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17
Mickey 17, 2025
<기생충>, <괴물>, <설국열차>, <마더>, <옥자>, <살인의 추억>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 >은 되는 일 하나 없는 지구를 떠나기로 한 '미키'가 새로운 행성에서 '익스펜더블'이라 불리는 리프린팅 복제인간의 삶을 시작하면서 펼쳐지는 SF 블랙코미디 영화로 '자본주의적 착취 관계와 계급의식은 변하지 않는다'는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 영화 초반에 대해서만 조금 자세히 언급할 것이며, 결말이나 결정적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
- 평점
- 8.5 (2025.02.28 개봉)
- 감독
- 봉준호
- 출연
-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아키, 스티븐 연, 토니 콜레트, 마크 러팔로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장르: 모험, 드라마, SF, 코미디
- 국가: 미국
- 러닝타임: 137분
2054년
햄버거보다는 마카롱이 흥할 거라는 친구 티모(스티븐 연)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사채까지 써가며 마카롱 가게를 열었으나 쫄딱 망하는 바람에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 미키 반즈(로버트 패틴슨)는 결국 지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바로 전직 국회의원인 케네스 마샬 (마크 러팔로)과 그의 아내 일파 마샬(토니 콜렛)이 주도하는 얼음행성 '니플하임(Niflheim) 이주 프로그램'에 지원서를 넣게 되었던 것인데...
티모는 조종사로 지원서를 넣은 반면, 이렇다 할 기술이나 특기가 없었던 미키는 하필이면 '익스펜더블(Expendable)'에 지원을 하게 되었는데, 익스펜더블이란 죽은 사람의 신체를 다시 리프린트 하고, 거기에 기억을 주입해 탄생시키는 '소모품 복제인간'으로 대체 불가능한 노동이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죽고 또 죽어가며, 보통의 인간 능력으로는 하기 힘든 미션들을 도맡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미키는 지원서를 꼼꼼히 읽지 않았던 것을 뒤늦게 후회하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죽는 것에 익숙해진 지금은 어느새 17번째 '미키 17'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위안이 되었던 것은 그곳에서 나샤(나오미 애키)를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인데, 경찰, 소방관에 군인까지 소화해 내는 능력자 나샤는 몇 번째 미키이든 상관없이 곁에서 그를 지켜주며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간을 통째로 먹어 치운다는 니플하임의 토착 생명체 '크리퍼(Creeper)'의 샘플 채취 임무를 맡게 된 미키는 크리퍼를 찾으러 나섰다가 깊은 크레바스에 빠지고, 크리퍼 떼의 습격까지 당하면서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었으나,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기지로 복귀하게 되었는데,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숙소로 돌아와 이제 한숨을 돌리나 싶었던 미키는 난데없이 또 다른 자신인 '미키 18'을 마주하게 되면서 충격에 휩싸이게 되었는데, 당연히 미키 17이 죽었을 것이라고 판단한 관계자들이 그 사이 미키 18을 재빠르게 리프린트 하면서 '멀티플'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마샬은 '멀티플'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위반자 발견 시 영구 삭제될 것이라고 선언했던 데다, 또 다른 문제는 어리숙한 자신과는 달리 강단 있어 보이는 미키 18에게 자칫 사랑하는 나샤까지 빼앗길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멀티플이 발각되는 것은 시간문제였기에 서로를 없애야겠다면서 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했는데, 정작 그들의 진짜 적은 따로 있었으니...
"죽는 건 어떤 기분이야?"
사람들은 다시 살아날 텐데 죽는 게 무슨 대수냐며 아무렇지도 않게 미키에게 묻곤 했지만, 기계도 아니고 당연히 고통스럽고 무섭겠지.
이렇듯 미키는 끔찍한 착취의 대상으로 '마루타'나 다름없었고, 겉으로는 인류를 위해 꼭 필요하고도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직업이라고 추켜세워졌지만, 결국 말 그대로 소모품(Expendable)에 불과했으며, 이것은 여전히 현실 속에 존재하는 사회계급적 문제들과 맞닿아 있었다.
그리고, 영화를 먼저 보신 분들이 벌레가 많이 나온다 해서 정말 꼬물꼬물 작은 벌레들이 우글거리나 싶었는데, 크루아상 빵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는 '크리퍼'는 겉모양 자체는 얼핏 콩벌레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크기도 꽤 큼직하고 움직임 자체가 강아지나 돼지 느낌이어서 나에게는 오히려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던...ㅎㅎㅎ
니플하임의 원주민인 '크리퍼'를 제발 건들지 말라고요! 인간이 뭐라고...
동물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크리퍼를 보면서 감정이입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계급주의 문제와 크리퍼를 보면서 <설국열차>와 <옥자>를 떠올리게도 됐고, 게다가 독재자 마샬부부의 모습은 또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참 공교롭고 절묘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신인종주의나 차별주의까지 건드리고 있으니 참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구나 싶기도...
그리하여, 기술 발전으로 4차 산업, AI 시대가 도래한 현실에서 인간의 자기 정체성 문제로부터 비롯한 <미키 17>은 영화 초반에는 꽤 기대를 갖게 만들기도 했으나 많은 의미들과 교훈을 함께 전달하려는 통에 막 재미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던 게 사실인데,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로버트 패틴슨의 열연과 크리퍼들의 활약으로 재미면에서 <설국열차>나 <옥자> 보다는 조금 나았지 않았나 싶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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