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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대로 영화 리뷰

아노라 영화 후기

by 미유네코 2025.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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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라
Anora, 2024

 

<플로리다 프로젝트>, <탠저린>을 연출한 션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는 23살의 스트립 댄서 '애니(본명: 아노라)'가 러시아 재벌 2세인 '이반(반야)'을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충동적인 사랑에 이끌려 결혼식을 올리게 되면서 펼쳐지는 파란만장한 이야기로, 77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및 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포함 5개 부문을 수상했다.

 

< 영화의 앞부문만 조금 자세히 소개할 것이며, 결말이나 결정적인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

 
아노라
결코 이 사랑을 놓지 않을 것. 뉴욕의 스트리퍼 ‘아노라’는 자신의 바를 찾은 철부지 러시아 재벌2세 ‘이반’을 만나게 되고 충동적인 사랑을 믿고 허황된 신분 상승을 꿈꾸며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그러나 신데렐라 스토리를 꿈꿨던 것도 잠시,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반’의 부모님이 아들의 결혼 사실을 알게 되자 길길이 날뛰며 미국에 있는 하수인 3인방에게 둘을 잡아 혼인무효소송을 진행할 것을 지시한다. 하수인 3인이 들이닥치자 부모님이 무서워 겁에 질린 남편 ‘이반’은 ‘아노라’를 버린채 홀로 도망친다. ‘이반’을 찾아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싶은 ‘아노라’와 어떻게든 ‘이반’을 찾아 혼인무효소송을 시켜야만 하는 하수인 3인방의 대환장 발악이 시작된다.
평점
-
감독
션 베이커
출연
마이키 매디슨, 마크 아이델슈테인, 유리 보리소프, 카렌 카라굴리안, 바체 토브마시얀, 아이비 월크, 다리아 예카마소바

 

-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 장르: 드라마, 코미디, 멜로/로맨스
- 국가: 미국
- 러닝타임: 139분

 

- 수상내역
2025
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작품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78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여우주연상, 캐스팅상)
77회 미국 작가 조합상(각본상)
77회 미국 감독 조합상(감독상(영화부문))
30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작품상)
40회 산타바바라 국제영화제(버추오소스상, 아웃스탠딩 감독상)
45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신인배우상)
2024
50회 LA 비평가 협회상(작품상, 주연상, 조연상)
89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각본상)
47회 밀 밸리 영화제(브레이크아웃 퍼포먼스상)
77회 칸영화제(황금종려상)

 

23살의 스트립 댄서 애니(마이키 매디슨)는 뉴욕 '헤드쿼터스' 클럽 내에서도 에이스로 손꼽히고 있었는데, 사실 그녀의 본명은 아노라 미헤에바였지만, 자신의 이름보다는 애니로 불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날 클럽의 지미(빈센트 라드윈스키)가 쉬고 있던 애니를 급하게 찾아왔는데...

 

지미: 손님이 러시아어 잘하는 사람을 찾아.

애니: 우리 지금 대화 중인데...

자마: 이럴래? 빨리 가자고...

애니: 싫어. 지금 밥 먹잖아. 

지미: 돈 많은 손님이야!

 

돈 많은 손님이라는 말에 먹던 밥도 포기하고 일어서게 된 애니였는데...

 

이반: 내 이름은 이반인데, 그냥 '반야'라고 불러. 근데 러시아어를 잘한다면서?

애니: 잘은 못하지만, 러시아어로 말하면 알아들을 순 있어요.

이반: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듣겠는데...

 

애니가 이반을 위해 러시아어로 간단한 인사와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자 너무나 즐거워했던 이반은 애니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궁금한 게 있는데, 혹시 클럽 밖에서도 일해?"

 

이후 이반의 집으로 찾아가게 된 애니는 정문에 경비실이 딸린 초호화 저택을 보고는 미소가 절로 나왔는데, 알고 보니 그는 러시아 재벌 니콜라이 자카로프(알렉세이 세레브랴코프)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이반의 집에 드나들게 된 애니에게 어느 날 이반은 뜻밖의 제안을 해왔는데...

 

이반: 이제부턴 나하고만 만나는 거 어때?

애니: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반: 내가 친구 만날 때 같이 만나고, 일주일 동안 내 여친이 되는 거지. 1만 달러 정도면 어때?

