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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대로 영화 리뷰

<돼지와 뱀과 비둘기> 영화 리뷰..원경천

by 미유네코 2024.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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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와 뱀과 비둘기(周處除三害)
The Pig, the Snake and the Pigeon, 2023

-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 장르: 액션/범죄
- 국가: 대만
- 러닝타임: 134분
 
웡칭포(黃精甫,황정보) 감독의 <돼지와 뱀과 비둘기>는 경찰의 수사를 피해 도피 생활을 하던 조직폭력배가 우연히 대만 전역에 공개 수배된 '3대 지명 수배자' 중 자신이 겨우 세 번째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수배자를 제거하고 No.1이 되고자 무모한 결심을 하게 되는 범죄 액션 영화다.

 
조직폭력배 보스인 흥회장이 사망하면서 그의 장례식에는 조문을 위한 여러 조직의 수많은 조직폭력배들이 참석을 했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폭력사태를 대비해 많은 인원의 경찰도 배치된 상태였다.
 
완화파 흑회장을 모시는 골디(劉子銓,유자전)는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조문객 중 흑회장을 모신다는 남자를 발견하고는 인사를 건네게 되었고, 식사를 하는 그에게 흥회장의 사망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는데...
 
"두 달 전에 구 형님이 흥 회장 카지노에서 8백만 달러를 땄어. 근데 돈을 안 주니까 일명 '쿠이린 키드'라고 불리는 자를 시켜서 받아 오라고 한 거야. '쿠이린 키드'가 글쎄 수류탄을 들고 가서 8백만 달러를 챙기고 카지노를 날려 버렸다더라. 흥 회장은 그 길로 죽었지. 미친놈이지만 멋있지 않냐?"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열심히 떠들어 대는 골디의 얘기를 천 쿠이린(阮經天,원경천)은 그냥 잠자코 듣고만 있었는데, 잠시 후 철두 형님이 장례식장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바로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철두가 자신에게 사살명령을 내린 사실을 알고 있었던 그는 그 많은 인파 속에서 철두를 사살한 뒤 달아났고, 근처에 있던 범죄수사과 천 후이(李李仁,이이인) 반장이 그의 뒤를 쫓아보았지만 놓치고 말았는데...

 
4년 후... 
천 쿠이린의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지하세계에서 조직폭력배들의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장 박사(謝瓊煖,사경란)는 쿠이린에게 또 다른 소식을 전하게 되는데...  
 
장 박사: 언제까지 도망 다니며 살 거야?
쿠이린: 늘 조마조마했지. 내가 잡혔다고 뉴스에 뜨면 할머니가 얼마나 상심하실까 싶어서... 이제 그럴 일은 없겠네. 지하 세계에서 날 모르는 놈이 없도록 크게 한번 저질러 보려고...
장 박사: 검사 결과가 나왔어. 폐암 4기래. 쥐새끼도 아니고 사람이 명예가 있어야지. 올바르게 살아. 죽더라도 품위 있게! 

 
망설이다던 쿠이린은 결국 자수를 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게 되었는데, 무슨 일인지 경찰서에는 이미 자수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고,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었음에도 경찰은 그저 신분증을 준비하고 줄을 서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경찰서에 붙어 있는 '대만 3대 지명 수배자' 명단을 발견하게 된 쿠이린은 자신이 세 번째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적잖이 실망하는 모습이었는데...
 
No.1 린 루호, 일명 황소머리
No.2 쉬 웨이치앙, 일명 홍키 
No.3 천 쿠이린

 
한편, 천 후이 반장이 장 박사를 찾아왔다.
럭키 양로원의 후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할머니 연락처에 있어서 찾아왔다면서 손자 천 쿠이린을 아느냐고 물었고, 장 박사는 자신은 약사이며 그저 양로원에 약을 갖다주고 간 김에 건강하신지 정도만 살폈을 뿐이라서 아는 게 없다고 했다.
이에 천 후이 반장은 자신의 명함을 건네면서 쿠이린에게서 연락이 오면 알려달라고 했는데...

 
죽는 것보다 죽고 나서 잊히는 게 두렵다고 생각한 천 쿠이린은 장 박사를 다시 찾아가게 됐다. 오래전 큰 부상을 당했던 홍키를 분명 장 박사가 치료해 줬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인데...
 
"저번에 경찰서에 갔었어. 당신 말이 생각나서... 근데 막상 가 보니까 난 자수할 수준도 안 되는 피라미였어. 난 곧 죽어. 마지막으로 한 번만 도와줘. 홍키 어디 있어?"
 
홍키(袁富華,원부화)린 루호(陳以文,진이문)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는 데 성공한 쿠이린은 먼저 홍키와의 연결고리가 되어줄 청 샤오메이(王淨,왕정)를 찾아가게 되는데...

 
<돼지와 뱀과 비둘기>는 죽음을 앞둔 남자가 자신이 죽은 이후에도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으로부터 시작된 영화였고, 그것은 '周處除三害(주처제삼해)'라는 원제를 통해 조금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주처(周處)'라는 인물이 해로운 세 가지를 제거한다는 의미인데, 천 쿠이린이 장 박사에게 이 이야기를 그대로 인용하기도 했었다.
 
"저우 추와 세 괴물들 얘기 알아? 사람들은 저우 추만 기억하지. 저우 추가 죽인 다른 괴물 둘을 몰라. 저우 추만 가치가 있고 그래서 기억되는 거야!"  
 
어찌 보면 참으로 단순하고 무모한 발상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시한부 판정을 받은 그에게는 더없이 절박한 이유가 되었을 것이고, 그러면서 영화는 오래전 홍콩 누아르 영화에서 느껴지던 낭만적인 정취가 엿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중후반이 지나면서 그 분위기는 180도 달라져서 이 영화가 지금 산으로 가는 것인가 잠시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역시 다 계획이 있었던...
  
마지막을 향해 갈수록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영화는 죽이는 사람보다 오히려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이 더 끔찍하게 느껴지면서 마음이 많이 복잡해지기 시작했고, 그 결말에서는 또 마음이 많이 아파와서 힘들기도 했던...
장 박사와 천 쿠이린이 조금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이후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비록 그것이 더 바람직한 결론은 아닐지라도...
 
그리하여 많은 생각과 특별한 여운을 남겨준 대만 영화 <돼지와 뱀과 비둘기>는 천진난만한 천 쿠이린의 그 미소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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