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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대로 영화 리뷰

<그린북> 영화 리뷰

by 미유네코 2024.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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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북
Green Book, 2019

 

<덤 앤 더머 투>, <날 미치게 하는 남자>를 연출한 피터 패럴리 감독의 <그린 북>은 1962년 미국, 여전히 뿌리 깊던 인종차별을 감내하며 살아야 했던 흑인 뮤지션과 그의 임시 운전기사가 된 백인 남성의 특별했던 8주간의 여정을 담아낸 실화 바탕의 로드&버디 무비로 9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및 남우조연상(마허샬라 알리)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린 북
언제 어디서든 바른 생활! 완벽한 천재 뮤지션 ‘돈 셜리’ 원칙보다 반칙! 다혈질 운전사 ‘토니’ 취향도, 성격도 완벽히 다른 두 남자의 특별한 우정이 시작된다! 1962년 미국, 입담과 주먹만 믿고 살아가던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는 교양과 우아함 그 자체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박사의 운전기사 면접을 보게 된다. 백악관에도 초청되는 등 미국 전역에서 콘서트 요청을 받으며 명성을 떨치고 있는 돈 셜리는 위험하기로 소문난 미국 남부 투어 공연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투어 기간 동안 자신의 보디가드 겸 운전기사로 토니를 고용한다. 거친 인생을 살아온 토니 발레롱가와 교양과 기품을 지키며 살아온 돈 셜리 박사. 생각, 행동, 말투, 취향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그들을 위한 여행안내서 ‘그린북’에 의존해 특별한 남부 투어를 시작하는데…
평점
9.3 (2019.01.09 개봉)
감독
피터 패럴리
출연
비고 모텐슨, 마허샬라 알리, 린다 카델리니, 세바스찬 매니스칼코, 디미테르 D. 마리노프, 마이크 헤이튼, 조 코르테스, 돈 스타크, 안소니 망가노, 퀸 더피, 조니 윌리암스, 랜달 곤잘레즈, 이크발 테바, 닉 발레론가, 브라이언 스테파넥, 브라이언 헤이즈 커리, P.J. 바이른

 

-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장르: 드라마
- 국가: 미국
- 러닝타임: 130분

- 수상내역
2019
9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작품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72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남우조연상)
34회 산타바바라 국제영화제(아메리칸 리비에라상)
25회 미국 배우 조합상(영화부문 남우조연상)
24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남우조연상)
7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작품상-뮤지컬코미디, 남우조연상, 각본상)
30회 팜스프링스 국제영화제(체어맨즈 뱅가드 어워드)
2018
41회 밀 밸리 영화제(관객상)
43회 토론토국제영화제(관객상)

 

1962년, 뉴욕 

클럽에서 문지기(바운서)로 일하고 있는 떠버리 토니(비고 모텐슨)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아내 돌로레스(린다 카델리니)와의 사이에서 두 아이를 두고 있는 가장이다. 

 

그런데 클럽 코파가 리노베이션으로 휴업에 들어가면서 당장 일자리를 고민해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는데, 그러던 어느 날 클럽 사장으로부터 반가운 전화가 걸려 왔다. 무슨 닥터라고 하는 사람이 운전기사를 찾고 있는데 관심이 있느냐면서 당장 내일이 면접이라고 했던 것이다.

 

다음날 토니는 전달받은 주소지로 찾아갔는데, 그 닥터라는 사람은 다름 아닌 카네기홀의 위층에 살고 있었던 데다 병원 의사인 줄로만 알았던 그는 자신을 음악가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라고 소개했고, 곧 있을 남부지역 위주의 콘서트 투어에 함께 할 운전기사를 찾고 있다고 했다. 

  

셜리 박사: 혹시 흑인 밑에서 일하는 데 문제 있나요?

토니: 아뇨. 전혀요. 

셜리 박사: 근데 기혼자에게 적합한 일인지 모르겠네요. 크리스마스까지 8주 내내 집을 떠나 있어야 하는데 괜찮아요?

토니: 보수에 따라 다르겠죠.

 

보수는 둘째치고 셜리 박사에게는 운전 외에도 이런저런 일들을 함께 봐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고, 반면 토니는 오직 운전만 하겠다면서 그 외 잡다한 일은 절대 할 수 없다고 했다. 이렇듯 서로 의견차이를 보이면서 이들의 계약은 무산되는 듯 보였는데...

 

큰 소리를 치기는 했지만 당장 생활이 빠듯했던 토니는 시계를 전당포에 맡기면서, 어쩌면 자신이 너무 세게 나간 건 아닌지 조금쯤 후회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의외로 돈 셜리 박사가 토니의 제안을 수락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오면서, 극적으로 운전기사 취업에 성공하게 된 토니는 투어를 떠나기에 앞서 음반회사 직원으로부터 '흑인 운전자를 위한 그린 북'전달받았는데, 이 책에는 흑인이 묵을 수 있는 숙소와 식당에 대한 정보들이 담겨 있다고 했다.

