보이는 듯싶었던 순간 돌연 현장 DNA 증거들이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강봉진 살해 사건은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는데, 그렇다면 범인은 도대체 누구일까? 성현? 아니면 경일? 그도 아니면 최 교도관 사건에서 DNA가 검출되었다는 그 재소자? 그도 아니면 또 다른 제3의 인물?
어쩌면 그 보다 더 중요하고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최영훈이 자살한 진짜 이유를 밝혀내는 일인지도 몰랐다. 동근에게는 이제 자신의 친구가 관련된 사건이었기에 그 복잡하고 뒤숭숭한 심정은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는데...
영화 <비밀>은 보통의 범죄 수사물, 범죄 스릴러쯤으로 생각했던 내가 다 미안해질 정도로 그 임팩트가 대단했던 영화다.
군대의 가혹행위를 시작으로 해서 연쇄살인 사건으로 이어지고, 거기에 학교 폭력문제와 동성애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뒤엉키면서 아주 복잡다단했고, 마지막으로 치달을수록 아 이것은 공포영화였던가 싶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잔혹함의 끝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하지만 잔혹함 이전에 찢어질 듯 아픈 그 마음들이 너무나 애통해서 더욱 힘들었던 영화이기도 했다.
남은 사람은 살아야 한다지만, 그 삶이 너무나 지옥일 것 같아서... 온몸과 마음을 짓누를 죄책감 속에서 결코 사는 게 사는 게 아닐 것 같은데 어쩌나 싶었고, 제발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김 형사: 그럼 왜 한 번도 부정하지 않고, 당하고만 있었을까요?
경일: 그게 중요합니까? 당한 사람한테 왜 당했냐고 묻기보다는 괴롭힌 사람에게 왜 괴롭혔냐고 묻는 게 더 맞지 않나요? 형사님은 이해를 못 하시죠? 평생 그런 일 당할 리 없을 테니까... 근데요, 그런 일도 그런 사람도 있습니다. 그냥 약했던 겁니다. 오해를 풀기보단 그냥 견디는 게 더 편하다고 느낄 만큼 나약한 사람도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