애니: 1만 5천 달러 현찰 선금으로!

이반: 오케이!

 

그리고 두 사람은 일주일 동안 동거하면서 이반의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호화로운 파티를 즐기고 여행도 다니다가 즉흥적으로 라스베거스까지 가게 되었는데, 어느새 계약기간인 일주일이 다 지나자 이반은 곧 러시아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애니: 너무 재밌었어. 네가 그리울 거야.

이반: 하지만 미국인과 결혼하면 러시아로 안 돌아가도 돼. 

애니: 진짜? 그래서 누구랑 결혼하려고?

이반: 글쎄... 크리스탈? 네 친구 룰루? 아니면 너? 베가스에 오면 다들 결혼하잖아. 

애니: 농담하지 마!

이반: 농담하는 거 아닌데...

애니: 그래. 그럼 결혼하러 가자! 

 

하지만 애니는 진심인 건지 이반에게 몇 번씩 되물었고, 결국 21살 철부지 이반의 청혼을 받아들여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는데...

 

마냥 행복한 두 사람...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반을 어릴 적부터 돌봐왔던 토로스(카렌 카라굴리안)가 보내서 왔다면서, 가닉(바체 토브마시얀)이고르(유리 보리소프)가 집으로 쳐들어 왔던 것이다.

이유인즉슨, 아들이 매춘부와 결혼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 이반의 부모님이 노발대발하며 '혼인무효소송'을 준비하도록 토로스에게 지시했으며, 아버지와 어머니 갈리나(다리야 예카마소바)도 내일 미국에 도착할 거라고 했는데...

 

신데렐라를 기대했던 애니는 과연 이 결혼을 지켜내고 이반과 오래오래 행복할 수 있을는지... 

반면, 자신의 밥줄이라도 끊어질까 전전긍긍하는 토로스는 또 무사할지... 

 

<아노라>의 가장 큰 미덕은 '재미'가 아닌가 싶다.

사실은 1990년 개봉한 줄리아 로버츠, 리차드 기어 주연의 <귀여운 여인(프리티 우먼)>을 먼저 떠올렸기에 비슷한 느낌의 영화인줄로만 알았어서, 이렇게 포복절도하게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물론 이것을 작위적인 코미디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으나, 나랑은 유머 코드가 찰떡궁합이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포털사이트 영화 소개를 통해 대략의 흐름은 이미 파악하고 있었지만, 내가 예상한 것과는 조금 다른 전개여서 오히려 좋았는데, 러시아 하수인 3인방의 활약이 어찌나 대단하던지, 거기에 우리 애니까지 합세하면서 신나게 소리 지르고 물고 뜯고 했던 그 대환장 파티는 정말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는 웃픈 장면이었던...

 

꽤 자극적인 도입부 때문에 머릿속에 물음표가 그려지기도 했던 영화는 초반 천진한 느낌의 이반 덕분에 귀여운 느낌마저 드는 멜로/로맨스 장르로 시작하여, 러시아 3인방이 등장하면서는 블랙 코미디를 거쳐 뜬금 로드 무비로까지 이어지더니, 또 내가 기대했던 것과도 조금 다른 결말을 맞이하며 오히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여운을 남겨주기도 했다.

 

벼랑 끝 절박한 위기감으로부터 기인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악다구니를 쓰며 힘껏 소리는 질렀어도 제대로 목놓아 울어보지도 못했던 애니가 내내 마음에 걸렸었는데, 사실 그래서 한바탕 복수극을 보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신파여도 좋으니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던...

 

성소수자나  성노동자, 하층민과 이민자 등 사회로부터 외면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작품에 담는다는 션 베이커 감독의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카메라를 너무 짧게 끊어간다 싶은 부분들이 없지는 않았으나, 애니를 통해 성 노동자들의 삶과 사회적 억압을 사실적이면서도 유쾌하게 담아냈고, 절묘한 태양광 이용이라든지, 눈 내리는 장면이나 노을 지는 장면 등의 훌륭한 영상미, 삽입곡 음악, 그리고 각본에 연출에 마이키 매디슨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까지 모든 것이 잘 어우러져 좋았던 추천 영화 <아노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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