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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대로 영화 리뷰

<댐즐> 영화 리뷰

by 미유네코 2024.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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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즐
Damsel, 2024

 
<28주 후>를 연출한 후안 카를로스 프레스나딜로 감독의 <댐즐>은 왕자님과 결혼식을 올리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꿨던 여성이 난데없이 제물로 바쳐지면서, 용의 동굴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필사적인 사투를 벌이게 된다는 판타지 영화다.  

 

*댐즐 뜻: damsel [옛문어체] (시집 안 간) 처녀 

 
댐즐
 

 
- 등급: 12세 관람가
- 장르: 액션, 모험
- 국가: 미국
- 러닝타임: 108분
 
'영웅적인 기사가 위험에 처한 처녀(damsel in distress)를 구한다는 기사도 정신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있지. 하지만 이건 그런 이야기가 아니야!'
 
메마르고 척박한 땅의 가난한 영주인 아버지(레이 윈스턴)와 새어머니(안젤라 바셋), 그리고 귀여운 여동생 플로리아(브룩 카터)와 함께 살고 있는 엘로디(밀리 바비 브라운)는 영주의 장녀답게 늘 굶주리는 백성들을 먼저 생각했고, 장작 패기 정도는 거뜬하게 해내는 등 생활력 또한 강한 여성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손님이 찾아왔다.
부모님과 뭔가 중요한 얘기를 나누는 듯 보였던 이 낯선 손님은 외출에서 막 돌아온 엘로디를 보자마자 밑도 끝도 없이 합격이라는 말을 남기고는 이내 떠나버렸는데, 알고 보니 엘로디를 왕자비로 맞이하고 싶다는 청혼의 내용이 담긴 오레아 왕국 여왕의 친서를 전하려고 왔던 것이었다.
 
아버지: 네 생모처럼 넌 여행이 평생 꿈이었지. 가서 세상을 구경하렴. 왕자에겐 함대가 있어. 황금이 가득한 마차도...
엘로디: 그건 결혼할 이유가 못 되는걸요...
아버지: 우리에겐 이 결혼이 필요해. 창고가 텅 비었다. 봄까지 버틸 수가 없어. 백성들을 위해서다. 운명으로 받아들이렴!
 
영주인 아버지 못지않고 백성들을 아끼고 걱정했던 엘로디는 아버지의 뜻을 따르기로 결정했고,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온 가족이 함께 오레아 왕국으로 떠나게 되었는데...

 
왕자(닉 로빈슨)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결혼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엘로디는 그저 왕자님이 상냥하고 교양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전에는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오레아 왕국이 척박하기만 했던 자신들의 고향과는 달리 그야말로 비옥함과 풍요로움으로 가득한 파라다이스 그 자체임을 확인하게 된 가족들은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결혼에 대한 일말의 우려나 걱정을 덜어내고, 이제는 기쁨과 설렘으로 결혼식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는데...

 
"주제 파악은 해야죠. 특히나 필요해서 서로 거래한 것뿐인데 말이에요. 당신 가족은 돈이 필요하고, 내 가족은 신부가 필요하고, 그 이상의 관계는 원치 않아요!"
 
사돈지간이 될 여왕(로빈 라이트)에게 친근감을 표시했다가 오히려 면박을 당하게 된 새어머니는 뭔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는 당장 내일 결혼식을 앞둔 엘로디가 걱정되기 시작했는데...
 
새어머니: 엘로디, 우리 사이가 그리 가깝진 않지만 신중하게 들어다오. 이 결혼은 실수인 것 같다. 
엘로디: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잘 안 되네요.
새어머니: 이곳 사람들을 믿을 수가 없어. 설명하기 쉽지 않지만 어미는 본능적으로 알거든...
엘로디: 그럼 아버지는 뭐라세요?
새어머니: 얘길 안 하네. 내가 걱정된다니까 쏘아붙이기나 하고 말이야. 난 네가 잘되기만 바랄 뿐이란다. 내 얘기 잘 생각해 보렴. 아직 시간은 있어. 
 
