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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대로 영화 리뷰

파묘 후기

by 미유네코 2024.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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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Exhuma, 2024

 
<검은 사제들>, <사바하>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세 번째 오컬트 영화인 <파묘>는 원인불명으로 아픈 아이를 고쳐달라는 아버지의 의뢰로 모이게 된 무당과 법사, 지관(풍수사)과 장의사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칫 줄초상을 치를 수도 있는 아주 위험한 '파묘'를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다.

* 파묘 뜻: 파묘(破墓)란 기존에 안장한 시신을 옮겨 새로운 묘지에 안장하거나, 개장을 하여 화장하기 위해 기존 무덤을 파내는 행위를 말한다. 

 
파묘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장르: 미스터리, 공포
- 국가: 대한민국
- 러닝타임: 134분
 
LA로 향하는 젊은 두 남녀가 있다. 연인 같기도 하고 남매 같기도 하고...
특히 남자의 문신이 예사롭지는 않아 보였는데...
사실 이들은 무당과 법사 사이로 병원에 입원 중인 갓난아이의 상태를 살펴보러 가는 중이었다.

 
"지금은 약물 때문에 진정은 됐는데, 태어날 때부터 울음을 그치지 않습니다. 유명하다는 의료진이 전부 붙어 봤지만, 의학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아이의 아버지이며 갑부 집안의 장손이라는 의뢰인 박지용(김재철)은 아픈 아이를 고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를 살펴본 무당 화림은 '묫바람(산소탈)'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이것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아이에게까지 대물림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어서 전문가들을 더 불러야 한다고 했는데...

 
"사람의 육신이 활동을 끝내면 흙이 되고 땅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 흙을 마시고 그 땅을 밟으며 살고 죽고 또 태어나면서 계속 돌고 돈다. 한마디로 이 흙과 땅이 모든 것을 연결하고 순환시키는 것이다. 미신이다, 사기다 하는데, 대한민국 상위 1%에게 풍수는 종교이자 과학이다. 나는 지관(地官)이다. 산 자와 죽은 자들을 위해 땅을 찾고 땅을 파는 풍수사(風水師) 호안 김상덕(최민식)이다"
 
지관 김상덕과 함께 일하고 있는 장의사 고영근(유해진)은 전직 대통령의 염을 했을 정도로 꽤 알려진 인물인데, 의외로 개신교 교회 장로이기도 하다. 

 
"언제나 밝은 곳에서 살고 환한 곳만 바라보는 사람들, 세상은 환한 빛이 있어야 우리 눈에 보인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보이고 만질 수 있는 것들만 믿는다. 환한 빛이 있는 세상 그리고 그곳의 뒤편, 예전부터 사람들은 그 어둠의 존재들을 알고 있었고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러왔다. 귀신, 악마, 도깨비, 요괴... 그리고 그들은 언제나 밝은 곳을 그리워하며 질투하다가 아주 가끔 반칙을 써 넘어오기도 한다. 그리고 그때 사람들은 날 찾아온다. 음과 양, 과학과 미신, 바로 그 사이에 있는 사람, 나는 무당 이화림(김고은)이다"
 
함께 활동하는 법사(독경쟁이) 봉길(이도현)은 화림을 선생님(신어머니)으로 모시고 있다. 굿판에서는 북을 치는 악사이자 경문을 읊는 법사이면서, 귀신을 몸에 받는 신주 노릇도 하고 있다. 

 
그리하여 지관 김상덕과 장의사 고영근, 무당 이화림과 법사 봉길까지... 전문가 네 사람이 이번 일을 해결하기 위해 한데 모였고, 의뢰인 박지용은 이들에게 두 가지를 당부했다.
 
박지용: 오늘 모든 일은 전부 비밀로 해주십시오. 그리고 바로 화장해 주십시오. 관 채로요!
김상덕: 개관도 하지 말라고요?
박지용: 상관이 있는 건가요? 어차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화장하는 거라고 들었는데요...
김상덕: 이게 보통 구청에 먼저 신고를 해야 되고, 개관을 한 다음에 장의사가 유골을 수습하고 나서, 그다음에 다른 자리로 옮기거나 화장을 해야 되는 거예요. 일단 묫자리를 먼저 봅시다!
박지용: 부모님도 그렇고 친척들이 반대가 좀 심합니다. 그래서 저는 최대한 빨리...
김상덕: 묫자리부터 먼저 보자고요...

 
강원도 북쪽, 산꼭대기에 위치한 조부의 묘는 갑부집안의 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소박한 모습이었는데, 당시에는 도굴이 워낙 심했던 시절이라 조용하고 소박하게 모셨다고 했다. 
그런데 묫자리를 찬찬히 살펴본 지관 김상덕이 이번 일은 할 수 없겠다면서 갑자기 거절을 했다.
 
