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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대로 영화 리뷰

<3일의 휴가> 영화 리뷰

by 미유네코 2024.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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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의 휴가
Our Season, 2023

<나의 특별한 형제>, <방가? 방가!>를 연출한 육상효 감독의 <3일의 휴가>는 저승의 엄마가 눈에 밟혔던 소중한 딸을 다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이승행 특별휴가를 얻게 되면서 펼쳐지는 눈물과 웃음과 감동의 힐링 판타지 영화다. 

 
3일의 휴가
 

 
- 등급: 12세 관람가
- 장르: 드라마, 판타지
- 국가: 대한민국
- 러닝타임: 105분
 
뚱한 표정으로 꼿꼿하게 앉아 있는 노년의 여성에게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는 남자가 있었으니, 그는 자신에 대해 이번 휴가를 함께 가게 된 '가이드'라고 소개를 했는데...

 
가이드: 백일장 4등 하셨네요. 운이 좋은 건지 3등 할아버지께서 아내분께 휴가를 가고 싶다고 하셨으나, 너무 안타깝게도 아내분이 명을 다하고 오시는 바람에 박복자 님께서 대신...
박복자: 길다. 내도 알아 묵었다고 애탄다고, 지금!
가이드: 암튼 휴가 가셔서 그간 못 본 좋은 사람들 만나서 새로운 기억을 담고 오시면 됩니다. 누구를 보러 가신다고요?
박복자: 딸...
가이드: 그럼 규칙을 말씀드릴게요. 터치는 당연히 안 되고요, 그리고 따님은 어머님을 보거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고요, 그냥 좋은 기억, 따님의 행복한 기억만 담고 오시면 됩니다. 아시겠죠? 세 밤 자고 다시 뵙는 것도 아셔야 되고요! 
 
그랬다. 이미 죽은 지 3년이 된 박복자 할머니(김해숙) '3일의 휴가'가 걸려있는 저승 백일장에서 4등을 하는 바람에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마지막에 가까스로 딸을 보러 갈 수 있는 행운을 잡게 된 것이었다.

 
그리하여 가이드(강기영)와 박복자 할머니는 대학교수가 된 딸이 재직하고 있다는 미국 UCLA를 목적지로 해서 함께 출발을 하게 되었는데...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저승 시스템에 문제라도 생긴 것일까?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미국이 아니라 할머니가 죽기 전에 살았다는 김천 집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미국에 있어야 할 딸 진주(신민아)가 정말로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백반집을 오픈하고 밥장사까지 하고 있었으니 기가 막힐 노릇...
하지만 공부만 했던 딸아이가 야무지게 음식을 만들고 제대로 손님상을 차려내는 걸 보고 놀랍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기특한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의사: 요즘은 어때요? 
진주: 살 만했는데 또 잠을 못 자요. 자다가 갑자기 깨고, 깨면 기억들이 한꺼번에 쏟아져요. 감당이 안될 만큼... 
의사: 기억이라는 게 어찌 보면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연료 같은 겁니다. 좋은 기억들이 많이 쌓이면 아주 고급 휘발유를 채운 승용차처럼 잘 달리는 거고, 나쁜 기억들은 불량 휘발유처럼 삶을 덜컹거리게 만들고요. 어떤 생각들이 주로 올라오나요?
진주: 엄마 생각이요.
의사: 어머니의 어떤?
진주: 날 왜 버렸을까? 그런 생각...

 
한편, 멀리 서울에 살고 있던 진주의 단짝 친구 미진(황보라)이 김천으로 놀러 왔다. 능력 있는 친구가 직장까지 내팽개치고 외딴 시골집에서 혼자 지내고 있는 것도 모자라, 이웃 어르신들로부터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면서 백반집 관두고 당장 떠나라는 말이나 듣고 있었으니, 게다가 우울증 약까지 복용하고 있는 친구를 보면서 미진은 걱정이 많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미진: 여기 있으면 없던 우울증도 생기겠다
진주: 나한테 벌주는 거야. 내가 엄마 임종이라도 지켰으면 여기서 이러고 있지도 않아. 나 때문에 장례도 늦어져서 차가운 냉동실에 이틀이나 더 있었어  
미진: 그거야 니가 미국에 있었으니까 그렇지
진주: 그러게 서울에도 자리 있는데, 왜 굳이 미국까지 도망가서는...

