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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대로 영화 리뷰

<독> 영화 리뷰..베네딕트 컴버배치

by 미유네코 2024.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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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son, 2023

 

영화 <독>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프렌치 디스패치>를 연출한 웨스 앤더슨 감독이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인 '로알드 달' 소설 원작의 단편 영화 4편 중 하나로 영국의 지배를 받고 있던 시기의 인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
평점
4.6 (2023.01.01 개봉)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데브 파텔, 벤 킹슬리, 랄프 파인즈

 

-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장르: 드라마/코미디
- 국가: 미국
- 러닝타임: 17분

 

보름달이 밝던 밤, 화자(話者)인 팀버 우즈(데브 파텔)가 집에 도착하면서 영화는 시작되고 있다.

 

자정쯤 집에 도착했고, 방갈로로 향하면서 헤드라이트를 껐다. 불빛이 창문으로 새어 들어가 해리 포프(베네딕트 컴버배치)를 깨울까 봐 그랬는데, 괜한 짓이었다. 방에 불이 켜져 있었던 것이다.

 

주차를 하고 현관으로 향했는데, 계단이 남은 줄 알고 헛디딜까 봐 세어 가며 올라갔다. 하나, 둘, 셋, 넷...

 

친구의 방으로 가서 조용히 문을 열고 들여다봤다. 해리는 눈을 뜬 채 침대에 누워 미동도 없이 고개도 안 돌렸는데,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작게 속삭이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와줘!"

문을 열고 안으로 발을 들였다.

 

"멈춰!"

쥐어짜는 듯한 소리라 뭐라는지 잘 안 들렸다.

 

"신발 벗어!"

영문은 모르겠지만 일단 들어주기로 했다.

 

해리는 몸의 3/4쯤을 홑이불로 덮고 반듯이 누워서 줄무늬 잠옷 차림에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더워서 나도 땀이 났지만 해리는 너무 심했다. 얼굴이 번들거리고 베개는 푹 젖어 있었다.

 

해리: 나 건드리지 마!

팀버: 왜 그러는데, 해리?

해리: 크라이트(krait)!

팀버: 뭐?

해리: 뱀... 우산뱀 말이야

팀버: 우산뱀한테 물렸어? 어딜? 언제?

해리: 아직 안 물렸어. 우산뱀이 내 배에서 자고 있어!

팀버: 설마 지금 우산뱀이 자네 배 위에서 자고 있다고? 어떻게 들어갔지?

 

괜한 질문이었다. 그냥 조용히 있으라고 할걸...

 

이후 해리가 들려준 자초지종은 이랬다.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있을 때 책 뒤쪽 가슴에서 뭔가가 느껴지더니, 작은 우산뱀이 잠옷 위로 올라오는 게 보였고, 움직이면 안 되니까 그대로 얼어붙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불 위로 움직일 줄 알았던 우산뱀이 하필 이불속으로 들어갔고, 배 부분 잠옷 위로 움직임이 느껴지다가 멈추더니, 그대로 잠을 자더라는 거였다. 그래서 기다리기 시작한 게 벌써 몇 시간 째라고...

 

"더는 못 버티겠어. 기침이 나올 것 같아!"

 

그리고는 원작자인 로알드 달(랄프 파인즈)이 등장하여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사실 우산뱀이라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우산뱀은 민가 근처에서 따뜻한 곳을 찾곤 하니까... 진짜 놀라운 건 아직 안 물렸다는 사실인데, 물릴 경우 당장 해독제를 먹지 않으면 죽을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인 녀석이었다. 작고 가는 우산뱀은 바로 이렇게 생겼다(유리병 속에 들어 있는 우산뱀을 보여주며).

아주 작은 틈이라도 있으면 어린아이의 침실 문 틈으로 아무도 모르게 들어갈 수 있다. 어떤 농장 관리인이 뒷다리를 물린 양 얘길 해줬었는데, 사체의 몸을 갈라보니 피가 새까만 타르 같았단다'

 

"움직이지 말고, 필요 없는 말도 하지 마! 놀라게만 안 하면 안 물 거야. 내가 해결해 볼게!"

 

사실을 알게 된 팀버는 혹시라도 우산뱀이 놀라 해리를 물면 곧장 쓸 수 있도록 주방에 가서 잘 드는 칼을 챙겨 주머니에 넣었다. 물린 곳을 째고 독을 빨아낼 작정이었던 것.

 

팀버: 우선은 내가 이불을 살짝 걷고, 안을 보는 게 최선일 것 같아

해리: 멍청한 놈... 빛 때문에 놀라서 날 죽일 거라고!

팀버: 좋은 지적이네. 그럼 이불을 확 들추고 재빠르게 휙 치워버릴까?

해리: 의사나 불러!

 

그리하여 팀버는 현지 인도인 의사인 간더바이 선생(벤 킹슬리)에게 전화를 걸어 빨라 와 달라고 요청을 하게 되었는데...

 

'로알드 달'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단편 영화 4편 중에서 나는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실사영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를 먼저 보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짧고 굵은 한방이 있었던 <독>이 더 마음에 들었다.

영화 속 '로알드 달'이 유리병 속에 들어 있는 작은 우산뱀을 소개해 준 덕분에 뱀에 대한 이미지가 더욱 선명해졌는데, 그렇게 애기애기한 뱀이 똬리를 틀고 이불속 해리의 배 위에서 쌔근쌔근 잠들어 있을 것을 상상하는 재미가 너무나도 충만했던 영화였다.

물론 뱀은 징그럽고 무서운 존재이기는 하지만 동화 속 아기뱀 정도로 그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동시에 해리가 두려움에 떨며 산송장처럼 누워있어야 했던 만큼 언제라도 돌발상황은 발생할 수 있다는 그 짜릿한 긴장감까지...

 

웨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연출과 영상미, 그리고 마지막 반전에 더해 인종차별적 언사를 통해 던져준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메시지까지... 여러 가지로 나에게는 깊은 인상을 남겨준 영화 <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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