 

순회공연을 위한 긴 여정이 드디어 시작되었던 것인데, 사실 피아니스트인 셜리 박사의 독주 공연은 아니었고, 첼로, 콘트라베이스가 함께 하는 트리오 공연이어서, 베이시스트 올렉(디미터 D. 마리노프)과 첼리스트 조지(마이크 해튼)가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

 

하지만 걱정되는 것은 아무래도 공연이 남부지역 위주다 보니 흑인인 셜리 박사가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주먹 좀 쓸 줄 아는 토니가 그의 운전기사로는 딱 제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게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는데, 취향과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의 의견대립으로 초반부터 소소하게 티격태격하는 일이 잦았다는 점인데, 하지만 셜리박사가 갑질하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오히려 초반에는 떠버리 토니에게 끌려다니는 듯한 느낌마저 들기도 했지만, 토니가 처음으로 셜리 박사의 연주를 듣고 감동받게 되었던 바로 그날이 아마도 두 사람의 관계에는 큰 전환점이 되었지 않았나 싶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이었던 토니네 집안은 전체적으로 흑인에 대한 차별적 성향을 가지고 있었던 게 사실이고, 면접 당시에는 문제없다고 잡아뗐지만, 마음속으로는 흑인 밑에서 일하는 것이 마냥 좋지는 않았을 것이고, 가장으로서 생계유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텐데, 앞으로 8주간 이들은 과연 괜찮을는지...

 

그러나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예상했던 것 그 이상으로  뼈저린 현실이 되었다.

숙소에서도, 식당에서도, 양복점에서도, 하다 못해 자신을 환대해 주던 공연장에서조차도... 게다가 욱하는 성격에 참지 못하고 주먹부터 나가기 일쑤인 토니의 다혈질은 오히려 화가 되어 돌아오기도 했는데...

 

셜리 박사: 난 평생 그런 대접을 받았는데, 당신은 하룻밤도 못 참나?

토니: 흑인이 아니면 그런 말에 화도 못 내나? 당신보단 내가 더 흑인다울걸?

셜리 박사: 뭐라고?

토니: 당신은 자기네 사람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 뭘 먹고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사는지... 

셜리 박사: 말하기 전에 생각이란 걸 좀 해요!

토니: 난 평생을 브롱크스에서 산 사람이요. 매일 식구들 먹여 살리려고 바둥거리는 사람도 나고요. 거물 선생님, 당신은 성 꼭대기에 살잖아요. 부자들 상대로 공연하느라 세계를 돌아다니고, 난 거리에서 살고 당신은 왕좌에 앉아 있는데, 당연히 내 세상이 당신보단 흑인에 더 가깝죠. 

셜리 박사: 그래, 난 성에 살아, 혼자서! 돈 많은 백인이 피아노 치라고 돈을 주지. 문화인 기분 좀 내보겠다고! 하지만 무대에서 내려오는 순간 그 사람들한텐 나도 그냥 깜둥이일 뿐이야. 그게 그들의 진짜  습성이니까! 그런데 난 하소연할 곳도 없어. 내 사람들도 날 거부하거든, 자신들과 다르다면서! 충분히 백인답지도 않고, 충분히 흑인답지도 않고, 충분히 남자답지도 않으면... 난 대체 뭐지?

 

<그린 북>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을 수상했을 만큼 탄탄한 스토리에 완벽한 연출은 물론이고, 비고 모텐슨과 마허샬라 알리가 연기한 두 남자의 브로맨스가 그야말로 최고였지 않았나 싶다. 

마허샬라 알리가 남우 조연상을 수상했고, 비고 모텐슨은 아쉽게도 남우 주연상을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에게 양보해야 했지만 어디에선가 많이 본 것 같다 했던 비고 모텐슨이 바로 <반지의 제왕>의 아라곤이었더라는... 와우~

 

이 영화에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악일 텐데, 영화 시작과 동시에 토니가 일하던 코바에서의 클럽음악으로부터 시작해서 두 사람이 달리는 차 안에서 함께 듣던 노래들과 그리고 결정적으로 셜리 박사의 주옥같은 연주들은 정말 귀호강 제대로 하게 해 주었다는...

 

천재 피아니스트라고 박수를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흑인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어처구니없는 부당한 대우를 감내해야 했고, 같은 흑인들에게조차도 이방인 취급을 받아야 했던, 그래서 너무나 외로울 수밖에 었었던 실존 인물 돈 셜리의 삶을 지켜보는 건 너무나 마음 아프고 안타까운 일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떠버리 토니를 만나 진정한 우정을 나눌 수 있었던 건 정말 두 사람 모두에게 큰 축복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하여 아직 안 보신 분이 계시다면 꼭 추천해 드리고 싶은 영화 <그린 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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