"내가 한 40년 땅 파먹고 살았지만 여긴 듣도 보도 못한 음택이야. 여기 진짜 악지라고... 이런 덴 절대 사람이 누워 있을 자리가 아니야. 잘못 손댔다가는 지관부터 일하는 사람들까지 싸그리 다 줄초상 나는 거야!" 
 
하지만, '대살굿'을 함께 해보면 어떻겠냐는 화림의 제안과 아들 좀 제발 살려달라는 아버지의 간청에 못 이겨 결국 파묘가 결정되었던 것인데... 
 
* 대살굿(타살굿) 뜻: 살(煞)을 대신하는 굿. 피를 흘리며 죽어간 군웅신을 대접하고 험한 일을 막아달라는 의미로 동물을 죽여 신에게 바치는 굿거리의 일종으로 돼지가 주로 쓰임

 
그리하여 '액 돌리기'라고도 하는 일종의 속임 굿이 진행되었다. 돼지띠 일꾼들 다섯 명과 대물(代物)인 돼지 다섯 마리를 서로 연결하고, 그 다섯 명이 묘를 파게 한 다음 그 땅에서 나오는 음한 기운을 대물로 보내 화림이 대신 날려버리는 원리라고 했다.
 
굿과 함께 무사히 파묘가 끝나고, 의뢰인의 요청대로 개관 없이 관을 그대로 운구차에 실어 화장터로 이동하기 시작했는데, 그런데 갑자기 일기예보에도 없던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비 오는 날 화장을 하면 망자가 절대로 좋은 곳에 못 간다는 지관의 조언으로 결국 화장은 미뤄지고 인근 병원 영안실에 유골을 안치해 두었다가 손 없는 날에 다시 화장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뭐가 나왔다고 거기서... 겁나 험한 게..."
 
문제가 생겼다.
열지 말았어야 할 관이 열리게 되면서, 상주와 가족들이 위험에 빠지게 되었다. 이에 화림은 관이 있는 영안실에서 '혼 부르기'를 해보겠다고 했고, 지관은 이를 상주에게 알리기 위해 서울로 향했는데...
 
"100년을 그 밑에서 그렇게 소리쳤는데, 아무도 꺼내주지 않았잖아요. 혼이 증오만 남아 있다고요. 제 핏줄들 전부 찾아갈 겁니다!" 
 
"무속에는요 정설이 있어요. 혼은 불완전하고 귀는 육신이 없어서 그래서 결국 사람의 온전한 정신과 육체를 절대 이길 수 없단 말이에요. 근데 그건 완전히 다른 거예요. 혼령이 아니라 정령이에요. 사람이나 동물의 혼이 사물에 붙어 같이 진화한 거예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정체가 뭔지 어디서 왔는지 왜 그 박 씨 집안 묘에 있었는지..."
 
과연 화림과 지관 김상덕은 이 사태를 제대로 수습할 수 있을 것인지...

 
<파묘>는 이미 천만 관객 영화가 되었다. 특별히 오컬트 마니아는 아니지만 장재현 감독의 전작인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는 모두 보았던지라 이래저래 <파묘>에 대한 기대는 커질 수밖에 없었는데, 하지만 아쉽게도 나에게 <파묘>는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물론 재미가 없었다는 뜻은 아니고...
 
사실 화림과 봉길의 캐릭터가 배우들에게 꼭 맞는 옷이었나 싶은 의문이 가장 컸다. 특히 개인적으로 내가 무당 캐릭터에 기대하는 것은 아무것도 안 해도 자연스레 뿜어져 나오는 신묘함(신기)인데 아무래도 그 점이 못내 아쉬웠던 것 같다. 도깨비 신부로서의 김고은의 연기는 최고였었는데 말이지.
이도현 역시도 연기를 잘 해낸 것은 알겠으나 두 사람 모두 내게는 무속인보다는 그냥 젊고 예쁜 청춘남녀로 보였을 뿐이어서 조금만 더 연륜 있는 배우들을 캐스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대살굿 장면에서는 소름이 돋으면서, 김고은 배우가 참 애쎴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장면은 뜬금없을지 모르겠으나 봉길이 누워 있는 병실에서 화림과 광심(김선영), 자혜(김지안)가 함께 도깨비 놀이를 하던 바로 그 장면... 김선영 배우가 없었으면 어쩔 뻔... 제대로 특별출연한 배우였다는...
 
그리하여 개인적인 기대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지만, 장재현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던 영화 <파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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