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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대로 영화 리뷰

댓글부대 후기

by 미유네코 2024.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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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Troll Factory, 2024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출한 안국진 감독의 <댓글부대>는 뜻하지 않게 오보 기자로 낙인찍힌 사회부 기자가 여론을 조작하는 댓글 부대 활동에 대한 제보를 받게 되면서, 그간의 오명을 씻고 재기하고자 다시 한번 고군분투하게 되는 이야기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댓글부대
실력 있지만 허세 가득한 사회부 기자 ‘임상진’  대기업 ‘만전’의 비리를 취재하지만 오보로 판명되며 정직당한다.  “기자님 기사 오보 아니었어요. 다 저희들이 만든 수법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의문의 제보자가 찾아온다.  자신을 온라인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댓글부대, 일명 ‘팀알렙’의 멤버라고 소개한 제보자는  돈만 주면 진실도 거짓으로, 거짓도 진실로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불법은 아니에요. 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제보, 어디부터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인가? 
평점
9.5 (2024.03.27 개봉)
감독
안국진
출연
손석구, 김성철, 김동휘, 홍경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장르: 범죄, 드라마
- 국가: 대한민국
- 러닝타임: 109분

 

"이 이야기는 실화이다. 1992년부터 2023년까지 약 30년 동안 일어난 사건들을 실제 제보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였다. 사실 적시 명예훼손 등 법적인 문제를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등장인물 및 기관과 단체의 이름은 가명을 사용하였으나 나머지는 모두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다. 이것들은 내가 기자의 사명을 걸고 직접 취재해 알아낸 것들이다. 맞다, 나는 기자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한 사람의 제보로 시작된다 "

 

사회부 임상진 기자는 중소기업인 '우성 데이터' 대표로부터 제보를 받게 된다. 우성 데이터는 차세대 하이패스 단말기 입찰에 참여한 유일한 업체였고, 5년이 걸려 개발한 독보적인 기술을 토대로 야심 차게 성능테스를 준비해 왔다. 무려 연 매출 500억에 달하는 독점권이 걸려 있었는데, 어처구니없게도 성능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하게 되면서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회사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이날 현장에서 방해 전파를 쏜 증거도 있고, 돈으로 직원들을 사주해서 기술을 빼 간 것이 틀림없으며, 게다가 기술이 없어 입찰에 참여하지도 못했던 경쟁 업체가 6개월 뒤 그 입찰 가져갔는데, 그 회사가 바로 만전의 계열사라고 했다. 

 

좀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상진도 대기업 '만전'의 이름이 거론되자 솔깃해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기사를 써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는데...

 

하지만 기사가 나가자마자 상진은 '기레기'의 대명사가 되어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것인지 제대로 취재하여 작성한 그의 기사는 하루아침에 오보가 되어 있었고, 기자의 사명감으로 시작했던 일이 역풍을 맞게 되면서 온라인상에 신상정보까지 털린 상진은 결국 정직 6개월 처분을 받고 말았다. 편집장(최덕문)은 잠깐 쉰 후에 제대로 준비해서 후속 기자를 꼭 쓰자고 했지만 과연 이게 가능할 것인지...

 

결국 6개월이 아닌 14개월이나 지나버렸고, 답답했던 상진은 용기를 내어 신문사로 찾아가 보았지만 그사이 편집장도 바뀐 상태였다. 새 편집장(이선희)은 복직은 자신과 한 약속이 아니지 않냐면서 그렇게 큰 사고를 친 사람을 다시 받아줄 수는 없다면서 딱 잘라 선을 그었다. 

다른 신문사에 이력서를 내보기도 했지만, 이미 소문이 날대로 난 상태에서 그를 받아주겠다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상진의 SNS로 누군가 접촉을 해왔다. 

'기자님 기사에 달린 악플은 전부 만전의 비리를 숨기기 위한 공작입니다'라면서, 증거도 있고 만나서 모든 걸 얘기하겠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약속 장소에서 만난 제보자는 너무 어린 청년이어서 도무지 믿음이 가지 않았다. 

 

찻탓캇: 기자님 기사 그거 많이 퍼진 거 좀 이상하지 않으셨어요? 요즘 누가 그런 기사를 읽어요? 그렇게 인기 있었을 만한 기사는 아니었잖아요. 그 기사에 달렸던 악플도 다 가짜예요. 기자님들한테나 큰일 났던 것처럼 보였던 거지 실제로는 아무도 관심 없었어요. 

상진: 지금 그거 제보하려고 나 여기까지 불렸냐?

찻탓캇: 그게 다 저희들이 만든 방법이라고요. 기자님 기사 못 쓰게 하려고 여론 조작한 거라고요. 기자님 기사 오보 아니었어요. 저희 이야기 기사로 써 주시면 저희가 기자님 도와드릴게요. 

상진: 내가 왜? 내가 뭐 하러?

찻탓캇: 저희 제보는 재밌을 거니까요...


친구들과 함께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팀알렙'에서 스토리 작가 역할이라는 닉네임 찻탓캇(김동휘)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소설가였다고 했고, 팀알렙의 리더 찡뻤킹(김성철)키보드 워리어 팹택(홍경)과 함께 총 3명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면서 그들이 어떻게 댓글부대로 여론 조작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낱낱이 들려주었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황당무계한 소설 같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믿고 기사로 옮길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뜻밖에도 찻탓캇의 이야기 속에도 바로 그 대기업 '만전'이 등장하고 있었던 것인데...

 

<댓글부대>는 많은 기대를 모았던 만큼 결말에서 호불호가 좀 갈리긴 했던 모양인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라고 했던 안국진 감독님이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가 아니었나 싶다. 

 

자료화면과 더불어 무미건조한 음성의 배우 손석구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 영화는 촛불시위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읊어주고 있었는데, 그래서 잠깐 이 영화가 너무 다큐멘터리 필인데 하며 내심 걱정스럽기도 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생각보다 재미있게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영화였다. 

 

감독님은 배우 손석구에 대해 대체할 만한 배우가 전혀 떠오르지 않았었다고 했었고, 팀알렙 3인에 대해서는 완전체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다고 했는데, 김성철, 김동휘, 홍경 닮은 듯 다른 세 배우의 조합은 정말이지 찰떡궁합으로 시너지를 내면서 완전체 그 이상이었다고 생각된다. 

 

모든 것이 다 사실이라고 가정해 본다면 생각보다 더 무서운 세상이구나 씁쓸해지기도 했고, 팀알렙 3인방이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지 그 거취가 많이 궁금해기도 했지만, 이 정도면 재미면에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을 것 같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의 단면을 <댓글부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곱씹어 보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아무도 모르는 은밀한 비밀을 마음껏 소문내 본 적 있나? 그 쾌감은 기자만이 안다. 기자의 길은 어둡고 외롭다. 하지만 기자의 용기는 세상을 바꾼다. 그것이 기자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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