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느낌대로 영화 리뷰

시민덕희

by 미유네코 2024. 5. 24.
반응형

시민덕희
Citizen of a Kind, 2024

 
박영주 감독의 <시민덕희>는 2016년에 발생했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로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평범한 시민 김덕희가 도움을 주리라 믿었던 경찰마저도 수수방관 손 놓고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직접 사건을 해결해 보고자 동분서주 고군분투하게 되는 치열했던 삶의 이야기다.

시민덕희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장르: 드라마
- 국가: 대한민국
- 러닝타임: 114분
 
- 수상내역
2024
26회 우디네 극동영화제(각본상)

 
두 아이의 엄마인 덕희(라미란)는 최근 불의의 화재 사고를 당하게 되면서 큰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아무래도 금전적인 타격이 컸기 때문에 혹시 대출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하여, 은행에도 찾아가 봤지만 역시나 자격이 안된다는 답변이 돌아왔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화성은행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는데...
 
손 대리: 화성은행 손진영 대리라고 합니다. 지난번에 대출하시러 저희 은행 방문해 주셨죠. 제가 소개해 드릴 상품이 있어서 연락드렸는데 통화 가능하신가요?
덕희: 저는 자격이 안 된다면서요?
손 대리: 그거랑은 다른 겁니다. 햇살론이라고 저소득 서민 맞춤으로 나온 상품이거든요...
덕희: 그럼 나도 대출이 되는 거예요?

 
2016년 6월 19일, 경기도 화성
얼마 후 손 대리가 계속 연락이 되지 않자 덕희는 급한 마음에 은행으로 달려가게 됐고, 손진영 대리를 만나러 왔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 앞에 손 대리가 나타났는데...
 
손 대리: 제가 손진영인데요...
덕희: 아니 언니 말고 남자 손진영 대리요...
손 대리: 남자는 없는데 저희 지점이 맞으세요?
덕희: 내가 계속 통화를 했다고요... 화성은행 봉담지점 손진영 대리요...
손 대리: 저 혹시 돈 보내셨어요?

 
이렇게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덕희는 경찰서에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다양한 명목으로 총 8차례에 걸쳐 그녀가 보낸 금액이 무려 3,200만 원이었고, 자초지종을 최대한 상세하게 진술서를 기재한 후 담당인 박형식(박병은) 형사에게 제출했다.
 
덕희: 형사님 제가 지금 안타까워할 시간도 없고요, 고상하게 우아 떨 형편도 안 되고요, 어떻게 하면 제 돈을 찾을 수 있는지 그것만 좀 알려주세요. 손 대리 잡을 수 있죠?
박 형사: 저희가 수사는 바로 진행을 할 거고요, 근데 계좌 추적하려면 시간이 걸려요...
 
이제 더 이상 덕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기다리는 것뿐... 

 
2016년 6월 30일, 중국 칭다오 
덕희가 애타게 찾던 그 손 대리는 지금 칭다오에 있었다. 남의 피 같은 돈을 사기 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느냐 하면 또 그렇지가 않았는데... 
 
손 대리의 본명은 권재민(공명)으로 28세의 청년이었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한 위치조차도 알지 못한 채 허름한 건물에 갇혀 지내면서 시키는 대로 전화를 걸 뿐이었다.
 
노예와도 같은 고단한 삶의 연속에 점점 견디기 힘들어진 재민은 이곳을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여의치가 않았는데... 

 
속이 타들어가는 덕희에게 반가운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박 형사는 덕희가 신고한 송금계좌에 대해 지급 정지를 시켜 놓기는 했지만, 이미 다 빠져나간 상태라면서 아무래도 돈을 되찾기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그냥 좋은 인생 경험 했다고 생각을 하세요. 저도 안타까운데... 수사가 이미 종결이 됐어요"
 
320만 원도 아니고 3,200만 원이다. 그런데 이렇게 허무하게 사건이 종결되었다는 소식에 그녀는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데 그날... 뜻밖의 전화가 걸려왔다. 
 
"김덕희 고객님, 저 화성은행 손진영 대리입니다. 이번엔 진짜예요. 제가 김덕희 씨한테 제보할게요!"

 
손 대리의 말은 이랬다.
자신도 칭다오에 붙잡혀서 억지로 이 일을 하고 있는 처지라면서, 신고를 하고 싶어도 전화번호 이력이 뜨기 때문에 그곳에서는 직접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더 이상은 못 견디겠다면서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재민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말할 테니 신고만 해달라고 했는데...
 
그리하여 덕희는 다시 박 형사를 찾아갔지만, 도무지 믿으려 들지 않는 그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박 형사: 수사 종결됐다고 얘기하자마자 제보 전화가 왔다니까 좀 그렇잖아요. 어차피 우리는 재수사 못해요!
덕희: 왜 못해요?
박 형사: 콜센터 주소가 없잖아요. 주소가 없으면 못 해요!
덕희: 그럼 이제부터 찾아봐야죠. 무슨 형사가 이렇게 날로 먹으려 그래요?

 
재민은 자신이 있는 곳의 주소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였고,  박 형사는 이제 덕희의 전화도 받지 않고 피하기만 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재민이 준 단서들을 가지고 칭다오로 직접 가서 주소를 알아내고야 말겠다고...
 
그리하여 중국어에 능통한 조선족 출신의 절친 봉림(염혜란)과 극구 자신도 가야 한다며 따라나선 회사 동생 숙자(장윤주)와 함께 칭다오로 향하게 되었고, 마침 칭다오에 살고 있던 봉림의 동생 애림(안은진)까지 합세하여 콜센터 위치를 찾아내기 위해 열심히 발로 뛰기 시작했는데...
 
과연 덕희는 콜센터의 주소지를 알아내고 자신이 사기당한 돈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덕희에서 도움을 요청했던 재민은 지옥 같은 그곳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인지... 

 
<시민덕희>는 이것이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는데, 사기를 당한 것도 물론 억울하고 속상했지만, 이에 대한 경찰의 뜨뜻미지근한 대처가 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생각된다.
 
영화에서는 나중에라도 박 형사가 정신 차리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실제 주인공이 경험했던 현실을 생각하면 '시민을 위한 경찰'이 과연 맞는 건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더라는...
 
우선 포스터로 접했던 <시민덕희>의 첫 느낌은 웃음기 머금은 가벼운 코미디 영화가 아닐까 싶었으나, 의외로 범죄 수사물의 느낌을 물씬 풍기면서 꽤 긴장감 넘치는 짜릿한 영화여서 더 좋았는데, 피도 눈물도 없던 보이스피싱 총책(이무생)의 섬뜩하고 서늘한 표정도 잊을 수가 없다는...
 
게다가 라미란, 염혜란, 장윤주, 안은진까지 우리 칭다오 4인방의 케미는 최고였고, 안 그럴 것 같던 박 형사(박병은)가 큰 웃음을 선사하면서 보다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던 영화 <시민덕희>였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통해 덕희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며...
 
앵커: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전문가: 굉장히 조직적입니다. 통장 모집책, 인출책, 송금책, 콜센터 상담원까지 분업화가 돼 있고요, 자기들끼리도 서로 신원을 모르기 때문에 꼬리 자르기가 용이합니다. 그렇다 보니까 말단 조직원은 잡아도 총책은 잡기 어렵습니다. 해외에 콜센터를 두고 활동하기 때문에 위치를 파악하기가 너무 어렵고, 위치파악이 된다고 해도 해당국의 공조가 있어야만 체포가 가능하니 총책은 바로 그 점을 노리고 마음껏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이지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