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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대로 영화 리뷰

로기완 영화 리뷰..송중기, 최성은 주연

by 미유네코 2024.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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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
My Name is Loh Kiwan, 2024

<독전 2>의 각본을 맡았었던 김희진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함께 한 <로기완>은 어떻게든 살아보고자 벨기에로 떠나온 탈북민 청년 로기완이 삶의 의지를 놓아버려 위태롭던 여성 이마리를 만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조해진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로기완
 

 
-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 장르: 드라마
- 국가: 대한민국
- 러닝타임: 131분

중국 베이징에서 벨기에 브뤼셀로 향하는 루프트한자 여객기 안...
곧 있을 비행기 착륙을 앞두고, 중국 조선족인 듯싶은 추레한 모습의 사람들이 인솔자인 브로커(우강민)로부터 주의사항을 전달받고 있었다.
 
브로커: 내리문 모여 있지 말고 떨어져서 걸으시오. 가다 보문 심사대가 나오는데, 사진이랑 손도장을 찍소. 긴장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만 하기요. 
조선족: 뭐라 캐물으믄 어찌합니까?
브로커: '아이 돈 스피크 잉글리시' 하문 얼추 넘어가오. 1층 3번 게이트 앞 변소 간 앞에서 보기요.

 
아무 일 없이 입국 심사를 통과하고 화장실에 모여 일사불란하게 옷을 갈아입은 이들은 공항 밖으로 빠져나와 모두 제갈길을 갔는데, 쭈뼛쭈뼛 남아 있던 한 사람 로기완(송중기)은 브로커에게 주소가 적힌 쪽지를 보여주면서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물었고, 40달러의 추가금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덕분에 낯선 이국땅에서 고생하지 않고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기완은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해 입국하자마자 벨기에 난민청을 먼저 찾아갔던 것인데, 어찌어찌 '난민 지위 신청서'를 작성하기는 했지만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아 통역(이미선)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고, 어쨌든 그렇게 심사관과의 인터뷰를 마칠 수가 있었다. 하지만 통역은 또 한 번의 2차 인터뷰가 진행될 예정임을 알려주었는데, 가장 빠르게 잡을 수 있는 날짜가 내년 2월이라는 말에 기완은 너무나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기완: 기카믄 저 그때까지 어카구 지내야 됩니까?
통역: 잘 버티셔야죠!

 
1990년 12월, 북한에서 태어난 기완은 2019년 어머니(김성령)와 함께 탈북하여 연길에서 잠깐 거주하다가 외삼촌(서현우)이 소개한 브로커를 통해 벨기에에 입국하게 되었다고 했는데, 혹시라도 난민 정착금을 지원받기 위해 탈북민을 가장한 조선족은 아닌지 이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이 난민청의 입장이었고, 힘없는 이방인일 뿐이었던 기완으로서는 자신이 탈북민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조차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 과연 기완은 무사히 난민 자격을 취득할 수 있을 것인지 답답하기만 했다.

 
북한에서도 중국에서도 결코 녹록지 않은 삶을 견뎌왔던 기완인데, 이제 2차 인터뷰가 예정된 2월까지 춥고 낯선 벨기에 땅에서 또 어떻게 버티며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던 그는 결국 거지꼴을 한 노숙자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안 좋은 일들이 계속 꼬리의 꼬리를 물더니 결국 전재산이 들어 있던 어머니가 주신 소중한 지갑을 도둑맞는 일까지 생기고 말았으니, 이 일을 또 어찌하면 좋을까...

 
빨래방 한 귀퉁이에서 지쳐 쓰러져 잠든 기완의 지갑을 훔쳐간 사람은 바로 한국계 벨기에인으로 한때 국가대표 사격선수였다는 마리(최성은)였다. 다행히 경찰에서는 CCTV를 근거로 그녀를 잡아들이는 데 성공했고, 기완에게는 무엇보다 지갑을 되찾는 일이 급선무였는데, 얼핏 불량스러워 보였던 마리도 기완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듣고는 꼭 돌려주겠다고 걱정 말라고 약속을 했다.

