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태양을 흔들자
我们一起摇太阳
Viva La Vida, 2024
중국 한연(韓延) 감독이 연출한 <우리, 태양을 흔들자>는 투석치료를 받으며 신장이식을 기다리고 있던 젊은 여성이 구혼을 위한 동영상을 올리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는 로맨스 멜로 영화로 실화에 기반을 둔 <가장 실리적인 결혼 거래, 가장 감성적인 영원한 약속(最功利的婚姻交易, 最动情的永恒约定)>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장르: 로맨스/멜로/가족/드라마
- 국가: 중국
- 러닝타임: 129분
"제 이름은 링민입니다. 저는 요독증 환자입니다. 3개월 12일 5시간 33분 후면 25살이 됩니다. 병에 걸린 이후로 초 단위로 시간을 재고 있어요. 처음 6개월 동안은 왜 신장이 망가졌는지 이유를 알아내려 했어요. 소변을 참아서인지, 너무 짜게 먹어서인지... 하지만 결국 다 귀찮아졌어요"
링민(이경희;李庚希;리겅시)은 얼굴을 드러내는 게 불편했는지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마스크를 쓰고 자신의 이야기를 동영상에 담아내고 있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자신이 앓고 있는 병에 대해, 그리고 고통스러운 투병생활에 대해서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그녀는 그 이유애 대해서도 이렇게 설명했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이유는 제가 사기꾼이 아니라는 걸 알리기 위해서예요. 여기 제 진료 기록과 혈액형, 검사 보고서예요. 신장 이식을 받으면 정상인처럼 살 수 있지만, 신장을 기다린 지 이미 2년이 지났고, 평균 대기 기간이 8~9년이라고 해요. 일주일에 투석을 3번 받으며 힘겹게 버티는 삶이 정말 지긋지긋해요. 요독증은 불치병이 아니지만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어요. 더는 이런 식으로 기다리고 싶지 않아요. 신장 이식 전에 죽을까 봐 두려워요"
결론은 이랬다. 결혼 상대를 구하고 싶다는 것, 그것은 곧 신장 기증자를 찾는다는 의미라는 것도 명확하게 밝혀두었다.
"암 환자분들 중 저와 기질이 일치하고 신장을 기증해 줄 분이 계시면 당신과 결혼하겠습니다. 함께 병마와 싸우며 살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세상을 떠난다면 당신의 아내로서 신장을 이식받아 계속 살아가며 당신의 가족과 부모님을 돌보겠습니다. 이기적인 제안인 거 압니다. 하지만 살기 위해서니 저의 비굴함과 추함을 용서해 주세요!"
일단 링민은 이러한 내용으로 구혼 동영상을 만들어 두기는 했지만, 선뜻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동산에서는 난데없이 방을 빼달라고 연락이 오고, 갑자기 집안 전기가 나가버리더니, 가스레인지까지 켜지지가 않으니... 이러한 모든 상황들이 일순간 너무 버겁게만 느껴졌던 링민은 충동적으로 암환자 그룹에 자신의 동영상을 올리게 되었는데, 이내 정신이 번쩍 든 그녀는 결국 1분 만에 동영상을 다시 삭제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다음날 신장 찾던 분이 맞느냐면서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메시지가 와 있었고, 놀란 링민은 실수로 올린 거라고 설명하기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상대는 직접 만나서 얘기하자면서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었던 것인데...
남자의 이름은 뤼투(팽욱창;彭昱畅;평유창)라고 했다. 링민은 실수로 올린 동영상이며 비현실적이고 비도덕적이니 없던 일로 해달라고 했지만, 뤼투는 뜬금없이 혹시 장기밀매가 아니냐며 의심했고,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판단한 링민은 어이없어하며 자리를 떠났는데, 남자로부터 또다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축하합니다. 첫 번째 시험을 통화했군요!'
이후 뤼투는 어떻게 알았는지 링민이 투석하는 날 병원까지 찾아왔다.
링민: 어떻게 알고 찾아왔죠?
뤼투: 당신의 진료 기록과 검사 보고서를 읽었는데 이 병원 자료라서 확인하러 왔어요.
링민: 무슨 권리로 내 상황을 확인하죠?
뤼투: 신장 내놓으라면서 확인도 못 하게 해요?
링민: 내 말 잊었어요? 그거 하기 싫다고요...
하지만 뤼투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고, 집 앞은 물론이고 가는 곳마다 링민을 따라다니기 시작했으며, 시험에 통과한다면 원하는 대로 결혼을 하고 신장도 줄 테니 자신의 엄마를 돌봐달라고도 했다.
결국 링민은 자신의 실수이고 자신이 자초한 일이라며 자포자기가 되어서는 뤼투에게 계속하던 대로 시험하라고 말했는데...
고단한 링민과 엉뚱하기 그지없는 뤼투는 앞으로 어떠한 일들을 마주하게 될는지...
과연 두 사람은 함께 졸고 있는 태양을 흔들어 깨울 수 있을 것인지...
<우리, 태양을 흔들자>는 처음부터 많이 어둡고 우울했다. 아픈 두 사람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그 마지막은 또 얼마나 슬플까 걱정이 되기도 했었는데, 이게 무슨 일... '활기찬 남자' 뤼투의 등장과 함께 코믹한 분위기로의 대반전을 이루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너무나 꼬질꼬질 지저분해서 정이 뚝 떨어질 것 같은 주인공이라니 이걸 어째...
하지만 그것이 이 영화의 또 다른 장점이 아닐까 싶다. 한껏 예쁘고 멋지게 치장을 해서 빛이 나는 남녀가 아니라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알아가는 링민과 뤼투의 화려하지는 않지만 씩씩한 모습들이 참 풋풋하고 보기 좋았다. 물론 그것이 환자이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을 생각하면 안쓰럽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영화는 우려와는 달리 너무 슬프게만 몰아가지는 않았다. 두 배우의 훌륭한 연기 덕분에 눈물은 결코 피해 갈 수 없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했고, 따뜻함과 희망이 함께 하면서 아름다운 여운을 남겨 주었던, 이 가을에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 <우리, 태양을 흔들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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