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터: 죽음의 시간을 보는 자
FESTER: a man who sees the time of death, 2024
이용석 감독의 <페스터>는 기면 증상을 동반한 '일과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한 남자가 자신이 운영하는 이자카야 손님들이 죽게 될 시간을 미리 알게 되는 예지력을 얻게 되면서 펼쳐지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 페스터 뜻: fester (동사) 곪다, 곪게 하다, 괴롭히다, 아프게 하다 (명사) 궤양, 농, 고름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장르: 스릴러, 미스터리, 범죄
- 국가: 대한민국
- 러닝타임: 83분
* 일과성 기억 상실증(TGA: Transient Global Amnesia)
짧은 시간 동안 갑작스럽게 기억을 잃는 증상으로 명확한 발병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심리적 충격과 강박이 인간의 감정 수용 범위를 넘어설 때 발병하며 심한 경우 기면 증상을 동반한다. 측두엽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의 일시적인 폐색 또는 심리적 요인 등이 일과성 기억상실의 원인이 될 수 있는지 지속해서 연구 중이지만, 이 중 그 어떤 상태도 기억상실을 유발한다는 강력한 증거는 없다.
'우미(うミ)'라는 이름의 이자카야를 운영하고 있는 범진(설준수)은 기면 증상이 동반된 일과성 기억 상실증을 앓고 있어서, 방문하는 손님들을 위해 메뉴판에 아래와 같은 안내문구를 적어 두고 있었다.
우미를 방문하시는 손님께 드리는 말씀...
첫째, 저는 일과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으며 급작스럽게 기면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둘째, 제가 기면 상태에 빠지는 경우 약 30여 분 정도 접객 및 조리가 불가능합니다.
셋째, 이러한 이유로 테이블에 놓인 메모지에 주문을 적어 홀 중앙 배치도에 메모지를 붙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넷째, 기면으로 인한 부재중 퇴장을 원하시는 손님은 계좌이체 또는 다음 방문 시 결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불편함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 うみ [우미] : 바다(海), 『의학』 농, 고름
영만: 이번 달에 내가 본 것만 벌써 두 번째다. 의사도 그랬다며, 기면증상이 늘어나면 위험하다고... 제발 좀 쉬어. 쉬어야 낫는 병이라잖아. 왜 의사 말을 안 들어?
범진: 그만해. 내 몸은 내가 더 잘 알아.
영만: 혹시라도 가게 아닌 데서 깨면 바로 전화해. 저번처럼 혼자 헤매지 말고...
쌍둥이 형 영호와 함께 휴대폰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영만(김시호)은 범진이 아끼는 친한 동생이었고, 기면 증상이 잦아지고 있는 범진을 많이 걱정하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기면 상태에 빠지면 주문 메모지에 어김없이 적혀 있는 숫자들... 처음엔 철없는 손님 누군가가 장난을 친 줄 알았지만 아니다. 이건 분명 내 글씨다. 손님에게 주어진 열 자리 숫자, 한 번 매겨진 숫자는 변하지 않고 마치 손님의 이름표처럼 사용된다. 나는 왜 이들에게 이런 숫자를 매겨 놓았을까? 너 정말 미쳐 가는 거야?'
범진은 자신이 무의식 중에 메모지에 적어 놓은 그 숫자들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무시하려고 했었으나, 아무래도 그 숫자가 손님들이 죽게 될 날짜와 시간을 의미하는 것 같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하면서 결국 영만에게 털어놓게 되었고, 두 사람은 장부를 펼쳐놓고 사실 확인을 해보기로 하는데...
그러던 어느 날 범진에게 예약 전화 한 통이 걸려왔는데, 하필이면 당일 밤 10시에 예약을 원한다는 거였다. 단골손님의 소개로 일전에 한번 방문한 적이 있는 손님이라 거절하기가 어려웠던 범진은 영업시간이 12시까지라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 뒤 예약을 받아주게 되었고, 예약시간이 되자 손님(신준영)은 자신의 아내(이바다)와 함께 방문했다.
그런데 두 사람의 분위기가 냉랭한 것이 심상치가 않아 보였고, 조금씩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는데,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잠시 기면 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나 보니 두 사람의 주문 메모지에 또다시 숫자가 적혀 있었고, 하필이면 그 날짜와 시간이 오늘 23시 59분이었던 것이다.
너무나 당황스러웠던 범진은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두면 두 사람은 11시 59분에 함께 죽게 된다는 건데, 억지로 내보내자니 나가서 사고라도 당하면 자신 때문일 것 같고, 더욱 격해진 분위기에 부부는 술을 더 달라며 재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범진은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는지...
<페스터>는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짧은 관람평들을 살펴보았었는데, 연기력에 대한 지적이 꽤 보였어서 내심 걱정이 좀 되기는 했었다. 그런데 웬걸 이 정도면 내 기준에서는 충분히 괜찮았다고 생각된다.
우선 이 영화는 그 소재가 신박해서 흥미로웠는데, 거기에 짧은 러닝타임이 한 몫하면서 정말 시간순삭 스릴러 영화였고, 중간중간 이것은 연극인겐가 싶은 부분들이 있기는 했어서 조금만 더 잘 다듬었으면 훨씬 좋았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미스터리했던 영화가 갑자기 사랑과 전쟁으로 탈바꿈되는가 싶더니 거기에 반전을 떡하니 투하해 주셔서 끝까지 실망하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고, 전반적인 미장센도 괜찮아서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영화 <페스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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