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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대로 영화 리뷰

패스트 라이브즈

by 미유네코 2024.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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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라이브즈
Past Lives, 2024

 
한국계 캐나다 국적의 셀린 송 감독의 데뷔작인 <패스트 라이브즈>는 제81회 골든 글로브 작품상 포함 5개 부분 노미네이트를 비롯하여, 제96회 아카데미상에도 작품상과 각본상 2개 부문이 노미네이트 되면서 화제를 모은 작품으로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충분히 녹여낸 멜로/로맨스 영화다.  
 
* 패스트 라이브즈 뜻: past lives 전생(前生)

패스트 라이브즈

 
-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 국가: 미국, 대한민국
- 러닝타임: 105분
 
- 수상내역
2024
76회 미국 감독 조합상(감독상(신인감독부문))
39회 산타바바라 국제영화제(버추오소스상)
44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외국어영화상)
58회 전미 비평가 협회상(작품상)
2023
36회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밀로스스테릭상)

 
여: 저 사람들 무슨 사이 같아?
남: 동양 여자랑 백인 남자가 커플이고, 동양 남자는 오빠 같아
여: 동양 여자랑 동양 남자가 커플이고, 백인 남자가 둘의 친구이거나...
남: 백인 남자랑은 얘기도 안 하잖아
여: 그럼 둘은 관광객이고 백인 남자는 가이드?
남: 새벽 4시에 같이 술을 마시는데?
여: 하긴 그건 아니겠네
남: 직장 동료들인가?
 
늦은 시간 뉴욕에 있는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세 사람의 조합이 모습이 낯설어 보였던 모양인지, 얼굴은 나오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지만 백인의 미국인일 것으로 추측되는 남녀가 그들을 보면서 이러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24년 전...
 
엄마: 요즘은 학교에서 누가 좋아?
나영: 해성이?
엄마: 왜 좋은데?
나영: 남자다워. 나 아마 걔랑 결혼할걸?
엄마: 정말? 걔도 너랑 결혼한대?
나영: 나를 좋아하니까 내가 하자고 하면 하겠지
엄마: 걔랑 데이트할래?
 
영화감독인 아빠(최원영)와 화가인 엄마(윤지혜),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었던 12살 나영이는 온 가족이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떠날 예정이었다.
 
이민을 떠나기 전에 딸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엄마는 나영이가 좋아한다는 해성이와의 데이트 자리를 마련해 주기도 했는데, 하지만 첫사랑 나영이가 떠나고 홀로 남겨진 해성이는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었는데... 

12년 후 2012년... 
 
캐나다로 이민 갔던 나영은 지금은 노라라는 이름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 뉴욕에서 연극 극작가 일을 하면서 자리를 잡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이 그리워졌는지 문득 생각이 났는지 SNS를 통해 초등학교 친구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던 그녀는 영화감독이었던 아빠의 페이스북에 남겨진 글을 하나 발견하고는 놀라게 되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해성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해성에게 페이스북 친구 추가 요청 메시지를 보내게 되었는데... "나 나영이야... 기억나?" 

 
그렇게 두 사람은 12년 만에 설레는 영상통화를 하게 되었다.
 
뉴욕에서 살고 있는 노라/나영(그레타 리)과 어느새 군대를 다녀와 복학해서 공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해성(유태오)은 이날을 시작으로 거의 매일 영상통화를 하면서 서로에게 안부를 전하기 시작했는데...
 
노라: 넌 언제 뉴욕 안 와?
해성: 내가 왜 뉴욕을 가?
노라: 중국에는 왜 가는데?
해성: 중국어 배우러...
노라: 뉴욕에 와서 영어 배우지...
......
해성: 넌 언제 서울 안 와?
노라: 내가 왜 서울을 가?
 
서로가 궁금했고 서로가 보고 싶었지만, 먼 거리만큼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노라는 해성에게 잠시 연락을 끊는 게 좋겠다는 말을 꺼내게 되었는데...
 