 
비록 첫 만남은 안 좋게 시작되었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마리는 안타까운 사정의 탈북민 기완을 도와주고 싶었고, 자신의 아버지 소개로 왔다고 하면 도움을 줄 거라면서 인력업체 사장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 그리하여 쓰레기통을 뒤지며 거리를 전전하던 기완이 육가공 공장에 취직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동료이자 선배인 조선족 선주(이상희)의 도움을 받으면서 어렵지 않게 적응을 해나갈 수 있었다.
 
길거리 생활을 청산하고 이제 좀 고단했던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던 기완이었지만, 그에게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중요한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난민증을 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의사소통도 쉽지 않은 낯선 타지에서 도움받을 곳 하나 없던 기완에게 자신이 탈북민임을 입증하는 일은 여전히 막막하기만 했고, 상황은 점점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 보였다. 그런데 마리의 아버지(조한철)가 한국인 변호사(강길우)를 소개해 주면서 희망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게 되었는데...

 
사실 기완에게는 고민거리가 하나 더 있기는 했다. 첫 만남은 좋지 않았어도 브뤼셀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동료인 선주를 제외하면 마리가 유일했고, 그녀 덕분에 취직까지 할 수 있었던지라 심적으로는 분명 의지가 되긴 했을 터였다.
그러나 마리의 아버지는 딸이 실수한 부분도 있고 인지상정의 마음으로 기완을 도와주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딸과 가까워지는 것은 안된다면서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못을 박았던 것.
 
"저기 부탁이 하나 있는데, 내 딸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아이입니다. 옆에서 붙잡아 줄 단단한 사람이 필요해요. 그쪽처럼 똑같이 위태로운 사람 말고... 다시 안 만났으면 좋겠어요. 이 땅에서 살아남는 거 그거 말고는 다 사치 아닙니까, 지금?"

 
게다가 뜻하지 않은 제동이 걸리면서 난민 심사에 난항을 겪게 된 기완은 과연 이를 극복하고 거주허가증을 취득해 당당하고 떳떳하게 희망찬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인지, 혹시라도 통역이 언급했던 바로 그 최약의 경우인 강제송환에 처해지는 건 아닐지... 그리고 기완과 마리의 관계는 또 어떻게 될는지...
 
영화 <로기완>을 지켜보는 건 나에게는 참 힘든 시간이기는 했다. 영화의 초중반까지는 정말 하늘이 그를 버리기라도 한 건가 싶을 정도로 탈북민 기완의 그 서럽고 기구한 삶이 북한과 중국을 지나 벨기에까지 이어지면서 그의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들은 도무지 멈출 것 같지가 않아 보였어서...
 
어디 기완뿐이랴. 어머니(이일화)의 죽음 이후 아버지와 등지고 살면서 삶의 의욕마저 잃어버린 채 자신을 방치하며 살아가던 마리 역시 안타까운 건 매한가지였고...

 
그러다가 한줄기 빛 같은 순간이 찾아왔다. 다름 아닌 선주라는 존재, 기완에게도 물론 소중한 사람이었지만 영화에 있어서도 전체적으로 우울하고 침잠해 있던 분위기를 한껏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웃음을 주었던 사람... 그녀는 그야말로 情 그 자체였고, 그만큼 이상희 배우의 연기가 참 좋았다.
 
이처럼 이 영화가 좋았던 건 배우들의 연기력에 있었는데, 주인공은 주인공이니까 잘해야 마땅하다고 친다면 그 외 김성령, 서현우, 이상희, 조한철, 이일화 배우까지 하다못해 초반에 잠깐 나왔던 브로커와 통역까지도 정말이지 감탄하면서 보게 됐다는... 
 
그리하여 결국에는 '사랑'이기는 했지만, 탈북민에 대해, 난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만들어준 영화 <로기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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