* 젊은 엄마(배해선) / 어린 진주(박예린) / 여고생 진주(김현수)

 

비록 진주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았지만, 엄마는 지금 딸 곁에 껌딱지처럼 함께 하면서 모든 것을 함께 보고 듣고 있었으니, 그러면서 딸이 정신과 상담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딸이 무엇 때문에 지금 이렇게 힘겨운 고통 속에 있는지도 비로소 알게 되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 엄마에 대한 원망으로 시작된 그것이 지금은 몇 곱절 더 큰 회한이 되어 진주를 괴롭히고 있다는 게 엄마는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소중한 딸의 예쁘고 행복한 모습을 담아가려고 왔던 거였는데...
과연 이 모녀에게는 또 어떤 마음 아픈 사연이 숨어 있는 것일까...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직 3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가이드가 갑자기 내려와서는 지금 당장 복귀해야 한다고 했다.
 
가이드: 제가 제주도에 가 있는 동안 박복자 님께서 사고를 치셨어요. 그래서 지금 바로 복귀하라는 지시예요. 빨리 가시죠!
박복자: 하루는 왜 깎아 묵는데? 뭔 사고를 쳤다 카노? 난 못 간다.
가이드: 터치하셨잖아요?
박복자: 뭔 터치? 
가이드: 정정할게요. 킥 하셨잖아요. 양동이 걷어차셨잖아요. 지금 위에서 비상입니다. 
 
욱해서 무심결에 걷어찼던 양동이가 문제가 되었던 모양이었다. 할머니의 바이탈 에너지가 지나친 흥분과 분노로 용량을 초과해서 발로 걷어 차도 얌전히 있어야 할 양동이가 축구공 마냥 힘없이 날아가게 됐고, 이건 아주 심각한 이상현상이라면서 빨리 돌아가야 한다고 했는데...

 
하지만 엄마는 지금 떠날 수가 없다. 하나뿐인 딸자식, 그 가슴에 박힌 대못이라도 빼 주고 가야지 그냥은 절대 못 간다는 것이었는데, 과연 박복자 할머니는 딸과 함께하는 이 특별한 3일의 휴가를 온전하게 잘 마무리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행복한 기억을 담아서 돌아갈 수 있을 것인지...  

 

<3일의 휴가>는 사실 그 큰 흐름 자체는 예측이 가능한 영화이긴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국민 엄마 중 한 사람인 김해숙 배우님이 엄마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일단 믿음이 갔고, 거기에 따뜻한 코미디 드라마 장르에 일가견이 있는 육상효 감독님 연출이었으니까...

 

그리고 영화는 나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감초 역할을 했던 강기영 배우가 또 한 번 그 존재감을 증명했는데, 본인은 나름 진지하면서도 따뜻한 웃음을 안겨주는 재주가 탁월한 매력적인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고, 물론 이웃집 춘분할머니(차미경)와 그 아들 용식(박명훈)을 비롯한 김천마을 이웃 사람들 덕분에 보다 더욱 따뜻하고 소소한 힐링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는 생각도 해보며...

가장 가깝다 할 수 있는 모녀사이, 그러나 가깝다는 이유로 자칫 가장 뼈아픈 상처를 주고받게 될 수도 있는 엄마와 딸, 그리고 무한대의 사랑을 증명하는 위대한 엄마, 눈물은 났지만 너무나 공감되면서 마음 따뜻했던 영화 <3일의 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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