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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대로 영화 리뷰

<오후 네시> 영화 리뷰

by 미유네코 2025.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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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시
4 PM, 2024

 

송정우 감독의 <오후 네시>는 은퇴 후 새로 이사를 간 집으로 오후 4시만 되면 찾아와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웃 남자의 무례함 때문에 고통받는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아멜리 노통브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오후 네시
“예전보다 더 그가 싫어졌다. 죽이고 싶도록!”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꿈꾸며 새집으로 이사 온 부부 ‘정인’과 ‘현숙’은 매일 같은 시각 방문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웃 ‘육남’으로 인해 서서히 공포스러운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완벽한 일상에 끼어든 불청객! 일상 붕괴 미스터리 드라마!
평점
-
감독
제이 송
출연
오달수, 장영남, 김홍파, 민도희

-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장르: 드라마
- 국가: 대한민국
- 러닝타임: 111분

 

''네 자신을 알라'던 철학자, 그는 몰랐던 거다. 자신에 대한 무지의 상태,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 상태인지... 알았다면 절대 그런 말은 남기지 않았을 테니... 그러니 당신도 굳이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제 자신에 대한 무지를 파고들려 하지 마라. 그걸 아는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치욕과 절망적 불행에 휩싸일 테니...'

 

현숙: 많이 후회돼요? 

정인: 후회는 무슨...

현숙: 진짜 고생 많았어요. 이제부터 당신이 해보고 싶었던 거 다 해보자. 우리 새집에서...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던 정인(오달수)이 퇴임을 하게 되면서, 정인과 현숙(장영남) 부부는 함께 혼잡한 도시를 떠나 새로 마련한 호숫가 주택에서 여유롭고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즐길 계획이었다.

 

새로 이사를 하게 된 부부의 집 근처에는 의사 선생님이 살고 있다는 집 한 채가 유일해서, 인사라도 하고 지내고 싶은 마음에 방문을 했으나 부재중인 듯하여 대신 메모를 남겨놓게 되었는데...

 

'맞은편 집에 새로 이사 온 사람입니다. 인사드리러 왔다가 안 계셔서 메모 올립니다. 언제든 편하실 때 한번 들르셔서 따뜻한 차 한잔 나누시지요'

 

다음 날 4시, 차를 마시며 명상의 시간을 갖으려던 부부의 집에 누군가 찾아왔다.

 

정인: 어떻게 오셨습니까?

남자: 맞은편 집에서 왔소.

정인: 아, 그럼 그 의사 선생님?

남자: 그렇소.

정인: 반갑습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오시죠.

 

'내 생애 처음 본 타인과 그렇게 오랜 시간을 마주 앉아 그토록 먹먹하고 긴 침묵을 공유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게 그와의 첫 번째 대면이자 그의 첫 번째 방문이었다'

 

자리에 앉은 남자는 도무지 말을 하지 않았다. 물어보는 질문에도 겨우 '그렇소', '아니오'의 단답형으로 일관했을 뿐이었는데, 그렇게 불편하고 숨 막히는 2시간이 흐른 뒤 6시가 되자 남자는 인사도 없이 떠나버렸다.

 

현숙: 저렇게 낯가리는 사람 처음 보네.

정인: 메모 보고 예의상 온 모양인데, 자기도 이런 자리 엄청 불편했나 봐.

현숙: 가겠다는 말도 못 하고 그냥 뚱하게 앉아가지고 시간만 죽치는데...

정인: 어쨌든 예의상 한번 왔다 갔으니까 이젠 뭐 그런 일 없겠지. 

현숙: 오히려 다행이야. 성격 좋답시고 매일 찾아와 가지고 번거롭게 하는 이웃보단 훨씬 낫지.

 

하지만 부부의 예상은 가차 없이 빗나가 버렸다. 다음날 4시가 되자 남자는 또다시 찾아왔고, 단순히 낯가림이 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건 큰 오산이었던 모양이었다. 

정인은 어쨌든 내 집에 온 손님이라고 생각해서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며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고 그저 어제와 똑같은 불편한 상황의 연속이었는데... 

박육남(김홍파)이라는 이 남자는 어제처럼 6시가 되자 그냥 가버렸고, 이때까지만 해도 부부는 어떤 사연이라도 있는 것인지, 아니면 예의상 방문이 한 번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여기며, 더 이상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4시가 가까워지자 부부는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육남은 어김없이 찾아와 문을 두드렸다.

 

'그때 나는 소리 질렀어야 했다. 더 이상 우리 집을 방문하지 말아 달라고...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므로... 나는 타인에 대한 친절과 배려로 점철된 교양 있는 지식인이므로, 고작 세 번 방문한 순박한 시골 의사를 말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쫓아낸다는 것은 대단히 야박하고 비이성적인 짓이다. 그리고 정말 이번 방문이 진짜 마지막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이제는 육남이 소파에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2시간 동안 부부는 그냥 제 할 일을 했고, 다음날에는 육남이 올시간에 집을 비우고 외출을 해보기도 하고, 어떤 날은 집에 없는 척도 해보았으나, 이도 저도 안되자 육남과 그의 아내 새라(공재경)를 정식으로 초대하게 되었는데...

 

과연 부부는 불청객의 방문으로 고통받지 않는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는지...

 

<오후 네시>는 111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부부가 육남의 방문으로 견뎌야 했을 불편하고 숨 막혔던 그 2시간의 고통을 그대로 경험하게 해 주었다.

 

적어도 세 번째 방문에서는 제대로 결판을 봤어야 하지 않나 싶은데, 도대체 육남이 계속 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왔으면 말이라도 할 것이지 말도 안 할 거면서 도대체 왜 오는 거냐고, 더 이상 오지 말라고 말이다. 하지만 더없이 무기력하게 육남의 횡포에 휘둘리는 모습은 너무나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참으면 병이 된다고 했던가... 애초에 무례한 육남에게는 좋게 좋게가 통하지 않았을 수 있겠으나, 병이 되기 전에 초반에 사태를 좀 더 일찍 바로잡았어야 한다고 생각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충격적인 마지막 장면이 그나마 괜찮게 느껴지기도 했다.

 

보는 내내 답답해서 힘들었고, 캐스팅을 달리 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보다 섬세하게 표현되었을 원작 소설은 더욱 궁금하게 만들어준 미스터리 드라마 <오후 네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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