노라: 난 이민을 두 번이나 해서 지금 뉴욕에 와 있어. 난 여기서 뭔가를 해내고 싶고, 여기에 있는 인생에 충실하고 싶은데, 내가 맨날 서울 가는 비행기를 찾아보고 앉아 있는 거야... 
해성: 내가 12년 만에 친구를 찾았는데... 음... 우리가 뭐 사귀기나 했냐? 그래 잘 가라. 나중에 얘기하자...

 
그리고... 또다시 12년이 흘렀다.
 
이제 더 이상 두 사람은 12살도 24살도 아니었고, 노라는 7년 전 아서(존 마가로)와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중이었는데, 어느 날 해성이 뉴욕으로 휴가를 온다면서 얼굴이라도 한번 보자고 했던 것이다.
 
남편 아서는 노라의 첫사랑이었던 남자가 아내를 보러 온다는 사실이 조금은 신경이 쓰였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아내의 어린 시절 추억을 소중히 여기고 두 사람의 재회를 이해해 주었는데...

 
하지만, 해성을 만나고 온 아내는 다음날 아침까지 계속해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멈출 줄 몰랐다. 
 
아서: 매력적이야?
노라: 그런 거 같아. 한국 남자답게 되게 남성적이야.
아서: 그래서 끌려?
노라: 글쎄... 아닌 거 같아. 오랫동안 기억 속에 있던 아이고 컴퓨터 화면에 이미지로만 있었는데, 이젠 실물이잖아. 강렬한 감정이긴 한데, 끌리는 건 아니야. 많이 보고 싶었던 거지. 서울이 그리웠나 봐...
아서: 그 친구도 네가 그리웠대? 
노라: 오래전에 알던 12살짜리 울보를 그리워한 거 같아. 내가 울 때마다 걔가 지켜봐 줬어.
아서: 언제 떠난다고?
노라: 모레 아침...
 
그리하여 해성이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세 사람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던 건데, 이 사람들의 저녁식사는 과연 괜찮을까???

 
<패스트 라이브즈>는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면서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잔잔함 그 이상의 지루함이 느껴지는 영화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볼까 말까를 고민했던 영화이기도 하다.
 
게다가 영화평에는 배우들에 대한 갑론을박도 있었기에 그 부분도 우려가 되었던 게 사실이기는 한데, 오히려 나영 캐릭터는 어릴 때 이민을 갔기 때문에 한국어에 서툰 건 당연한 일이라 받아들여졌지만, 해성 캐릭터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배우가 맡았으면 더 좋았겠다 싶기는 했다.
 
하지만 캐스팅 자체 보다도 아쉬웠던 것은 대사가 들리지 않는 구간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거...
그건 두 사람의 12살 시절부터 시작된다. 분명 한국 아이들인데 대사가 또렷하게 들리지 않아 웅얼거리는 느낌에 몇 번을 돌려 들어도 모르겠더니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그랬던... 정말 한국어 자막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던 장면들이 꽤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스트 라이브즈>는 지루함이 아닌 잔잔한 설렘으로 다가왔고, 노라처럼 페이스북은 아니지만 아이러브스쿨을 통해 그때 그 친구를 찾아보기도 했던 내 젊은 그 시절들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만든 영화이기도 했다.
 
글을 쓰지만 감성적이기보다는 이성적이고 감정에 솔직한 편이었던 나영과 공학도 이지만 오히려 조금은 내성적이고 감성적이었던 해성, 그 두 사람 사이에서는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대인배 남편 아서의 마음들이 너무나 아슬아슬하면서도 공감이 많이 되었던...
   
그리하여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추억 돋는 감성 로맨스/멜로 영화로 마음 한편에 아련한 여운을 남긴 <패스트 라이브즈>였다.

 
"한국어엔 이런 말이 있어. 인연... 섭리나 운명을 뜻하는 건데,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거야. 불교와 윤회 사상에서 온 개념 같아. 전혀 모르는 사람 둘이 길을 걷다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해. 전생에 관계가 있었다는 뜻이거든... 그 둘이 결혼하면 8천 겁의 인연이 쌓인 거라고 말해. 자그마치 8천 번의 삶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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