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쥬얼
Richard Jewel, 2019
<라스트 미션>, <아메리칸 스나이퍼>,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체인질링>을 연출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리차드 쥬얼>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축하 공연이 진행되던 센테니얼 올림픽 파크에서 폭탄 사고가 발생했던 당시 이를 최초로 발견하고 사람들을 대피시키는데 앞장섰던 안전보안요원 리차드 쥬얼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장르: 드라마
- 국가: 미국
- 러닝타임: 131분
1996년, 조지아주
33세의 리차드 쥬얼(폴 월터 하우저)은 피드몬트 대학에서 캠퍼스 경관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교내에서 학생들이 탈선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했던 학장의 말에 따라 나름 열심히 해보려고 했던 것이 오히려 관할권을 벗어난 행동이라는 불만을 야기시키면서 결국 해고되고 말았는데...
이에 친구 데이브는 앞으로 두어 달 동안은 보안 요원을 많이 구할 거라면서 곧 올림픽이니 전 세계를 지킬 수 있는 기회라며 위로해 주기도 했는데, 얼마 후 리차드는 진짜로 축하공연이 열리는 센테니얼 올림픽 파크의 안전보안요원으로 채용되었다.
형법을 공부하며 경찰이나 FBI, 첩보 기관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키워왔던 그는 비록 해고되기는 했지만 해버샴 카운티에서 치안 담당관으로 일했던 때를 떠올리며 이번 일을 잘 해낸다면 다시금 경찰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이후 센테니얼 올림픽 파크에서 축하 콘서트가 한창이던 그날, 4구역을 담당하고 있던 리차드는 근처 벤치 밑에서 주인 불명의 수상한 가방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리차드: 의심스러운 가방이에요. 전담반을 불러야겠어요.
경찰: 누가 술에 취해서 깜빡하고 두고 간 것일 수도 있어요. 그냥 분실물 보관소에 갖다 줘요.
리차드: 그래도 전담반을 불러야 해요.
경찰: 가방을 열어서 내용물을 먼저 확인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리차드: 만지면 안 돼요. 규정대로 해야죠!
경찰은 마지못해 전담반을 불렀고, 리차드는 사람들이 근처에 오지 못 하도록 먼저 막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한 전담반이 조심스럽게 가방 안을 살펴보더니 안에 파이프 폭탄 3개가 들어 있으며, 폭발물 제거반이 오는 데는 20분이 걸린다면서 빨리 사람들을 30m 밖으로 대피시켜야 한다고 했고, 리차드를 비롯한 현장 요원들이 급하게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애를 썼지만 폭발 자체를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폭탄이 터지면서 센테니얼 올림픽 파크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고 말았는데...
이후 폭탄이 든 배낭을 처음 발견하고 폭발이 일어나기 전에 사람들을 대피시킨 사실이 알려지면서 리차드는 하루아침에 영웅이 되어 있었다.
다양한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고, 출판 제안을 받기도 했으며, 방송을 통해 리차드의 모습을 접하게 된 어머니 바비(캐시 베이츠) 또한 아들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울 수밖에 없었는데...
한편, 사고 당시 현장에서 직접 감시 중이었던 FBI 톰 쇼(존 햄) 요원은 자신의 관할에서 폭탄이 터진 것에 책임을 느껴 누구보다도 범인을 꼭 잡고 싶던 차에 해버샴 카운티의 치안 담당관이었던 리차드에 대한 제보가 접수되면서 이번 폭탄 사건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은밀한 조사와 감시에 나서게 되었다.
하지만 내부 정보가 유출되면서 리차드 쥬얼이 용의자로 지목되어 연방수사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으로 캐시 스크럭스(올리비아 와일드)의 기사가 애틀랜타 저널 1면을 장식한데 이어 CNN 뉴스도 이를 인용해 속보를 전하기 시작하자 다급해진 FBI는 리차드를 직접 심문하기로 했는데...
정부 관리자를 존경하라고 배웠기에 아무것도 모른 채 FBI에 적극 협조했던 리차드는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지고 있음이 느껴지자, 1986년 중소기업청 비품실 직원으로 일하던 시절 약간의 친분이 있었던 사내 법무담당 왓슨 브라이언트(샘 록웰)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법과 질서는 중요하며 그게 없으면 국가도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고, 사람들을 보호하고 싶어서 경찰이 되기를 희망했던 리차드 쥬얼은 하루아침에 영웅에서 폭탄테러 용의자로 내몰리게 되면서 지옥 같은 시간들을 보내게 되는데...
<리차드 쥬얼>은 이제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으로 그가 리차드 쥬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그저 평범하고 평균적인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며, 영웅적인 일을 하고도 너무나 큰 대가를 치러야 했던 리차드의 명예를 회복해 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것은 코미디인가 싶을 정도로 가볍고 편안하게 시작됐던 영화는 아이처럼 순진했던 평범한 시민에 대해 FBI와 언론이 얼마나 무자비한 횡포를 가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고, 당사자인 리차드는 물론이고 곁에서 함께 고통받아야 했던 어머니의 심정까지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화가 치밀어 오르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영화는 지나친 감정소모 없이 비교적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고, 그것은 연출과 더불어 배우들의 연기로 빛을 발했는데, 제92회 아카데미와 제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캐시 베이츠는 물론이고 특별한 브로맨스를 선보인 폴 월터 하우저와 샘 록웰 또한 완벽 케미를 보여줬다.
원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조나 힐이 제작에 참여하면서 함께 주인공을 맡을 예정이었다고 하는데, 물론 두 사람 역시도 멋진 그림을 만들어 냈을 거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실제 리차드, 왓슨과의 싱크로율로 보자면 지금이 완벽한 캐스팅이 아닌가 싶다.
그리하여 제91회 전미 비평가 위원회상에서 주목할 만한 배우상(폴 월터 하우저)을 수상했고, 올해의 Top 10 영화에도 선정된 <리차드 쥬얼>은 마지막 세 줄의 자막으로 또다시 마음이 아파져 와 눈물이 나기도 했는데, 진정한 시민 영웅 리차드 쥬얼을 보다 많은 이들이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이 영화를 추천해 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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