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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대로 영화 리뷰

<칠드런 액트> 영화 리뷰..엠마 톰슨,핀 화이트헤드

by 미유네코 2024.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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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액트
The Children Act, 2019

 

<디 아더 맨>, <킹 리어>, <라 트라비아타>를 연출한 리처드 이어 감독의 <칠드런 액트>는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미성년의 환자에 대해 병원이 법원 명령을 신청하게 되면서 이 소송을 담당하게 된 판사에 대한 이야기로 이언 매큐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 칠드런 액트 뜻: 1989년 제정된 영국의 아동법(The Children Act)에서 따온 것으로, 이는 법 집행에 있어 미성년 아동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을 천명한 법제다. 

 
칠드런 액트
나의 결정이 소년의 최선이길 존경 받는 판사 피오나는 결혼생활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치료를 거부한 소년 애덤의 생사가 달린 재판을 맡게 된다. 이틀 안에 치료를 강행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애덤의 진심을 확인하고 싶었던 피오나는 병원으로 직접 찾아가고, 그날의 만남은 두 사람의 삶에 예기치 않은 파장을 일으키는데…… 올 여름,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가 펼쳐진다!
평점
7.9 (2019.07.04 개봉)
감독
리처드 에어
출연
엠마 톰슨, 스탠리 투치, 핀 화이트헤드, 벤 채플린, 제이슨 왓킨스, 루퍼트 반시타트, 로지 카발리에로, 니키 아무카 버드, 도미닉 카터, 안소니 캘프, 니콜라스 존스, 앤드류 하빌


-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장르: 드라마
- 국가: 영국
- 러닝타임: 105분

 

아동 관련 재판을 주로 담당하는 가정법원 판사 피오나 메이(엠마 톰슨)는 재판에 있어서 만큼은 냉철하고 이성적인 원칙주의자라 할 수 있는 인물로 모두에게 존경받고 있었지만, 가정에서의 모습은 조금 걱정스럽기도 했다.

아무래도 과중한 업무에 치이다 보니 남편 잭(스탠리 투치)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지내왔던 것인데...

 

잭: 저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있잖아... 아무래도 나 바람피울 것 같아. 
피오나: 뭐? 

잭: 당신이 언젠가 말했잖아.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는 남매처럼 된다고... 우리가 그렇게 됐네. 당신을 사랑해, 하지만...

피오나: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잭: 우리 어땠는지 기억나? 그립지 않아?

피오나: 이미 시작된 거 아니야? 진실을 말해줘. 

잭: 다 진실이야. 아직 시작 안 했어. 당신은 이렇게 살 거야? 난 아니야. 난 이 연애할 거야. 

피오나: 이혼하자고? 자식이라도 낳게?

잭: 이혼 같은 거 안 해. 속이지도 않을 거야. 당신을 사랑해. 우리는 천생연분이지만...

피오나: 친절하시네. 맘대로 해. 그럼 끝이야. 간단해.

 

사실 남편 잭은 끊임없이 아내와의 대화를 시도했었고,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애써왔지만, 그녀에게는 남편에게 할애해 줄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피오나 역시도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는데...

 

피오나 판사 곁에서 업무를 보좌하고 있는 나이젤(제이슨 왓킨스)이 원즈워스에 있는 병원의 법률 고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말을 전해주었는데, 백혈병에 걸린 17세 소년이 치료를 위해 긴급 수혈을 받아야 하는 상황임에도 환자와 부모 모두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병원 측에서 법원 명령을 신청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하여 피오나 판사는 또다시 가정사는 잠시 미뤄둔 채 재판준비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는데...

 

애덤 측 변호인인은 애덤이 확고한 종교적 원칙에 따라 거부 의사를 표명하고 있으며, 치료를 거부하는 것은 법이 보장하는 환자의 기본권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런 기본적 인권을 훼손하게 되면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므로 소중한 존엄성을 해치면 안 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애덤 또한 후견인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전달했는데...

'저는 자주적인 인간이며 부모와 독립적인 존재입니다. 부모님 생각이 어떻든 저 스스로 결정해요. 죽을 각오가 됐습니다'

 

"본 소송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여 저는 애덤의 말을 직접 듣기로 했습니다. 병원 청구를 기각할 경우 닥칠 일을 알고 있는지 제가 알아보고자 합니다"

 

피오나 판사는 아직 미성년인 애덤을 위한 최선의 판결을 하기 위해 아이를 직접 만나 보기로 했던 건데, 법원 및 재판 관계자들은 판사의 이례적인 모습에 모두 놀라는 눈치였다. 그리하여 피오나 판사는 성인의 기준이 되는 18세를 3개월 남겨둔 애덤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기 위해 병원으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이러한 선택은 그 누구도 예기치 못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던 것인데...

 

<칠드런 액트>는 사실 나의 예상과는 조금 다르게 전개된 영화여서 살짝 당황스럽기는 했다. 백혈병에 걸렸지만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미성년의 환자와 환자 가족, 그리고 병원 간의 치열한 재판 과정과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법정 드라마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이것은 그저 발단에 불과했을 뿐이다. 

 

곧 18세가 되지만 아직 사춘기 소년 같은 감성을 지닌 자칫 깨지고 부서질 것만 같이 위태롭고 혼란스러워 보이는 애덤과 법정에서는 냉철한 판사이지만 그 내면에는 섬세한 여성성을 간직한 채 복잡 미묘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뇌에 찬 모습이 역력했던 피오나, 이 두 사람의 선택과 삶의 과정들을 아슬아슬하게 조심스럽게 지켜보게 되었던 영화였다. 

 

물론 두 사람의 마음을 모두 이해하거나 헤아리기는 어렵지만 두 배우의 표정들에서 드러나는 감정선들이 섬세하게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되며, 두 사람 외에도 피오나의 남편을 비롯해 피오나의 곁에서 재판에 부족함이 없도록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고 챙기며 늘 묵묵히 최선을 다했던 나이젤의 역할 또한 적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마지막에는 혹시라도 너무나 감당하기 힘든 파국이 기다리고 있으면 어쩌나 마음 졸이게도 됐던 <칠드런 액트>는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치열한 법정 싸움대신 인간적이고 정서적인 측면이 많이 부각된 영화였던 만큼 배우들의 내면연기가 매우 특별했던 영화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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