사실 엘로디도 새어머니가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친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여전했고 그만큼 새어머니와는 아직 거리감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이번 의견은 그저 쓸데없는 노파심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을 뿐이었다. 
 
게다가 낮에 잠깐 따로 만나 대화를 나눠볼 기회가 있었던 헨리 왕자는 의외로 단정한 외모에 친절한 사람이어서 이제 안심해도 되겠다고 판단되었고, 그렇게 두 사람의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이 되었는데...

 
성대한 결혼식이 끝난 후 황금마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헨리 왕자와 왕자비가 된 엘로디...
 
엘로디: 어디 가는 거죠?
헨리 왕자: 내가 말한 고대 의식 기억해요? 조상들께 경의를 표해야 해요.
 
두 사람이 도착한 곳에는 이미 많은 왕실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새 며느리인 왕자비를 맞이하는 의식을 시작하기에 앞서 왕비는 불을 내뿜는 무시무시한 용이 터줏대감으로 살고 있던 이 섬에서 어떻게 지금의 왕국을 건설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선조들의 이야기부터 차근차근 들려주었다.
 
드디어 엘로디가 왕족의 일원이 되었음을 만인 앞에서 선포하는 것으로 의식은 마무리되었는데, 하지만 불행히도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엘로디를 기다리고 있는 진짜 의식이 남아 있었던 건데...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꿨던 엘로디는 다름 아닌 헨리 왕자의 손에 의해 용의 은신처인 동굴 속으로 내던져졌는데, 결국 그들에게는 신부가 아닌 제물로 바쳐질 처녀가 필요했을 뿐이었던 것이다.
더 슬픈 건 엘로디의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돈 때문에 딸을 팔아넘긴 거였으니 기가 막힐 노릇... 
 
용: 네 이름이 뭐지?
엘로디: 엘로디! 근데 나한테 뭘 원하는 거죠?
용: 내게 약속한 걸 줘야지. 빚을 갚으라고! 너희 종족은 대대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지금부터가 가장 재미있지. 어디 한번 도망쳐봐!
 
이제야 자신이 용(목소리: 쇼레 아그다쉬루)의 제물로 바쳐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엘로디는 그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했는데, 어마무시한 용이 말을 걸어온데 이어 갑자기 나 잡아봐라 게임을 하자는데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일단 도망칠 기회를 얻었다는 것에 감사하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는데...
 
과연 엘로디는 이 어처구니없고 위험천만한 상황을 극복하고 용의 동굴에서 살아 나올 수 있을 것인지...

 
<댐즐>은 <에놀라 홈즈>, <고질라 VS. 콩>,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에 출연했던 밀리 바비 브라운이 여전사가 되어 돌아온 영화인데, 무엇보다 조연들의 면면이 꽤 훌륭했다. 여왕 역의 로빈 라이트, 새어머니 역의 안젤라 바셋, 용 목소리 역의 쇼레 아그다쉬루까지 여배우들의 활약이 특히 두드러졌다는...
 
미리 알지 못했더라면 디즈니 영화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12세 관람가의 동화적인 감성이 풍부한 판타지 영화로 그 환상적인 영상미도 결코 빼놓을 수 없을 텐데, 광활하게 펼쳐진 대자연의 풍광과 함께 어우러진 화려하고 웅장한 성의 모습도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의 진짜 주인공은 용이 아닐까 싶다.
 
물론 <드래곤 길들이기>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용이 등장하는 건 아니다. 무시무시한 외모에 무차별적으로 불을 내뿜으며 난폭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폭군의 형상이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너무나 짠하고 또 공감이 되어서 결코 미워할 수 없던 존재, 그리고 자꾸 보다 보면 나름 멋있어 보이는 볼매의 드래곤에게 너무나 감정이입이 됐고, 마지막에 하늘을 날던 그 모습은 정말 멋짐 뿜뿜 그 자체였다는...
 
그리하여 영화 <댐즐>은 대자연 속 드래곤은 물론이고 신비로우면서 나름 귀여웠던 형광 벌레까지 볼거리 쏠쏠해서 아이들과 함께 보아도 괜찮을 순한 맛 잔혹동화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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