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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대로 영화 리뷰

<낯설고 먼> 추천영화 리뷰..아카데미 단편영화상 수상작

by 미유네코 2024.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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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먼
Two Distant Strangers, 2020

 

마틴 데스몬드 로 & 트라본 프리 감독이 함께 연출한 <낯설고 먼>은 2020년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비무장 상태의 흑인남성이 사망하게 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32분짜리 단편 영화로 제93회 아카데미 최우수 실사 단편 영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낯설고 먼
한 흑인 남성이 어느 날 아침 강아지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다 백인 경찰에게 총을 맞아 죽는다는 사건이 계속 반복되는 설정을 통해, 블랙 라이브스 매터 운동을 촉발시킨 경찰 폭력을 비판하는 내용
평점
7.0 (2020.01.01 개봉)
감독
트라본 프리, 마틴 데스몬드 로
출연
조이 배드애스, 앤드류 하워드, 자리아, 모나 시쇼디아, 캐머런 얼리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장르: 드라마/SF
- 국가: 미국
- 러닝타임: 32분

 

지난밤 계획에 없던 외박을 하게 된 카터(조이 배드애스)는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을 반려견이 걱정되어, 펫캠이 장착된 자동 급식기로 간식을 던져 주면서 지터에게 빨리 돌아가겠다는 말을 전했는데...

 

"지터, 잘 놀고 있었어? 금방 집에 갈게, 약속해! 어젯밤에 어떤 여자를 만났거든, 몇 잔 마시고 그녀 집에 갔다가 그렇게 됐어. 그다음은 말 안 해도 알지? 아빠 갈 때까지 얌전히 있어!"

 

어젯밤 우연히 만나게 된 매력적인 여성 페리(자리아)의 집에서 부스스 눈을 뜬 카터는 혼자 있을 지터가 걱정되어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에 브런치를 함께 하자는 페리의 제안도 정중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페리는 괜찮은 여성 같았고 다시 만나고도 싶었으나 혹시 자신과는 다른 마음일까 봐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페리 역시도 싫지는 않은 눈치여서, 곧 연락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그렇게 집으로 향하게 되었던 건데...

 

그런데... 그녀의 집을 나와 그저 담배 한 대를 피우고자 했던 게 화근이 되고 말았다. 근처에 있던 머크(앤드류 하워드) 형사가 다짜고짜 카터를 불러 세웠는데...

 

머크: 그거 담배야?

카터: 네, 그런데요...

머크: 담배 냄새 같지가 않은데?

카터: 죄송하지만 후각이 좀 독특하신 것 같네요...

머크: 수상한 담배를 피우는 친구가 돈을 꽤 많이 갖고 다니네? 하는 일이 뭐야?

카터: 그래픽 디자인요, 만화책을 만들어요. 제가 좀 잘나가거든요...

 

잘못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 별일 아닐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이게 웬걸, 머크형사가 돌연 아무 죄도 없는 카터를 거칠게 몰아붙이기 시작하더니 주변에 있던 다른 형사들까지 합세하여 저항하는 그를 폭력적으로 제압했고, 결국 카터는 억울하게 숨을 거두고 말았는데...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인가... 그가 다시 살아났다!

그렇게 허망했던 죽음과 동시에 또다시 페리의 침대에서 눈을 뜨게 되었던 카터는 너무나 당혹스러웠고, 그래서 처음에는 현실과 구분이 어려울 만큼 생생한 꿈을 꾸었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꿈이 아니었다. 

 

아무리 노력해 보아도 절대 피해지지 않는 죽음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음을 깨닫게 된 카터는 테리에게 조언을 구해보기로 했는데...

 

카터: 누가 매일 널 죽이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

테리: 그 사람을 죽여야겠지? 하지만 그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은 거라면, 대화를 시도해 볼 것 같아!

 

카터는 테리의 조언대로 머크 형사에게 먼저 다가가서 대화를 나눠보기로 결심하게 되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청년이 아무런 잘못도 없이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백인 경찰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그저 영화적 허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너무나 안타까웠고, 2020년대에도 여전히 인종차별을 뿌리 뽑지 못한 미국사회의 현주소를 다시금 깨닫게 되면서 참으로 씁쓸하고 무거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렇듯 죽음을 반복하면서 계속 잠에서 깨어난다는 설정의 타임루프 영화로 <해피 데스데이>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낯설고 먼>은 32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그것도 은유적인 연출을 통해 이토록 뜨겁고도 강렬한 메시지를 남길 수가 있구나 싶게 만들면서, 나에게는 소름 끼치도록 특별한 임팩트를 남긴 영화이기도 했다.

 

다만,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영화가 신시아 카오(Cynthia Kao) 감독의 단편 영화 'Groundhog Day For a Black Man(2016)'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유튜브를 통해 해당 영상을 찾아보니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기는 해서...

 

어쨌든 묵직한 메시지 한방뿐만 아니라 상업적인 재미 또한 놓치지 않으면서 32분이 정말 후다닥 지나갔고, 마지막을 위해 숨기고 있던 반전의 발톱은 나름 날카로웠으며, 거기에 희망과 용기까지 품고 있어서 여러모로 좋았던 영화 <낯설고 먼>을 추천하고 싶다.

 

"방법을 찾아낼 거야. 아무리 오래 걸려도 몇 번을 반복하더라도 상관없어. 어떻게 해서든 난 우리 강아지한테 돌아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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